아득한 산이 해를 삼키듯
먼바다 늙은 섬도 능히 달에 앞선다
해와 달이 시나브로 다르게 오는 이유는
깊이 뿌리내린 산과 섬의 그림자 때문
해도 달도 산과 섬이 그린 무늬다
산의 그림자도 산이다
섬의 그림자도 섬이다
수많은 가면과 거친 미소로 길 잃은 얼굴들
섣불리 재단하지 말 일
울고 있을지 모를 어깨너머를 함부로 단정하지 말 일
그림자무늬 어여삐 잔잔히 보아야 할 일
가면 속의 말 못 할 침묵도
미소속의 끝 모를 들판도
안아주고 품어주어야 할 일
살아가는 일이란 이렇게
정과 성을 다해야 할 일인가 보다
고요한 일출을 세상의 새벽에 비추는
동네 야트막한 산이 되고 싶다
풍미 그윽한 노을을 먼바다에 뿌리는
늙은 그림자 멋진 섬이 되고 싶다
그림자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