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느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노 요코 <아저씨 우산>

by 키키

꼭꼭 아껴두느라

정작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저씨의 우산> 속에 나오는

아저씨의 검은 우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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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많고 가늘고, 반짝반짝 빛나는 지팡이 같은

아저씨의 우산은 비가와도 펼쳐지는 일이 없습니다.

부슬비는 물론, 굵은 비도

우산을 펼치게 만들 순 없지요.


우산을 꼭 껴안고 뛰거나,

얌체처럼 낯선 사람의 우산을 함께 쓰고 가면 그만이니까요.


비가 좍좍 내리는 날에는

멋진 우산이 망가질까 외출조차 하지 않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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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 앉아 쉬던 어느 날,

갑자기 내리는 비에

조그만 남자 아이가 아저씨에게 다가와 말합니다.


“아저씨, 저기 가실 거면 저 좀 씌워 주세요.”

하지만 아저씨는 짐짓 못들은 체 하고 말지요.


그때, 남자아이의 친구가 다가와 우산을 씌워 주고,

둘은 노래를 부르며 아저씨 곁을 떠납니다.


“비가 내리면 또롱 또롱 또로롱

비가 내리면 참방 참방 참------방.”


혼자 남은 아저씨의 귓가에 맴도는 그 노래.

아저씨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그럴까.”


과연, 아저씨는 우산을 펼치게 될까요?

그 우산 위로 또롱 또롱 또로롱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꽁꽁 아껴 두느라 쓰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공책, 엽서,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예쁘고 튼튼한 상자가 그런 것들이에요.


‘공책 첫 장에 무슨 말을 적지,

이 공책을 좀 의미있게 남기고 싶은데…’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계속 머뭇거리다 보면

결국 책장에 꽂혀 있는 빈 공책으로 남고 말지요.

그런 공책이 있었는지 조차 잊고 지내다,

문득 발견할 때면 표지 한 번 쓰닫듬어 보고

다시 꽂아 두고 마는 예쁜 공책.


그런 물건들이 아이들의 손에 들어가면

눈 깜짝 할 사이에,

“잠시만!”이라고 외치기도 전에

제 쓰임을 찾고 말아요.


아저씨의 까만 우산이 촤-악하고

펴지는 순간처럼 말이에요.



키키의 질문



“아끼느라 누리지 못하는 물건이 있나요?

혹은 미래를 위해 아껴두느라 즐기지 못하는 현재를 살고 있지는 않나요?”


여러 분에게

'까맣고 가늘고 빛이 나는 멋진 우산'은

무엇인가요?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래요.

(그리고 댓글을 남겨 주신다면 무한 감사드려요 ㅎㅎ)

떠오른 물건 혹은 마음이 있다면

오늘 과감히 그것을 펼쳐 들어 온전히 누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장마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습하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네요.

우산 꼭 챙겨 다니시구요,

또롱 또롱 또로롱

경쾌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들으실 때면, 오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슬그머니 웃음지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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