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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Feb 06. 2023

우리 싫어하는 거 말고 좋아하는 거 얘기해요!

내가 매일 거울 보며 하는 다짐




몇 년 전, 저는 우울증을 진단받고 힘든 시간을 보냈었어요. 어느 순간엔 뭔가 묘하게 다른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제 의식이 몸에서 빠져나와 저를 가만히 내려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이 공간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참으로 허무하면서도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자꾸 찾아왔어요.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짐했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이렇게는 살고 싶지는 않은데,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제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제가 재밌어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저의 취향과 선호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것만 고치면, 저것만 바꾸면, 그것만 아니면,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면을 콕콕 집어내고 있었죠. 당연하게도, 회피적인 태도로는 행복을 얻을 수 없었어요.


제게 필요했던 건 생각의 전환이었어요. 이것만 고친다고 할 때, 무엇을 어떻게 고치려는지 그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였어요. 원하지 않는 상황 말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상황은 무엇이었을까요? 저것만 바꾼다고 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기를 원하는지를 상상해 보아요. 단점을 아예 생각하지 말고 어떤 장점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나요? 저걸 바꿔서 어떤 효과가 나길 기대하나요? 그것만 아니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내 앞에 무한한 선택지가 주어졌다고 가정하고 말이에요. 어떤 이유로 무엇을 기대하며 그런 결정을 하셨나요?


저는 남편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남편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으로 몰랐어요. 힘들면 공감해 주고 울면 위로해 주고 인지상정인데! 그래서 질문을 바꿔 고민해 보았어요. 나는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을까? 나는 남편이 어떻게 반응해 주길 원할까? 나는 남편에게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을까? 그리고 남편에게 제 바람을 표현했어요. 남편이 무슨 잘못을 했고 무엇을 고쳐야 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생략하고, 내가 원하는 것만을 전달했어요.


“내가 울고 있을 때 당신이 그냥 안아주기만 해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출근할 때나 자기 전에 시간을 정해두고, 우리 서로에게 하루에 한 번은 고맙다는 표현을 하자.”

“이곳은 외국이니까 당신과 항상 연락이 됐으면 좋겠어. 방해금지모드를 하더라도 내 전화는 받을 수 있게 설정해 줄 수 있어?”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아주 천천히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발길을 내딛을 수 있었어요. 조금씩 조금씩 긍정적인 기억으로 채워갔어요. 처음엔 고작 이것 밖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5년 10년 후에는 내가 간절히 바랐던 그 모습이 이미 이루어져 있을지도 몰라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다짐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중에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지금 당장은 조건이나 능력이 되지 않아 포기했던 일들도 언젠가는 이루어 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도 원망도 없어요.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나에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가져요.




우리, 질문을 바꿔 보아요.


무엇을 가장 좋아하세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뭔가요?

취미는 뭐예요? 일상에서 재밌는 순간들이 있나요?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장소나 시간이 있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좋아하시나요?

생각만으로도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꿈이 있나요? 어떤 일을 할 때 열정이 발휘되나요?

싫어하는 거 말고 좋아하는 거 얘기해요 : )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탐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이 달에는 순차적으로 앞선 작가님이 지정한 문장을 포함하여 글을 이어가는 글쓰기 릴레이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받은 문장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짐했다.>입니다. 그리고 제가 다음 작가님께 드릴 문장은 <질문을 바꿔 보아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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