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혼자 잡아 본 것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처음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직장은 가기 싫은 곳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새벽바람 쐬며 주치의 이름으로 내 이름이 달린 환자들을 보러 갈 때도 가끔은 도망가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스스로를 아직도 자책하곤 한다.
아침 회진이란 한 문턱을 넘으면 차가운 수술방 (실제로 온도가 매우 낮다)이 기다린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추운 곳에 드려가려니 영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순간 내가 칼을 잡는 순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온전한 내 시간과 몰입이 있는 시간이다. 학생 시절 Surgeon(수술하는 의사)이 되는 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정답은 잘 고른 것 같다. 후회가 없다. 잘하고 싶다는 뜨거운 욕심이 생긴다.
수술방이 차가운 것은 식지 않는 욕심 있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거름막일까
26살 진짜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인턴이 곧 3년 차가 된다. 어디에서나 마음의 회피가 없는 의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