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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13. 2024

올 젠더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든 잡다한 생각들

근심을 푸는 그곳, 해우소



공중 화장실 문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인류 역사적 문명발달의 척도이자

사회 구성원의 교양의 상징!

모든 인간 앞에 평등한 권리이자

생명과 존엄성을 지켜주는 성소!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게 해 주어 삶의 질을 향상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공중보건의 최일선에 위치하며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아름다운 공간!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 줄 우리 사회의 역할이 아닐까.

문명화된, 안전한, 사회의 역할.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대두된 화장실. 이름하야 올 젠더.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되시겠다. 성 중립 화장실, 혼성 화장실, 공용 화장실, 모두의 화장실 등으로 번역된다.


올 젠더 화장실은 세면대와 좌변기가 있는 평범한 공중 화장실이다. 차이가 있다면 모든 칸의 문이 완전히 닫히고 잠긴다는 점. 어떤 곳은 분리된 공간에 소변기만 따로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그 올 젠더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든 잡다한 생각들을 좀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겪은 미국 화장실 특징

1. 칸이 크고

2. 변기가 높으며

3. 문 틈이 넓다.


이 문은 닫아도 뻥 뚫려있어 안이 훤히 보인다. 문 위아래 양 옆 사이에 넓은 틈이 있다. 변기 쪽만 간신히 가린달까. 지나가면서 보면 어느 칸에 누가 사용 중인지도 다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이는 미국식 경계와 배려의 표현이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에게는, 화장실 안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일정한 경각심을 갖게 해 타인에게 나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적당한 가시성과 접근성으로 비상사태일 경우 도움을 주거나 받을 수도 있다.




역사는 돌고 도는가.

다시 화장실 문이 위아래 양 옆으로 꼭꼭 닫히기 시작했다. 올 젠더니까.

앉아서 싸고, 서서 싸고, 변기 커버 올리고 내리고의 논쟁을 다 끝내버린다. 올 젠더니까.


올 젠더 화장실은 좌변기와 소변기, 세면대까지 모두 한 칸에 위치한 단독 구조의 화장실에서 시작했는데, 공중화장실을 모두 1인실로 만들 수는 없으니 공간 구성에 따라 다양한 구조로 지어졌다.


당연히 찬반 논란이 많다. 기존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반면에 이를 악용해서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문이 완전히 닫힘으로써 혼자 사용하는 화장실 공간을 오롯이 쓸 수 있다는 안전함이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가장 무방비로 앉아있을 그 좁은 공간에 누군가가 침범한다면 그 공포심이란 정말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문이 완전히 닫혀 밖에서 보이거나 들리지 않으니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고, 밖으로 도망갈 수 조차 없으니까.




유명 작가는 올 젠더 화장실이 지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고, 차별적인 언어 사용으로 비판을 받아왔다고 한다. political correctness 가 문제의 본질을 흐려버린 것 같다. 올 젠더 화장실을 만들 때부터 예측 가능했던 범죄 가능성을, 별다른 예방 조치도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무분별하게 화장실이 개조한 결과이다.


안전한 화장실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올 젠더 화장실뿐만 아니라 여자/남자 화장실도 유지한다던가, 올 젠더 화장실 칸마다 SOS버튼을 두고 보안을 강화한다던가, 1인 단독 화장실로만 운영한다던가, 성관념에 대한 교육과 또 그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배려까지,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화장실, 그 화장실을 대하는 문화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위생관념은 차원을 달리하는데...


미국에서는 코로나 때 휴지 대란이 있었을 정도로 화장실에 휴지가 있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여긴다. 그러니 공중 화장실에서도 역시 그 화장실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휴지를 비치해 둬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중 화장실은 당연히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이지만, 마약중독자들이 밀집한 구역에서는 공중 화장실의 휴지 칸을 열어보면 주사 바늘을 닦은 흔적도 있다고 한다. ㅎㄷㄷ 그래서 관리가 안 되는 화장실은 그냥 폐쇄해 버린다고 ㅠㅠ


또한 서양에서는 공중 화장실이 더럽다는 인식에 세면대 역시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양치나 치실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으로, 양치를 하기에는 공중 화장실이 더러워서 양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치하는 것이 입 안을 깨끗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반대로 더러운 곳에서 양치하면 더러워질까 봐 안 한다니, 이런 시각의 차이점이 흥미롭다.


변기 뚜껑에 대해서도 관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변기에 물을 내릴 때 물방울과 함께 세균이 튀기 때문에 꼭 변기 뚜껑을 닫고 내리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 공중 화장실은 변기 뚜껑 자체가 없다. 뚜껑이 있으면 관리 및 수리 등의 비용이 발생하고, 뚜껑을 닫고 변기 위로 올라간다던가, 변기 위에서 잠든다던가 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해우소.

번뇌를 내려놓는 그곳

근심을 푸는 그곳


아직까지도 어떤 나라에서는 화장실이 부족하고, 또 어떤 나라에서는 범죄가 많이 위험을 무릅쓰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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