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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Dec 17. 2022

남편 없는 미니멀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우리 삶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나는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땐 부모님과, 20대는 할머니 댁에, 해외에서는 룸메이트와, 결혼해서는 남편과...

만약 내가 이혼한다면, 그때는 진정으로 혼자 사는 삶이 되겠지?


남편 없이 홀로 살이 2주째, 조금씩 적응이 돼가고 있다.


일단 나 혼자 살면,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할 것도 반으로 줄었다. 집안일에 신경 쓸 일이 훨~~~씬 줄었다. 


우리 집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 나만의 안식처가 되었다.







나는 집을 비우기 전 강박적으로 청소한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처음 보는 게 벌레일까 봐 ㅠㅠ 집안을 전부 비워둔다.


여행 다녀온 후 텅 빈 냉장고.

수납공간이 적어서, 빈 반찬 그릇은 그냥 냉장고에 두기도 한다. 어차피 냉장고도 비었으니 ㅎㅎ


밥도 한 솥 해서 데워먹을 수 있도록 소분해 두고,

미역을 잔뜩 볶아서,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도록 소분해 두었다.

이렇게 두고두고 먹으면 일주일은 거뜬하다. 밥해주는 사람 없어도 좀 살 만할 것 같기도 하다.




https://brunch.co.kr/@kim0064789/476







활동 시간대 chronotype 가 정 반대였던 남편이 없으니, 나는 나에게 맞는 생활 습관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남편과 나는 스튜디오에 살는데도 불구하고, 일주기가 정 반대였다. 

내가 지쳐서 퇴근하며 돌아오면 남편은 그때부터 활기가 도는 사람이었다.

내가 자려고 누우면 남편은 그때부터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출근하려 일어나면 남편은 그제야 잠이 들어 작은 소리도 방해받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남편이 없으니, 나는 아침을 일찍 시작하고 밤에 일찍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남편이 있을 때는, 회사에 가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남편이 없으니까, 사람 많은 회사에 가기가 싫다 ㅠㅠ


텀블러에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싸가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나 콜라를 

회사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다. 


여전히 평화로운 회사.

단순 서류 작업의 반복.


간식 먹으러 간다 ㅠㅠ




우연이 두 번 겹치면은 그게 우연이가?




그동안 귀찮아서 미뤄두었던 쇼핑. 사야 할 것들을 생각날 때마다 바로바로 주문했다 ㅋㅋ


사고 싶었던 것도, 한 번 생각날 때는 보류해뒀지만, 두 번 생각나면 그게 우연이가? 두 번은 필연!! 고민 없이 결제!







하지만 어차피 거창한 소비를 한 것도 아니고, 소소하게 생필품 정도를 구입했다. 


연말 분위기 나게 테이블 포장해 봄

구멍 나고 너덜너덜 해진 베갯잇 드디어 교체!

일회용 지퍼백 대용으로 사용할 실리콘 지퍼백 등등




남편은 일회용 지퍼백 매니아처럼 새 거만 쏙쏙 뽑아서 쓴다.


지퍼백이라도 깨끗이 씻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음식이 아닌 물건을 담을 때에는 재사용하는 거 쓰라고 해도

맨날 새 거만 쏙쏙 뽑아서 쓴다


지퍼백이나 비닐 많이 버리면 거북이가 먹는다고 잔소리하는데

"나는 재활용 재사용 대찬성이야!!" 

"나는 환경을 생각해!!"

말로만 말로만...


혼자 살면 이런 사사로운 일로 신경 쓸 일도 없겠지 







싱크대 위의 전등 커버가 두 번이나 떨어졌다. 혹시 이것도 필연?


떨어지면서 새롭게 깨진 부분 테이프로 대충 붙여두고 다시 끼워 놓음

한 번만 더 떨어져 봐랏. 그땐 부동산에 연락해서 고쳐달라고 해야지.ㅋㅋ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는 혼자 살기 인가...!


사람 한 명이 빠졌을 뿐인데

빈 공간이 정말 크게 느껴진다.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서로의 무게를 느끼며 함께 가는 것이 좋을까

혼자 가볍게 살다가 가볍게 떠나는 것이 좋을까?







https://brunch.co.kr/@kim0064789/314

https://brunch.co.kr/@kim006478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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