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Feb 12. 2023

개인주의 남편, 가장 큰 무서움이 뭔지 알아?

끝났어 끝났어.

환승연애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연인사이에 상대가 귀여워 보이는 게 진짜 무서운 거라고 한다. 다 필요 없고 귀여우면 끝났다고. 귀여움은 못 이긴다고.


부부사이에는... 상대가 불쌍해 보이는 게 진짜 무서운 것 같다. 안쓰럽고, 짠하고, 마음 쓰이는 불쌍함. 이 사람을 너무 잘 이해해서, 이 사람이 처한 상황이 너무 가여워서,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런 불쌍함. 다른 모두가 이 사람을 형편없이 볼 때, 남편이 이제껏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지금도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그 진심이 나는 느껴질 때. 하루종일 삽질하고 들어와 대판 싸웠어도, 등 돌리고 잠든 그 새근새근 한 숨소리가 들리면 묘한 안도감이 들 때.


큰일 났다. 남편이 불쌍해 보인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가정환경 속에서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했을지 나에게는 보인다. 당연한 듯, 초월한 듯, 언뜻 담담해 보이지만, 그의 내면의 갈등이 보인다. 그래 너도 인간인데 어찌 그런 마음이 없겠냐만은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라면 도망갔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미 도망 나왔다. 그런데, 감히 내가 남편을 평가할 수 있을까?


큰일 났다. 남편이 이해된다.

남편의 열등감과 자격지심까지 이해된다. 그 행동이 너무 답답하고 원망스러워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입장이 이해된다. 남편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마음이 살짝 열린 문 틈으로 아주 조금 보인다. 자신의 삶에서 겨우겨우 스스로 행복을 찾아내고 간신히 숨 쉬며 살고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더 힘들었을 텐데.


큰일 났다. 나도 남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을 너무 잘 알아서, 그냥 남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법인데, 결혼했다고 해서 무장해제 시킨다면 불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하니까” 이별한다는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우리가 아무리 서로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서로 원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또는 우리 둘 다 최대한의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서로를 위해서 헤어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이 납득이 된다.


남편이 불쌍하다...

남편의 무의식이 이제는 이해된다. 아, 너는 이런 배경이 있구나, 이런 생각이 있구나, 이런 바람이 있구나... 그래서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는구나. 어쩌면 네가 나와 결혼하기로 선택한 것도 이런 마음이었나 보다. 내가 너와 결혼하기로 선택한 것도 나만의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그걸 몰라줬구나. 내가 그걸 모르고 너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구나.








남편이 말했다.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후회된다고.


어쩌면 본인도 알고 있었나 보다. 다만 인정하기 싫었을 뿐. 내가 팩트 폭행 날려도 그 알량한 자존심에 고집부리던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선택을 보호하기 위해 반박할 말을 먼저 생각하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으로 흐르게 됐었는데.


내가 아무리 맞는 말을 하더라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내가 잔소리를 멈춰야, 자신의 양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나 보다.


그렇다면 잔소리 말고 어떻게 말할까?




Men are more ready to repay an injury than a benefit, because gratitude is a burden and revenge a pleasure.
- Tacitus


1. 대화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여자 말은 항상 옳다, 아내 말은 틀린 적이 없다, 물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만, 전제를 바꿔야 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

여자 말은 항상 옳다, 아내 말은 틀린 적이 없다

-> 나는 너를 위한다. 너의 선택을 존중해.

->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 그럼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걱정되는 건 이런 부분이야.

-> 이거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까?

-> 그러면 저런 방법은 어떨까? 네가 하고 싶은 이것도 할 수 있으면서 더 시간 효율적일 것 같아.

-> 너는 어떻게 생각해? (반복)

━━━━━━━━━━━━━━━━━━━━


인간의 본성은 은혜를 갚기보다 원수를 갚는 것이 쉽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은 짐이 되지만 복수는 기쁨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우리의 대화에서 남편이 나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던가, 억지로 내 말을 들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너의 선택이고,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의도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


만약 남편의 선택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또는 거봐 내가 그렇다고 했지! 하는 태도는 삼가야 한다. 남편에게 나를 원수로 만드는 말이라 나에게 복수의 칼을 갈지도 모른다.


          언어감지          ⇌          남편어     

━━━━━━━━━━━━━━━━━━━━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내가 그렇다고 했지! 내 말이 맞지!

-> 나는 너를 위한다. 너의 선택을 존중해.

-> 너는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

-> 이거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위에 거 반복)

━━━━━━━━━━━━━━━━━━━━




People want to be amused, not preached at, you know. Morals don't sell nowadays.
<Little Women>


2. 말을 아낀다.


<작은아씨들> 의 등장인물 중 작가인 둘째 딸이 글을 기고할 때 들었던 평이다. 전쟁이 끝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지 심각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교훈은 안 팔린다고.


우리가 어렸을 때, 안 그래도 공부 좀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 갑자기 더 하기 싫었던 것처럼... 잔소리는 안 하는 게 최선이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얼마나 남편에게 상처일지는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너무너무 답답하단 말이지.


          언어감지          ⇌          남편어     

━━━━━━━━━━━━━━━━━━━━

야 너 호구야

-> 나는 너를 위한다. 너의 선택을 존중해.

->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 상황이야.

-> 너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뭐야? 너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돼?

->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어떤 일이 먼저일까?

->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위에 거 반복)

━━━━━━━━━━━━━━━━━━━━


대화의 목적은 행동의 변화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보다 해야 할 것을 알려주기.

틀린 것보다 옳은 것을 짚어주기.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

내 의견을 알리기보다 상대가 바람직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도록 도와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kim1206478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싫어하는 거 말고 좋아하는 거 얘기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