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셋째 주
우리가 월셋집 계약하기 전까지 살고 있는 에어비앤비. 시애틀 근교 위성도시 느낌의 개발 주택 단지에 위치해 있다. 다운타운에서도 멀리 떨어진 주택가라 밤에는 조용하고 낮에는 가족들 소리가 들리는 작은 마을. 주변에 마트도 없고 식당도 없고 카페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진짜 주택들만 모여있다.
그 대신 집 안에 다 있다. 주방도 풀 세팅, 홈 카페, 6인용 식탁도 두 군데, 거실에 소파 세트, 영화관 티비에 리클라이너 체어까지. 1층에는 주방과 거실이, 2층에는 방이 4개가 있다. 에어비앤비로 활용하기에 최적인 듯하다. 와, 지금 우리가 한 달에 얼마를 내는데 방이 두세 개를 세 놓으면 수입이 얼마야 ㅜㅜ 물론 세입자가 항상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시 부동산인가.
밥 하거나 빨래하려면 무조건 1층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해서 호스트 가족분들과 다른 방 세입자분들과도 자주 보게 된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호스트 가족
에어비앤비 호스트 분은 은퇴하신 부부. 미국에 이민 오셨을 때 처음 마련한 하우스라고 한다. 아들이 셋이었나 딸도 있었나, 다 큰 자식들 내보내고 에어비앤비를 하신다고. 아들 하나는 건너편에 살고 있고, 다른 하나는 본국에 사는데 잠시 방문 중이라, 집에도 자주 온다. ㅋㅋㅋ
지난 일요일, 아버지의 날을 맞이하여 아들들이 모였었다. 그중 한 명이 다음 달인가에 결혼한다고 해서 결혼식 계획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화상통화로 멀리 있는 가족들과도 안부 인사 하는 모습에 내가 다 감덩받을 뻔. ㅋㅋㅋ 이민인가 유학인가 오신 다른 친척분들도 찾아오시고, 가족 전부가 정착해서 잘 지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1번 방
이 방은 에어비앤비에 올라와 있긴 한데 아마 가족이 쓰는 방인 거 같음. 스크럽스를 입고 퇴근하는 모습만 봤다. 주차된 차로 추측하건대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 혹시 의료종사자 또는 관련 학생이실지도 모르겠다는 추측. 그래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암튼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멋있다.
2번 방
우리 바로 옆 방에 계시는 분은 비행기 회사 엔지니어시라고. 본사에서 1년 정도 일하게 돼서 에어비앤비에 지내신다고 한다. 5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그전에 일어나시는 분.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셔서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신다. 토요일 아침에는 빨래하시고, 매일 저녁 6시쯤 요리하신다. 진짜 시계처럼 규칙적이셔서 대단하게 느껴진다.
3번 방
마지막 방은 우리, 뭐 거의 백수다. 여기 중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제일 길 듯. ㅋㅋㅋㅋㅋ 방에는 스마트 티비가 있는데 이전 게스트가 로그인 해놓은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한국 영상들 보다가 로그아웃 당했닼ㅋㅋㅋ 티비로 아마존에서 <파묘> 도 봤는데 무서워 죽는 줄. ㅜㅜ 그 외에는 매일 별일 없는 일상들이 방을 채운다. 먹고 자고 x 14일의 여정ㅋㅋㅋ 앞으로 반 남았다.
화장실
언제부터인가 화장실 천장에는 거미 한 마리가 산다. 처음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몰랐는데 조금씩 자리를 바꿔 다니는 걸로 보아 분명히 살아는 있는 듯. 천장이 엄청 높아서 약간의 거리감 덕분에 기겁할 정도는 아니지만, 벽 타고 내려오면 좀 무서울 것 같다. ㅋㅋㅋ
이 주택에는 창문이 많아서 참 좋다. 그리고 특이하게 다락이 없고 지붕에 작은 창문이 나 있다. 두 군데, 계단 위에 하나 화장실에 하나. 그래서 해가 긴 요즘에는 불을 켜지 않아도 저녁 늦게까지 햇빛이 가득 들어와 집 안이 밝다. 특히나 화장실에 앉아서 위를 보면 구름이 지나가는 것도 보이고, 눈부신 자연광으로 거울을 보면 더더욱 현실적인 민낯도 보이고, 암튼 좋음. ㅋㅋ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 같다.
에어비앤비는 아무래도 호텔과는 달라서, 각자가 사용한 공간을 스스로 치워야 한다. 처음에는 화장실이나 주방이 지저분해져 있으면 내가 이러려고 에어비앤비 사나 자괴감 들어 ㅋㅋㅋ 했는데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사용할 공간, 내가 쓰기 전에 나를 위해 깨끗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사실 치우기 싫으면 청소 안 해도 된다,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뭐. 그런데도 내가 깨끗한 공간을 쓰고 싶고, 깨끗한 공간이 나를 기분 좋게 하니까, 큰 일도 아니고 살짝 청소하면 되지. 우리 집이었으면 때 빼고 광 내고 했을 텐데.
사람 여섯 명에 거미 한 마리가 사는 집.
지금은 우리 집.
에어비앤비에서 만들어 먹은 한식 퍼레이드 ~~ 밀키트 최고!!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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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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