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95일차
아침 6시, 잠에서 깨어 조용히 물 한 잔을 마신다. 행여 가족들이 깰까봐 화장실 불을 켜지 않고 환풍기에 달린 불빛에 의지해서 볼일을 본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의 물방울을 흡수시킨다.
아이들 방으로 조용히 들어가 문을 닫는다. 방에 깔린 매트 일부를 들어 옆으로 돌려놓는다. 방석을 펼치고 양말을 신는다. 몸을 우선 풀어준다. 손목과 발목을 돌려주고, 목을 돌려준다. 앉았다 일어나기 몇 번을 해서 무릎을 풀어준다. 허리를 풀어주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방석을 향해 무릎을 굽힌다. 합장한 두 손바닥이 방석을 짚고 이마를 방석에 닿게 한다. 두 발바닥은 오른쪽 발바닥 위에 왼 발바닥이 포개어 진다. 두 무릎도 방석에 닿는다. 오체투지, 두 팔꿈치, 이마, 두 무릎을 땅에 대고 절하는 불교 용어다. 온 몸을 던지면서 나를 낮춘다는 의미도 있다.
절을 하기 전 귀에 이어폰을 하나 꼽는다. 법문을 하나 틀어놓는다. 귀로는 법문을 들으면서 몸은 절을 한다. 하나 둘, 셋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숫자를 세어간다. 처음 50회 정도까지는 그렇게 힘이 들지 않는다. 50회가 넘어가며 몸에 열이 돌기 시작한다. 차가운 손에는 열감이 생기고 몸이 점점 뜨거워짐을 느낀다.
100회가 가까워지며 등에 점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원래 108배, 절 운동을 할 때는 몸을 따듯하게 하고 해야 한다. 하지만 땀이 나기 시작하자 웃옷을 벗어서 맨 상체로 절을 하기 시작한다.
108배가 넘었지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절을 하기 시작한다. 요새 108배에서 324배로 절 횟수를 늘린 지 4일이 지났다. 며칠 전 새벽에 아이가 깨어 200배만 한 것만 빼고 3일 정도는 계속 그 횟수를 유지해 왔다.
확실히 다르다. 108배만 하면 살짝 몸이 풀린 느낌이었다. 이백배, 삼백배를 향해 가면서 땀도 훨씬 많이 난다. 수건으로 땀을 닦지 않으면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절을 하면서 오만 잡념이 다 떠오른다. 어제 일, 오늘 할 일, 좋았던 일, 나빴던 일, 좋은 생각, 나쁜 생각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절을 하며 숫자를 세다가 깜빡하고 끊기기도 한다. 생각의 꼬리를 잡으면 생각은 계속 다른 생각을 낳는다. 생각이 일어나든 말든 절은 계속한다.
절을 마치고 나니 두 허벅지가 뻐끈하다. 허벅지는 고통을 호소하지만 불순한 땀을 배출한 몸은 개운함을 호소한다. 고통이 있는 곳에 성과가 있다. 세상에 거저 생기는 것이 어디 있을까? 노력을 해야 결과가 있다.
108배를 하기 위해서는 1배, 5배, 10배, 20배 이렇게 계속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한다. 건너뛰는 것은 없다. 건너 뛸 수는 있지만 그건 나를 속이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 나만 알고 있다.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중간에 계속 산길을 걸어야 하는 것과 같다.
절을 왜 매일 하는 걸까? 일단 몸에 좋은 운동이다. 1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가장 효율적인 운동 중 하나이다. 밖으로 나가려고 주섬주섬 옷을 입을 필요도 없다. 추운 겨울에 찬 바람과 싸우며 운동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방석과 양말만 있으면 된다.
운동 효과는 조깅과 걷기의 중간 정도라는 연구 기사도 있다. 그저 나가서 걷기만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절을 하면서 저절로 수승화강이 되어 머리는 차가워지고 배는 따뜻해진다.
새벽에 일어나 하는 운동은 하루의 시작에 활력을 준다. 무기력하게 일어나 느릿느릿 생활하는 것과 비교해 무엇이 날까? 사람마다 루틴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아침에 가볍게 하는 운동은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글을 썼으니 절을 해야겠다. 전날 쌓아두었던 몸과 마음의 때를 벗겨야겠다. 벗겨도 또 쌓이겠지만 그래도 매일 벗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