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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0. 2022

내가 이혼을 결정하기 전 고려해봐야 할 사항들

유리 멘탈 파스스스




나는 며칠 전 남편과 대화하면서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이혼이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도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데, 나 혼자 벌어 둘이 먹고사는데, 아이도 없고 재산도 없고 이혼을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곳에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으니 주택 추첨을 신청해서 혼자 살 집을 마련해야겠다, 어차피 여기서 계속 살 테니 차라리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는 게 나을까, 이혼이 완료되기까지 별거를 한다면 논의된 대로 남편이 어디로 나가 살겠지, 생각했다. 너무 오랜 시간 고민하다 보니 이혼 계획은 A부터 Z까지 이미 세워져 있었다.




https://brunch.co.kr/@kim0064789/397




그런 남편에게는 그 "특별한 친구" 관계를 부정하는 건 오로지 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는 내가 가해자였고 본인은 피해자였다. 3자 대면을 했어야 했는데.




https://brunch.co.kr/@kim0064789/392




남편은 여전히 그 "특별한 친구"와 연락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의 내 모습이 남편에게는 망상에 의부증이었다면, 지금은 남편이 망상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https://brunch.co.kr/@kim0064789/335




나는 일련의 상황들을 통과하면서 내면적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다가온 기회들로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 있었다. 나는 자존감을 되찾았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졌다.


남편은 예전이라면 안 그랬을 법한 이상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언어를 배울 때 욕을 가장 쉽고 빨리 습득하는 것처럼, 자존감이 낮고 상처받았던 과거의 내가 했던 행동과 말들을 남편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https://brunch.co.kr/@kim0064789/388




외국인 남편과 살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어느 부분에서 분노하는지, 어느 부분에서 슬퍼하는지, 어느 부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가 없었던 점이었다. 나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던 지점에서, 절대 예상조차 못했던 상황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https://brunch.co.kr/@kim0064789/87




그러다 문득 생각난 글이 있었다. 결혼 초에 읽었던 글이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대단하다 생각하기만 했었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니 그녀에게 존경과 경외심을 갖게 된다.




https://m.blog.naver.com/0064789/222904564223




Don't go withdrawn to your feelings. Let's be here together.




그러니까 내가 이혼 전 고려해봐야 할 사항들은... 잘잘못을 따지고 "특별한 친구"고 뭐고가 아니었다. 여기 위로 다 쓸데없는 얘기들이라는 말이다 ㅠㅠ 너무 길게 써서 지우기가 아깝기도 하고,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다 꺼내놔야 진짜 중요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결론은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이혼하는 것도 덜 불행해지기 위해 이혼하는 것도, 행복할 때도 있는 결혼생활을 지키는 것도 불행하기만 한 결혼생활에 머무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이혼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나를 먹여 살릴 만큼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어느 지역을 가도 잘 적응해서 생활할 수 있다. 나는 언제든지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만한 일을 스스로를 위해 이뤄줄 수 있다. 나는 나의 그 능력을 믿는다.


내가 죽기 전에 나의 삶을 돌아보며 잘 살았다고 평온하게 갈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어른이 된 나의 모습에 당당하게 부합할 수 있도록,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살아낼 것이다.


나는 불행한 결혼에 갇혀있지 않다. 나는 남편과는 별개로 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나의 마음에 귀 기울여 줄 것이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게 이혼이라면 나는 언제든 이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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