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기혼자 예지
며칠 뒤 U언니와의 술자리. 인터뷰 얘기가 빠질 수 없었다. 이혼 얘기는 술잔 앞에서 더욱 농익었는데, 자리에서 막내였던 예지가 유독 U언니 얘기를 경청했다.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눈을 반짝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유익한 시간 고마와'라고 톡이 왔다. '결혼에 대하여 쓰는 글 기대합니다'라고도. 응? 내가? 인터뷰에 내 생각을 더해 글로 옮기겠다는 말이 결혼에 대한 글로 이해되었나 보다. 그건 그렇고, 왜 그런 기대를 하는지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서 내 결혼을 확신하게 되는 이유를 찾게 되는 것 같아서 빠져들더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결혼 사유를 상대에게서 찾지 않고 본인에게서 찾았기 때문에 그것이 곧 이혼 사유가 되었다, 가 그날의 주제였다. 결국 '이혼'이 핵심이었던 대화에서 결혼을 확신했다니. 예지가 대단한 사랑을 하는 중인가 보다, 느낌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자는 사이 예지에게 장문의 톡이 와 있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싶은데 말로 다 담아내기 어려운, 벅찬 감정이 텍스트에 절절히 묻어났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내 남자를 꼭 보여줄게 그는 진짜 정말 짱이거든.. 잘 자..'로 마치는 귀여운 톡. 언젠가 나도 느껴봤던 감정. 그때가 떠올라 아침부터 가슴이 뜨끈해졌다.
마침 인터뷰 주제가 예지 맞춤형이라 대화를 이어갔다.
- 대상: 낭만 있는 누군가
- 질문: 첫눈이 내리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첫눈 오는 날 뭐 할 거야?
첫눈이라... 그 사람 생각밖에 안 나네요? 물론 난 일을 하고 있을 테고 당연하게 그는 나를 보러 오겠죠
아... 실수했다. 인터뷰이 선정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는데 너무 즉흥적이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2시간 후, 캡처 이미지 한 장이 전송됐다.
첫눈 오면 뭐 할거냐고 물어봤거든..
그렇다. 예지 남친이 보내온 톡.
미안.. 사실 언니 있잖아.. 나 누구한테 남자친구 얘기 잘 안 해 닭살 돋아..
나한텐 왜 하는데...
첫눈이 내리던 날, 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을 축복했다. 마음으로만.
크리스마스에도 네스트 호텔 룸 사진에 좋아요 누르며 두 사람을 축복했다. 좋아요로만.
2018년 11월 한 달, 1일 1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인터뷰와 단상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