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무 달라’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

by 뚜벅뚜벅

방송가에는 개성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존경스럽고 닮고 싶은 스타일도 있지만

간혹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른데 소통도 어려워

두 번 다시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좀 달랐다.


‘스타일은 참 나랑 다르단 말이야’

몇 년을 같은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그녀는

일하는 스타일은 물론 좋아하는 드라마나

음식점 분위기, 패션 스타일도

나와는 너무 상반된 성향을 가졌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나와 그녀가 비슷하다며

닮은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뭐지? 같이 찍은 사진을 봐도

비슷한 구석이 없는데 어디가 닮은 걸까?'

그녀도 나도 공감하지 못하는 쪽이었지만

마스크를 쓴 이후로 더 자주 “00 작가 아니에요? “라며

헷갈려하는 인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니 우리는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크게 다툰 일이 없었다.

다른 생각 때문에 부딪칠 법도 한데

추진방향이 달라도 큰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차분한 어조로

조목조목 논리를 펴는 것을 들으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집어낸 것 같은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때로는 질투가 생길 정도로 부러웠으니 말이다.


그녀도 내 아이디어를 무시하거나 흘려듣는 일이 없었다.

추진방향에 도움 되는 자료를 같이 찾아주거나

생각의 배경에 대해 묻기도 하고

내 스타일대로 구성해보라고 응원해주는 편이었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이런 전개 좋다”

“재밌어서 끝까지 보게 됐어” 라며

아쉬운 부분보다는 애쓴 점을 잘 찾아내서 격려해주고

일에 지쳐 성난 마음까지도 잘 다독여줬다.

우린 환상의 짝꿍처럼 서로 부족한 점은 보완하며

든든한 조력자로 일했다.

덕분에 같이 만든 프로그램의 반응도 좋았고

보람도 있었다.


그녀와 사람들은 왜 우리를 닮았다고 할까? 에 대해

이야기했던 날이 떠오른다.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연결고리가

우리를 단단하게 이어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은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떨어져 있어도

답을 찾기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며

나에게 영감을 주는 동료라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동료였을까
혹시 받기만 한 것이 아닌지
나의 태도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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