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치과선생님들이 저희 소아과에 오셨습니다. 이종간의 포괄적 벤치마킹을 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습니다. (음 혹시 꼰대짓은 아니였을까 걱정은 됩니다.)
지금으로 부터 20여년전 즈음에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던 시절이 저에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선배님 병원을 탐방하면서 어떻게 개원하는 것이 좋을런지에 대한 고민을 궁서체로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말 환자를 많이 보시는 병원, 아주 멋있는 삶을 사시는 선배님 병원 (6개월은 환자보고 6개월은 해외 의료봉사를 하시는…) 등등 그러한 병원을 보러 다니는 것이 참 재미도 있었고 그 병원 중에는 나에게 맞는 병원 모델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많이 보러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많은 병원을 보러 갔었지만 김우성에게 맞는 병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병원 제가 일하고 싶은 병원은 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지요.(제가 성격이 이상한 또라이는 절대아닙니다.) 물론 여러 병원들을 보는 것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방향성을 잡는데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보통 벤치마킹하러 병원에 가게 되면 대부분 성공하는 병원을 보러 가는 데(저또한…) 그런 병원일수록 저에게 안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병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의 능력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셔서 제가 우러러 볼 수는 있지만 제가 그 당시에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거던요.
오히려 실패한 병원일 수록 “더 저렇게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더 들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의료경영학이 도입된 지난 20년 동안 의료의 몇몇 분야에서 선두적으로 여러가지 경영학의 도구와 마케팅 도구들을 도입하고 시장에서 실험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 병원을 Bench-marking 하러 다니는 것이 중요한 경영상의 의사결정이였으며, 포화된 의료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예를 들면 강남의 미용, 성형시장 같은) 전략의 핵심이라고 생각되었던
Positioning 전략은 오늘날 인터넷과 SNS로 아주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시장과 의료기술에 대처하기에는 너무 정적이고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자들은 너무나도 쉽게 이러한 position을 재빨리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는 경쟁우위를 가지고 가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치마킹은 원래 토목 분야에서 사용하던 말이었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이 바로 Bench-marking입니다.) 강물 등의 높낮이를 측정하기 위해 암석이나 높은 벽에다 강물의 높낮이를 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설치된 기준점을 벤치마크라고 했는데, 그런 기준점을 설치하기 위한 지지대를 bench라고 했기에 생긴 이름이다. 벤치마크를 세우거나 활용하는 일을 벤치마킹이라고 불렀으며, 나중에 컴퓨터 분야에서 각 분야의 성능을 비교하는 용어로 사용되다가 기업 경영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종류는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내부 벤치마킹; 같은 병원내의 다른 부서나 사업조직에 대한 벤치마킹
경쟁 벤치마킹; 직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
기능 벤치마킹; 동종 업종내의 다른 기업의 특정프로세스에 대한 벤치마킹
포괄 벤치마킹; 관계가 없는 다른 업종 기업들에 대한 벤치 마킹
하지만 벤치마킹의 함정도 있습니다. 인퓨처 컨설팅의 유정식 대표님의 책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경영이야기 유정식 저 | 위즈덤하우스)을 보면 “리더들이 벤치마킹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업영역이 비슷한 타사가 먼저 경험한 것을 참고하면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벤치마킹을 실시한다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버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로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를 지적합니다.
“평균이라는 ‘전형성’에서 벗어나면 기업 내부에서 가차 없는 보복이 가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른 회사는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타사의 전례가 없다고 대답한다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냐?’는 비난이 득달같이 쏟아진다.······벤치마킹에의 집착은 이처럼 전형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즉 대세를 따르려는 ‘순응주의’가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벤치마킹은 하지만 그것을 추종하고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것이라 점입니다. 벤치마킹을 해서 그것을 자기의 비지니스 유닛에 맞게 Optimization을 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된 벤치마킹이고 Future-marking 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공부하고 매일 벤치마킹을 하면서 자기 병원의 미래를 그려 보시길 권해 봅니다.
MMS는 Medical Marketing Strategy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