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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나에게 인생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그 가르침이 너무 막대하여 이제는 교수님이라 부른다.




1.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


내가 이 상황을 겪으면서 깨달은 점은 결국 내 마음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진리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혼이면 이혼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결혼이면 결혼을 유지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다만, 남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이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저런 상황이면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 때문에 억지로 바뀌는 관계는 의미가 없었다. 둘이서 서로 불렀던 "베스트 프렌드" "특별한 친구" "영원한 친구" "소중한 친구" "절친한 친구" 라는 게 단어 그대로 진심이었다면 내가 개입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의심 가는 상황이 사실이라면, 정신적 외도를 한 남편과 결혼생활을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야 할 일인 것이다.




2. 트라우마의 원인을 고민해본다


나의 분노가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나는 남편이 나에게 그 둘의 "특별한 친구" 사이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아내인 나보다 "특별한 친구"를 오피스 와이프처럼 대하는 것이 화가 났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정확하게 몰랐을 때에는 남편에게, 그리고 예의상 그 특별대우를 받고 계셨던 선생님에게 근거가 미묘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었다. 엄청난 악수.


남편이 친구가 있는 게 싫은 건 아니다. 그럼 남편이 왕따였으면 오히려 더 힘들 것이다. 남편이 남자인 친구만 있다고 해도 바람피울 사람이었으면 필 것이다. 남편의 친구가 싫었던 것도 아니었다. 남편이 여사친이 아니라 매번 처음 만난 사람과 일하고 밥 먹고 카톡 하고 대화하는 것이 더 낫지는 않으니까.




3. 각각의 관계성보다 객관적인 사실을 인지한다


나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든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었다. 남들이 뭐라고 위로를 건네주던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찾아 들었다. 책에서 아무리 교훈을 주고 눈앞에 펼쳐줘도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혔다.


바람이라 믿으면 바람이 되어 의심만 하고, 친구라 믿으면 친구가 된다. 다만 모든 것은 변하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은 친구라 했지만 바람이 될 수도 있고, 지금은 맞지만 그때는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봐야 한다. 나를 피해자로 두고 상대를 가해자로만 보기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뛰어넘어 상대를 보고 상황을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아는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더 좋은 쪽으로 몰랐던 일들이 있을 수도 있고, 더 나쁜 쪽으로 몰랐던 일들이 있을 수도 있다. 언제나 항상.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다. 인터넷에 사연을 올려 불특정 다수에게 판결 내려달라고 해도, 남편의 행동이 사회적 통념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온갖 근거를 들어 설명해줘도, 남편이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라고 하면 끝이다. 남편과 여사친의 행동을 매 순간 간섭하거나 감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렇게 해봤자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뭐든 해낸다.




4. 나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한다


나는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남편에 의해 나의 존재 가치가 정해지지 않는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다. 남편이 더러운 옷을 입으면 남편의 선택이고, 남편이 밥을 굶어도 남편의 선택이다. 내가 뭔가를 하는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다.


나는 이혼을 할 수도 있다. 별거를 할 수도 있다. 절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사실은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남편이 잠재적으로 바람을 피울 수도 있다. 안 필 수도 있다. 절대로 안된다고 믿었던 일들도 일어날 수도 있다고 인지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던 안 피던 아름다운 내 인생은 계속된다. 어떻게 살아갈지는 내가 정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도 있다.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한다.




5. 내가 꿈꾸는 삶을 실천한다


내 인생에서 바라는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이나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 우아하게 커피 한 잔 하는 도시인, 행복한 30대를 보내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나의 하루를 채우고, 내가 재밌어하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하루 종일 남편이 여사친을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집착하다 보면 나를 잃어버린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이 남편과 여사친을 의심하기 위함이라니, 얼마나 부질없는 존재인가. 내가 이 소중한 하루를 정말 그렇게 소비하고 싶을까?


지금 바로 실천해야 한다. 내가 지금 밖으로 나가면 하늘을 볼 수 있고, 두 다리로 걸어갈 수 있고, 길에 핀 꽃을 발견할 수도 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할 수도 있는데! 나에게 작은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오늘도 나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남편에게 내 행복을 담보로 잡혀두지 말고, 나 스스로를 직접 채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신의 한 수이다.







간장종지의 고군분투

타인의 선의에 거부감이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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