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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22. 2023

‘답정너’에게 바치는 헌정사

당신의 마음을 제가 몰랐습니다...

뾰족뾰족한 선인장도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귀여운 매력이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곁에 있는 사람을 실기 시험을 치르는 학생으로 만들어 버린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너는 그 답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는 끊임없이 실패하며 결국 시험 감독관의 매서운 눈초리를 견디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아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 베르벨 바르데츠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인 답정너

‘빙그레 웃으며 대놓고 기분 나쁠 말까지 다 하는 썅년’인 빙썅

‘자기의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와 젊꼰

‘웃자고 하는 말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진지충, 씹선비

‘눈치 없는 새끼’의 줄임말인 눈새...!


대화에는 정말 여러 가지 빌런들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모두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간절히 원하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들리길 바라는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의 차이 때문에 화자와 청자가 서로 소통하지 못할 때도 있고, 각자 원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수용하지 못하니, 이런 빌런들이 등장한 게 아닐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불평불만만 하는 대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대화, 

둘이서 각자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대화... 


나에게는 그런 대화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대화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 누군가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그 부정적인 기운에 잠식되고, 누군가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했었다. 


이제는 안다. 그냥 하소연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상황을 낮춰 표현할 수도 있고, 고민 상담을 하면서 이제까지 자신이 노력해 온 과정을 인정받고 싶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쩌면 내가 해왔던 대답은 말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의사소통의 책임은 청자와 화자 모두에게 있다. 그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부드럽고 포용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자는 분명히 있다. 나는 내가 대화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직도 그 능력자가 되기에는 한참 인가 보다.




내가 고려해야 할 점은 나의 대답이 아니라 상대의 의도였다는 단순한 진리를 최근에 많이 깨닫는다. 


상대가 나에게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상대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

상대는 어떤 부분을 내가 들어주길 바라는지

상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런데 눈치 없고 센스 없는 내가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것이다. 간절하게 나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상대의 마음을 몰라줬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그들의 시선에서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매번 나~~중에서야, 심지어 두세 달이나 2-3년 뒤에서야 문득 생각이 난다. 멍 때리고 있다 보면 “아, 혹시 이런 말을 듣고 싶으셨을까?” 생각이 든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만난 분들이라 혹시나 몰라서 못할까 봐, 또는 중차대한 문제가 생길까 봐,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십중팔구는 고맙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상대가 원하는 것이 공감뿐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보인다. 예를 들어 단체카톡에서 콕 집어서 답변하는 말들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이 이런 말을 듣고 싶었구나, 하고 뒤늦게야 알게 된다.


나는 지금은 상대의 말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머리가 꽃밭이고 싶은데 아직까진 자연스럽게 안 돼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니까 ㅜㅜ 상대의 의도를 너무 알려고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오해를 사거나, 이렇게 저렇게 변수와 상황을 생각하다 보니 상대의 마음까지 꼬이게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의미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쏟아서,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눈치를 키우는 연습을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꼭 그 순간에는 안보일까?! ㅜㅜ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딱 해줬을 때, 그가 만족해하거나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게 나에게는 기쁨일 것 같다. 차라리 나에게 딱 말해주면 그대로 해줄 수 있는데,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대놓고 표현해도 괜찮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줏대 없이 상대의 말에 흔들리거나,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내가 나의 중심을 잘 잡고, 알아서 사리분별하고, 스스로 가치판단 하며, 그렇게 자기 자신을 보호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의 공감능력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상대에게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도 품어낼 수 있는 것.


누구라도 자신이 뽐내고 싶은 상황에서는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고 싶다. 굳이 돌려 말하지 않아도 순수하게 나는 축하해주고 싶은데... 기쁜 일을 나누고 자랑도 하고 축하도 받는 그런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꼭 겸손하지 않아도 되니까, 일상의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를 편하게 안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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