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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an 20. 2023

남편이 변한다고 내가 행복할까?

y ≠ x 부부일심동체 해체설

나는 5년 정도는 결혼생활을 해보고 이혼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1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보기로 기한을 잡았다. 만약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남은 2년을 우리의 행복을 위해 더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남편에게 일말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면, 남은 2년 정도는 이혼을 진행하며 나의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앞으로 내 인생에 법적 문제 소지를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결혼 3년 차, 우리의 부부관계는 변곡점을 마주했다. 처음 2년은 극으로 치닫는 하강기였다면, 내가 변화를 시도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어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증감 추세가 바뀌었다. -100에서 -10으로 올라오는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것도 상승이라면 상승이겠지.


남편이 변했으니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남편이 변한다고 내가 행복할까?


나는 공허했다. 만약 교수님과의 문제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최소 0에서 시작해 +90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가끔가다 나의 그런 마음이 표현되면 우리 사이는 그 즉시 다시 하락세를 그렸다. 그러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게 적어도 유지라도 되길 바라며 다시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나는 900을 부어, 90이 채워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이너스.


이게 최선일까?

나는 여기에 만족해야 할까?

더 나은 삶은 없을까?

불행하진 않지만,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또 다른 삶을 갈망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나와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사실은 정답이 아닐까? 혹시 그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까?




만족하는 법


1. 마이너스를 인정할 때


우리에겐 교수님 문제만 없다면 싸울 일이 없었다. 그래서 교수님에 대한 언급을 일절 안 하니 몇 달 동안 전례 없던 평화가 찾아왔다. 이 평화는 너무나도 실제처럼 느껴져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끝난다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남편은 여전히 교수님과 이메일로 연락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나는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알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우리도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만큼 가까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남편과 교수님이 여전히 연락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자, 나의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 같은 크나큰 절망감을 느꼈다. -10에서 -100으로 다시 떨어지는 건 90을 잃는 것이지만, 나는 900을 쏟아부어 90을 겨우 얻었는데 다시 -100으로 떨어지니 1000을 잃는 기분이었다.


더 가관인 건 남편의 반응이었다. 남편은 자신의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데, 왜 나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바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 사람과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구나. 개인주의 남편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이 인간은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죄책감도 못 느끼는구나. 어쩌면 남편은 교수님과 평생 연락을 이어가겠구나...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깨달은 점은 남편의 말이 맞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표면적으로만 드러나는 남편의 행동에 나의 감정과 행복을 의존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편이 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는 행복해했고, 나 모르게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불행해졌다. 남편의 행동에 따라 내 감정이 얼마나 널뛰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그래프 상의 수식이 아니었다. 나는 나대로 굳건한 하나의 축이 되어야 했다. 내가 남편에게 마이너스를 씌워 나까지 마이너스로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 관계 중심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남편은 교수님과 연락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이 연락에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게 해야 한다.


차라리 그때 바로 알게 됐더라면 더 나았을까? 몇 달 전에 느꼈을 그 배신감과 좌절감이, 그 사실을 모른 채 지나온 날짜만큼 제곱되어 현재를 짓눌렀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까? 지금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 나를 더 괴롭게 할까?


나는 현재를 살아내야 했다. 몇 달 전 어느 날에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했는데, 그 과거에 내가 몰랐던 일을 지금 알게 됐다고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냥 인정해야 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도 결혼을 유지하기로 선택했다면 계속 노력하는 것이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이혼을 선택하고 싶다면 이혼을 하면 되는 것이다.




2. 플러스도 인정할 때


남편이 교수님과 여전히 연락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행복하기가 두려웠다. 지금 이렇게 좋아하다가 나중에 또 배신당하면 어떡하지?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을까? 그리고 남편이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도, 어차피 뒤에서는 교수님과 연락하고 있겠지, 어차피 나에게 상처 주고도 죄책감조차 못 느끼는 인간이겠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남편이 여전히 교수님과 연락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순간에는 행복했다는 그 과거 만으로 나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리고 그 시기에 남편과 나눴던 대화나 남편과 보냈던 평화로운 순간들이 모두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었다. 단지 내가 그 사실을 몰랐다가 알게 되었다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때 행복하다고 느꼈다는 건 분명 남편이 노력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아마 남편 입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교수님 문제가 없었더라면, 내가 먼저 정말 좋은 남편이라고 믿었을 텐데. 어느 순간 나는 현재의 남편이 보이는 최선이라 할 수 있는 노력을 폄하하며, 나도 남편도 교수님도 어찌할 수 없는 과거의 일에 목매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관계를 갉아먹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지금도 눈 한 번 깜빡하면 과거가 된다. 과거가 될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


(남편은 나를 배신했었지만) 오늘은 저녁을 차려줘서 고마워.

(남편은 나에게 상처를 줬지만) 내 생일에는 축하 카드를 써줘서 감동했어.

(남편은 나에게 거짓말했었지만) 우리 관계에 최선을 다해줘서 고마워.


현재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면을 기억에 남길지 내가 결정해야 한다. 현재의 장점도, 노력도, 긍정적인 면도 모두 인정할 줄 알아야 했다. 마이너스도 인정하지만 플러스를 보기로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남편의 노력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시야를 넓혀서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실제 했던 노력들

1. 대화

- 말하는 법

- 듣는 법

2. 감정

- 알아채는 법

- 표현하는 법

3. 현재

- 최선을 다하는 법

- 만족하는 법

4. 배우자

- 인정하는 법

- 존중하는 법

5. 행복

- 기대하는 법

- 허용하는 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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