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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l 28. 2024

결혼 6년 만에 다가온 신혼

7월 근황

7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정말 많은 일들이 물 밀듯이 일어났고 물 들어올 때 허겁지겁 노를 젓느라 간신히 버텼다. 하루하루가 순삭 되어 날아가버리고 눈 깜빡 하니 7월이 끝나 간다.


같이 노를 젓다 보니 전우애가 생겼나, 이제는 웬만한 일들은 같이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애틋함까지 느껴진다. 더 이상 나 혼자서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로서, 팀워크를 발휘해 줄 사람이라는 신뢰감. 우리가 너무너무 어렵게 고되게 얻어낸,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과이다.


우리의 생활도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꿈꿔왔던 신혼이 이루어진다면 요즘과 같을까. 새로운 시작을 그렇게나 갈망했었는데, 그동안 바라고 바랐던 일들이 모두 이루어진 지금이 진짜 신혼 같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Life couldn't get better~~ 랄까.




다시, 신혼


지난 6년을 기억에서 다 지우고 여기서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상황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할 수 있었을까? 그래, 과거를 지울 수는 없겠지. 과거의 우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준 거겠지.


만약 내가 퇴사를 지르지 않고, 억지로 이전 집에서 계속 머물렀더라면 어땠을까? 행복했을까? 이렇게 좋은 환경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 채.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로, 그래 이만큼으로도 충분하다 스스로를 설득하며 지냈을까?


사실 두려웠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이사를 감행했을 때. 그리고 이사 와서도 집도 절도 없이, 직장도 수입도 보험도 없이 지냈을 때.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아예 현실을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 모든 불안과 불운을 보상받는 듯한 타이밍을 하사하였으니...


이 브런치 글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7월에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 역시도 상상도 못 한 결과이다. 글쓰기 덕분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내가 바라는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으면서, 그리고 그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이루어진 순간을 알아차리고 감사할 줄 알도록! 모른 채 넘어가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작은 일에도 행복할 수 있기 위해!







다시, 시작


사진은 4th of July 불꽃축제. 커다란 호수공원에서 불꽃을 보았다. 해가 지지 않는 북쪽이라 10시에 시작 예정이었는데도 날이 훤했다. 확실히 밝으니까 불꽃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애꿎은 오리들만 놀라서 저 큰 호수에서 왔다 갔다 ㅠㅠ


날이 조금 어두워지니 불꽃이 빛났다. 본연의 색을 찬란하게 보여줬다. 그러게, 다 때가 있었나 보다. 남편이 반짝일 때가, 내가 그 빛을 볼 수 있을 때가.


나 역시 많이 달라졌다.


외벌이였을 때는 출근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받고 압박감이 있었는데, 맞벌이인 지금은 출근길도 평온하다.

집안일도 갇혀있는 것처럼 숨이 막혔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살 집, 우리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즐겁다.

하루종일 웃을 일이 하나도 없고 어디론가 도망가고만 싶었는데, 지금은 집에만 있어도 할 게 너무 많다.


내가 원래 예민 보스에 발작 버튼에 히스테릭한 게 아니었다.


부부간에 마땅히 나눠야 할 짐을 혼자 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내가 받고 싶은 사랑에 결핍돼 있었었기 때문이고,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어떻게 이뤄나갈 수 있을지 실천에 옮겨야 했던 것뿐이었다.


나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나도 다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진심으로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겪었기 때문에 주변의 누군가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명백한 상황이라면 그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의 미학


나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 공간, 사람, 분위기, 사고방식, 생활 습관까지.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안전하다 느낄 수 있어야 하는 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무조건 새 거가 아니더라도 잘 관리되고 정갈한 공간, 간소하고 단정한 살림,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으니까.


이전 집에서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활하고 싶었어도 매일매일이 비관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집이었고, 지금 내 삶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역시 집이다. 우리 집. 에어비앤비를 전전하던 끝에 찾은 집. 그동안 봐온 집들 중 나의 1순위 었던 건물에 위치한 집이다. 하자가 있어서 계속 공사가 잡혀있지만 ㅠㅠ 90도가 넘는 날씨에 이사해서 일주일 내내 손가락이 붓고 손목이 시큰하도록 열심히 청소한 집이다. 벌써 집 뺄 때 아쉬울까 봐 마음이 아픈 집 ㅠㅠ







인생 2막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니,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더러워 보여서 비우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집이나 사무실을 장식하고 싶어지고

매 달 마이너스였던 가계도 이제 둘이서 버니 연금 저축도 들 수 있고

자극적이지만 확실한 불량식품만 찾다가 건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고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다 갖추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리가 6년이 걸려 올라온 지금의 삶의 질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겠지. 나는 정말 무모했구나. 왜 사서 고생을 했는지... ㅠㅠ


이제는 더욱 성숙하게, 더욱 생산적이게, 더욱 건강하게, 나를 돌봐야지.

내가 행복할 수 있게 스스로 노력해야지.




이곳은 일주일 더웠다가 다시 추워졌다. 밤에는 추워서 담요를 덮어야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차고 샤워하러 가기가 싫어지는... 하와이로 치면 완연한 겨울 날씨. ㅋㅋㅋ


그렇다. 추워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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