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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08. 2024

의지박약자의 완벽한 계획

9월 근황

나는 새로 태어났다.

지난달의 나는 없다.

새로운 달, 새로운 시작.

일상을 되찾고 오늘부터 갓생을 살 것이다.

(결국은 맨날 새로 하는 다짐 ^^;)


그런 의미에서 되돌아보는 9월.




회사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일들에

내가 중심을 잃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에 따르는 원인과 결과는 무엇인지

누가 연관되었고 어떤 상관이 있는지

파악할 틈도 없이 휩쓸려갔다.


결국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는 데 급급해지니

내 마음을 되돌아보고 돌봐주거나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버거워졌다.


그런 상황이 원망스러웠고

그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사람들이 원망스러워졌었는데


그 상황에서 뭔가를 ‘해결’하려는 나의 노력이 쓸모없었음을

굳이 내 일도 아닌데 붙잡고 있었던 내가 미련했음을

내가 나서지 않아야 맡은 이가 하게 될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결국 내가 나를 그 상황에 처하도록,

총알받이 욕받이가 되도록 나 스스로를 만들었다는 거.


이제 알겠다.

내 월급은 그 일까지 하라고 주는 월급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금액이 너무 적으니까.


받은 만큼만 한다.

아주 간단한 이치인데 내가 몰랐다.







이제 할 일을 하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그런 회사생활이 불안정하니 일상조차 무너진다.


요리할 시간이나 체력이 없어서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게 되고,

회사 일을 최대한 생각하기 싫으니 드라마나 티비를 계속 보게 된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마트에서 이것저것 쟁여놓고 인터넷 쇼핑도 계속하게 되고,

청소 빨래 설거지도 계속 쌓여 있어 집안에 들어와서도 편하지가 않다.


일상에 안정화

루틴이 필요하다.


일단 계획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계획하며 글쓰기

저녁에 숙면을 위해 간단한 운동 하며 마무리하기


완벽한 계획인데 지킨 적이 단 하루도 없달까 ㅠㅠ







한국마트, 곱창집, 미용실, 도서관, 그리고 치과를 찾으면 정착했다 할 수 있겠다.


셋 다 일단 찾긴 찾았는데,

차로 가야만 하는 위치에 비싸긴 또 너무 비싸서 아끼고 아껴서 가야 할 듯.

지난달엔 스트레스받아서 폭주했다 ㅠㅠ


곱창과 대창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식당.

진짜 귀하디 귀한 식당인데 맛도 있다 ㅠㅠ 또 가고 싶어...


처음 가보았던 미용실,

머리 너무 마음에 안 들었는데 하필 면허증, 사원증 이곳저곳 사진으로 박제됨 ㅠㅠ 망할.


한인마트에는 김치도 종류별로 파는데

열무김치 소분해 두고 김칫국만 따로 모아 놓았다 ㅠㅠ

속 터질 때 벌컥벌컥 마신다...







최근 가장 재밌게 봤던 드라마!


<아이 러브 유>

<손해 보기 싫어서>


다들 회사 다니면서 어쩜 저렇게 열심히 살고 이것저것 해내는 걸까 ㅠㅠ

나의 워너비 커리어우먼들!!!


스트레스받아서 한 번 게으름 피우기 시작하면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데... ㅜㅜ

점점 멀리 갈수록 다시 되돌아오는 길이 더 멀어진다.


공원을 산책하고

자연을 가까이하고

마음을 비우고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다 머리로는 아는데 말이지.


언젠가 되돌아가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지금은 너무 힘드니까 하는 자기 연민에

점점~~ 더 멀어지나 봐~~~







9월 초는 남편이 시댁 가서

혼자 남은 나는 한동안 라면을 먹었다 ㅠㅠ


남은 달에는 남편도 바빠져서

거의 사 먹거나 서로 요리하라고 미루거나...


하 진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밥 해 먹는 게 제일 힘들다.







9월 마지막 주말의 일탈

17분 전 올라온 친구의 피드를 보고 급 만남.


요즘 소셜미디어가 잘 돼있어서 너무 신기하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바야흐로 22년 전 중학교에서 처음 만나 이름 순번 5번, 6번으로 앞 뒤 자리에 앉았더랬다...

친구도 전학 가고 나도 전학 가고 대학 가서 다시 만나

나 영국에 있을 때 샛노란 봉투에 해외우편으로 손편지까지 보내주고 (라떼는 손편지였단 말이다...)

친구 미국에 있을 때 내가 여행 가서 관광 엄청 시켜주고 (윌리엄스버그가 유명해지기도 전에 데려가 줌...)

친구도 외국 살고 나도 외국 살고 어쩌다 한국에서 한 번 만나다가 (영화관에서 매드맥스를 보았습니다...)

시애틀에서 10년 만에 다시 만남... 와우.


나중에 할머니 돼서도 계속 만나면 재미있겠다 ㅠㅠ 헤헤 제발 나랑 만나줘...!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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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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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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