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iksasana
땅에 반듯하게 뿌리를 내리고 태양을 향해 자라는
푸른 나무가 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고양이 레오가 놀러 와 한 마디 거듭니다.
‘발아래에서 고양이가 나오듯이’
03 고양이와 요가를
브릭샤 아사나 – 나무자세
Vriksasana
한 다리로 굳게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는 나무 자세.
평화로우면서도 단단해서 가장 좋아하는 자세 중 하나다.
일본에서 요가 수업에 막 참여하기 시작했을 무렵의 이야기.
선생님의 코멘트 하나하나가 하얀 화선지에 붓질을 할 때처럼 기분 좋게 몸과 마음에 스며들던 시절.
나무 자세를 취하고 눈을 살며시 감고 있노라니
선생님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연설명을 덧붙이신다.
‘네코가 데루요오니 (고양이가 나오듯이)’
‘오, 신박한 표현인데!’ 감탄하며
두 팔을 하늘로 올리고, 한 다리로 단단히 서 있는 내 발바닥 아래에서 보드라운 고양이가 살며시 나와 기분 좋게 받쳐주는 그런 상상을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저 혼자 빙그레 웃다가,
‘앗, 네코 아니라 넷코!’
그만 저 혼자 얼굴 빨개졌다.
일본어에서 고양이는 네코(neko), 뿌리는 넷코(nekko)라고 발음한다.
유사한 발음이긴 하지만, 문맥상 자연히 구분되어 들리는 단어인데.
왜 그랬을까. 고양이와의 생활에 너무 몰입해있던 탓인지.
발아래에서 뿌리가 나오듯(根っ子が出るように)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발아래에서 고양이가 나오듯(猫が出るように)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후 나무 자세를 할라치면, 발바닥 아래에서 고양이가 나와 내 종아리를 보드랍게 감싸고 지나간다.
고양이가 지나간 내 다리에서는 작고 귀엽지만 힘센 뿌리가 나오고,
그 뿌리는 날마다 더 튼튼해지고 깊어진다.
Tips.
중심이 잘 안 잡힐 때는 시선을 한 점에 둔다.
일명 한 눈 팔지 않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