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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실 Oct 01. 2024

[ 오늘은, 여기 ] 18. 시간여행역의 역장, 하기

틀을 벗어나고 싶은


 열여덟 번째 인터뷰이는 혜화에서 매력적인 사진관을 운영하고 계시는 하기 님입니다.

 사진관을 운영하지만 스스로를 사진사라고 명명하고 싶지 않는, 다양한 열정과 꿈을 가진 하기 님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목차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하기시간여행사

3.    어쩌다 사진을 만나게 되었는가.

4.    사실 아직도 학생입니다.

5.    삶에 대한 평가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7.    기타질문

8.    자기PR

9.    마침



이름(별명) : 하기

나이 : 25세 

성별 : 여성(범성애)

학력 : 대학 재학 중 / 경영학과

경제력 : 월세 내고 내 생활비를 감당하며 가끔 후배들 밥 사주는 정도




1. 인물소개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 나이, 성별(성 정체성)

 안녕하세요. 하기라고 합니다. 여성이지만 스스로 범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로에서 하기시간여행사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고, 학교를 오랫동안 휴학을 해서 아직 졸업까지 한 학기 남아있는 대학생이기도 합니다.


(몇 학번이신가요?)


 18학번입니다.


(화석이군요! 전공은 무엇인가요?)

 

 과는 경영학과.

 근데 제가 최근에는 철학이랑 사회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그 수업을 들을 수 있게끔 자기설계 융합 전공이란 걸 만들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2. 오늘 여기의 나 : 하기시간여행사


 현재 하고 계시는 일이 뭔가요?

 한 마디로 딱 정의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저는 대학생이자 멋진 사진을 찍고 다양한 모임을 여는 하기시간여행사라는 공간의 운영자입니다.


 사진 찍는 일을 하시니 일단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하기님은 포토그래퍼로 비춰질 것 같습니다만…… 혹시 현재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딱 1인분을 건사할 만큼인 것 같아요. 그러다 가끔 후배들 만나면 밥 사주는 선배. 근데 이제월세를 내고 나면 쪼들리는 거죠. [웃음]




3. 어쩌다 사진을 만나게 되었는가


 전공은 경영학과인데 현재 사진을 찍고 계십니다. 어쩌다가 사진을 찍게 되었나요?

 제가 경영학과를 가야지 마음을 먹었을 때는 한창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이런 거에 관심이 좀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경영학과 가면은 그런 것 좀 배우고 프로젝트 같은 것도 많이 만들고 할 줄 알았는데, 주로 회계 수업 같은 걸 듣다 보니까 정말 안 맞더라구요.


(생각했던 것과는 공부하는 것이 많이 달랐군요.)

 

 저는 충동성도 강하고 뭔가 자기 결정권도 너무 중요한 사람이에요. 근데 1학기인가 2학기 다녀왔을 때 내가 이렇게 시간을 쓰고 있는 게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휴학을 했어요.


 그리고 이때(21~22살) 세계여행이 정말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근데 돈을 벌 방법이 크게 없었어요. 그때 집에 엄마가 쓰던 필름 카메라를 보고 이걸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그 당시에 좀 많이 버시는 분들이 하루에 한 팀에 얼마씩 받으시는지 보고. 내가 저렇게만 받으면 진짜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변 지인들 무료 촬영부터 시작해서 3만 원, 얼마, 얼마, 해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가격을) 올렸었거든요.


(원래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거예요?)

 

 아뇨. 그걸 하면서 배웠어요. 그래서 시행착오도 진짜 많았고 필름으로 찍다 보니까. 에휴, 또 이게 한 롤 잘못 찍으면 그냥 날아가는 거거든요. 신나서 찍었는데 노출을 잘못 맞췄다던가. 이런 걸 좀 거의 온몸으로 겪으면서 했고.


 그렇게 하면서 돈도 좀 모으고 했는데, 제가 계속 다른 공간을 빌리거나 손님을 찾아가야 하는 게 그렇더라고요. 손님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 환대해드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제가 좋아하는 컨셉이 무엇인지 정확해져서 이걸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관을 열게 됐습니다. 


(단순히 돈 벌겠다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게 사진이었는데. 진심이 되어버린 거네요.)


 창업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그렇게 일해서 모은 돈의 절반은 유럽 여행하는 데 쓰고 딱 절반은 이거 만드는 데 썼는데. 제가 좀 안일하게 생각해서, 돈이 생각보다 더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일하면서 바로바로 돈 채워 넣고 있습니다.


(대출을 좀 받으셨구나.)


 네. 여기 보증금 때문에 받아놨는데, 상환을 시작할 때부터 조금 쪼들리게 되는 그런 이슈가. [웃음]


(그래도 거의 스스로의 힘으로 창업을 하신 거네요.)


 맞아요.


(혜화가 저렴한 동네는 아닌데 어린 나이에 공간을 차려 가지고 운영한다는 게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그때 코로나가 끝난 직후여서 공실이 조금씩 빠지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이제 제가 쫌 마음이 급해져 가지고 놓치면 안 된다 싶어서 서둘렀어요. 여기도 급매로 나온 데였는데, 아마 1층이나 이런 데였으면 많이 비쌌을 거예요.




4. 사실 아직도 학생입니다.


 여전히 학업을 계속하고 계신데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최근에(인터뷰 기준) 제가 지금 학기가 끝난 지 얼마 안됐는데.

 

(지난 학기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거예요?)

 

 네. 이게 계속 휴학을 쭉 하다가 보면 학교에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이제 좀 공부하고 싶은 쿨타임이 찬 거 같아서 지난 학기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점심때까지는 학교를 가고 끝나고 와서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식으로 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교가 저한테는 생활의 균형을 맞춰주는 느낌이라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순수하게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 생활패턴을 잡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맞아요. 맞아요. 등교라는 강제성이 오전에 생기니까 자야하는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 할 시간에 일어나게 되면서 생활 습관을 잡는데 도움이 되고. 또 딱 그 정도의 연결감, 소속감이랑 배움이 삶에 있어야 제가 마음이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학교 졸업장 정도는 따고 싶다는 마음은 또 있었을 것 같고.)

 

 [끄덕] 아 이제는 좀 너무 멀리 왔다 1학기 남았으니 따야지.


(그러면은 여태 학교 갔다가 한 1년 후에 휴학했다가 다시 학교 갔다가 휴학했다가 하신 건가요?)

 

 맞아요.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원래 아빠가 나이도 좀 있으시고 보수적이셔서 사짜 직업을 좋아하시는 그런 전형적인 부모님이셨어요. 그래서 휴학도 완전히 완전히 안 되고, 제가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완전히 완전히 안 되는데……. 저도 제 생각이나 제 쪼대로 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강해서 크게 뭔가 위협이 안 된 거 같아요. [웃음]

 

(다음 학기도 지난 학기처럼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인가요?)

 

 그럴 거 같아요. 다만 1년 뒤에는 지금 사진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간에 조금 변화를 줘볼까 계획하고 있어요.


(어떤 변화인가요?)

 

 아직 100% 확정은 아니지만, 제가 사진일을 시작하고 또 사진관을 운영하기 시작한지가 벌써 4~5년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의 주된 정체성을 사진관에서 조금 더 발전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걸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어떤 도전인가요?)

 

 저는 지금 시 쓰는 거에 마음이 많이 가고 있어서 시를 쓰거나, 대학원을 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시를 쓴다니 아주 멋지네요! 대학원 진학을 한다면 어느 쪽으로 진학을 하고 싶으신가요?)

 

 그게 지금 그게 제일 고민인데 만약에 가게 되면 사회철학 쪽으로 갈 것 같습니다.




5.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 현재 본인의 삶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행복하시나요?

 괴롭다 괴롭다 해도 저는 제 삶을 사실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 같긴 해요.


 여기에 손님들 오시고 하면 이 공간을 뭔가 되게 낯설어 해주시고, 이런 기분이 드는 곳이다 얘기해 주시고 하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것 같고.


 그리고 제가 사랑을 주고 받는 걸 너무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인데, 이런 저런 일을 하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늘 놓쳤거든요. 하지만 이제 공간이 있으니까 친구들이 좀 오기도 쉽고 새로운 분들이랑 만날 수 있게 됐어요. 이 공간을 통해서 느끼는 연결감이 저를 너무너무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행복하고 아주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이 질문이 경제적으로 너무 쪼들리던 때 물어보셨다면 무조건 도망가고 싶다고 얘기했을 것 같아요.


(그건 어쩔 수 없죠. 우리가 살아갈려면 돈이 있을 필요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 내가 돈이 없을 때는 만족하지 못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다면 어떤 식으로 평가할 것 같나요?

 아빠는 처음에 제가 어떤 걸 하려고 하는지 아예 들으시려고 안 하셨어요. 근데 이제 좀 제가 이렇게 이렇게 해서 돈도 벌었어 이렇게 이렇게 막 계약도 했어. 막 이렇게 제가 조잘조잘 얘기하니까 그때부터 살짝 자랑스러워 하시고. [웃음]


 근데 엄마는 제가 이거 준비할 때부터 같이 페인트칠하고 같이 운영도 해보자 이런 얘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집이랑 거리가 너무 멀고 해서 안 되긴 했지만, 엄마는 그냥 거의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계셨죠.


 그리고 같은 대학교 다니던 친구들은 초반에는 어쨌든 다들 이제 특히 저희 과 특성상 회계사 준비하거나 기업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다른 쪽의 길이다 보니 되게 신기해 하거나 걱정스러워 하면서도 또 너 다운 선택이다 이렇게 말해주기도 했어요.


(대부분의 주변 분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해주시네요. 그렇다면 어때? 완전히 타인이 지금 하기 님을 보면 뭐라고 평가할 것 같아요?)

 

 제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재미있게 살고 있다 생각할 거 같아요.

 뭐랄까 사회적인 기준에는 내가 아예 들어가지 않을 걸 아니까, 그냥 내가 세우는 기준에서만큼은또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내가 세운 나의 기준에서 내 스스로가 나를 인정하는 게 진짜 중요한 거 같아요. 그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나를 어떤 방향으로든 평가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질문을 들으니 가깝게 지낸 한 어른이 생각났거든요. 그분은 저를 진짜 아껴주시는 분이고, 또 사회적으로 성공 루트를 밟으셔서 돈도 많으신 분이었어요. 그분이 이제 저를 정말 딸처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제 진로에 대해서 진심으로 걱정해 주신 적이 있거든요.


 지금 제가 하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보면 되게 유동적이고 그렇게 물성이 짙은 느낌은 아니어서 안정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자꾸 저에게 회계사를 해라 세무사를 해라 아니면 어떤 어떤 기업에 들어가라, 이렇게 되게 현실적인 말들을 해주셨어요. 제가 아직 너무 순진하다는 것처럼요.


 저도 제가 한참 더 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근데 그때 어른을 통해서 생각을 좀 했던 건 뭔가…… 그분들도 마음껏 자유롭게 살아본 산 증인들은 아니잖아요. 저는 그렇게(자유롭게) 살아 본 사람만 저한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할 말이라면 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명확하게 있는 사람들은 옆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 가요?

 저는 일단은 만약에 정말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사회철학 쪽의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면 제가 관심 있는 그 분야에 저만의 목소리나 시선을 가진 사람이 돼서 이걸로 좀 책도 쓰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고 싶어요.


(정확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저는 소수자와 관련된 쪽으로 마음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해있는 사람들을 볼 때, 여러가지 사회 철학을 통해 이걸 좀 분석하고 싶어요.


 또 제가 스스로를 범성애자로 정체화를 했기 때문에, 이분법적인 성별에 대한 걸 떠나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되게 많고 해서 이거에 대해 제대로 연구해보고 싶어요.


 저는 뭔가 당연하다고 이름 지어진 것들의 기둥을 뽑는 일이 제 성향과 욕구에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시를 쓰는 걸 좋아하는 것도 그런 느낌의 의미로 연결되는 거 같아요. 


(틀을 벗어나서 언어라는 도구를 자유롭게 가지고 노는 결과물이니까요?)

 

 맞아요.

 관계나 사랑의 모양이나 이런 것도 차원적인 범주라기보단 스펙트럼 위에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터뷰 프로젝트 같은 것도 하고 싶고 좀 다큐나 이런 다양한 형태로도 담아보고 싶어요.

 

(그런 공부를 하면서 나중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도 하고 어떤 글을 쓰거나 매체 다양한 종류의 매체를 통해서 나의 뜻과 의미를 전달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노년에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노년에는 진짜 그 귀엽고 작고 소중한데 옷 완전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입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 상태에서 이제 우쿨렐레 들고 다니면서 좀 여행도 다니고.

 근데 제가 이 미래에서 꼭 놓치고 싶지 않은 거는, 그게 약간 가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작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떤 형태로든 서로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동 어떤 단 즉 집단을 원하는 거네요. 그게 꼭 가족은 아닐지라도)

 

 네. 그 안에서 같이 늙어가고 싶고.

 또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는 프랑스나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을 것 같아요. 또 돈이 조금 있는 어느 한 시기에는 알프스 근처에서 되게 유유자적하면서 지낸 시기도 있을 거 같아요.




6.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을까요?

 질문을 보고 미리 생각해봤을 때 저는 후회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100% 후회를 한 단기적인 순간들이 있긴 하지만, 뇌에서 방어기제마냥 그걸 후회라고 다시 재명명하지는 않거든요.


(앞서 다른 인터뷰이 분이 지나온 후회의 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같은 의미일까요?) 
 

 정말 공감이 돼요!

 그리고 후회라는 것 자체가 저한테 어떤 선택을 할 때 되게 중요한 기준이거든요. 그래서 후회를 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는 쪽으로 노력하고, 웬만하면은 그 선택대로 살았기 때문에 후회가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는 것 같아요.


(선택을 할 땐 어떤 생각들을 하시나요?)


 저는 제가 완전 할머니가 되어서 죽기 전 상황일 때랑 마냥 열정 넘치는 18살의 둘의 의견과 비슷하게 선택을 해요. 둘 모두 결국 비슷할 거 같지만, 그렇게 하면 후회 없는 선택인 것 같아요.

 특히 죽기 전에는 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되니까, 그런 후회를 갖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 반대로 내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을까요?

 이 스튜디오를 차린 건 진짜 잘한 것 같아요.


(어떤 점에서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스튜디오를 차려서 이런 흥미로운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좋고.


 또 뭔가 사람들이 저에게 어떻게 살 거냐, 이런 걸 물어보았을 때 저는 저를 명사형으로 설명하는게 어렵더라고요. 직업도 그렇고.


 근데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무언가 늘 변화할 수 있어요. 이 공간이 유동적인 것들이 담기는 일종의 틀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틀로써 저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게 굉장히 굉장히 편리하고 좋은 거 같아요.


(이 공간을 보면 나를 알 수 있어. 이런 거군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공간이 나에게 좀 중요하고 맞아요. 이 공간을 만든 것이 나에게 너무나 잘한 일이었다.

스스로를 명사형으로 설명하지 못하겠다면 하기 님은 자신을 사진사라고 지칭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것 같네요.)

 

 맞아요!

 저는 제가 이 타이밍에 사진사라는 직업을 만났을 뿐이고, 오히려 사진사보다는 이 ‘시간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7. 기타 질문


•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근래에 들어서 생긴 거 같아요. 근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성별에 있어 열려 있기 때문에 그 상대가 여자가 될 수도 있고 남자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걸 떠나서 어쨌든 제가 좀 늙어서는 제 짝꿍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짝꿍이랑 같이 사는 형태가 굳이 결혼일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맞아요. 결혼이라는 제도를 뭔가 이행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래 가자 약속하고 싶은 그런 생각이에요.


(결혼이라는 제도보다는 내가 사랑하고 평생 함께 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이군요.)


• 출산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때는 미래에 자식을 정말 많이 낳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제 많은 20대 30대 여성들이 생각하는 그런 현실적인 이유들로 내가 굳이 출산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제가 좀 엄마가 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일 미래의 어느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이라서 아이를 갖기 힘든 상황이라면, 생물학적인 관계를 떠나서라도 가족구성원에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신가요?)


 맞아요. 방법은 완전 제한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입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까지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나, 우리 둘의 유전자를 낳고 싶어 그런 건 아니라서요.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하기 님은 제도나 전통을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으로 구성된 공동체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 하기 님이 생각하는 저출산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살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클 거 같긴 해요.

 

 한편으로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던 시대는 결혼을 함으로써 확보되는 안전함과 안정성이 너무너무 큰 시대였던 것 같아요. 반면에 지금은 그게 아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 결혼이라는 제도가 절실한 제도는 아닌 걸로 와닿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결혼과 출산의 안 좋은 점에 대해서 많이많이 바이럴이 되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더 강화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희 부모님 세대까지는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여성이 결혼을 했을 때 겪어야 했던 어려움들이 많이 컸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까지도 되게 생각을 하면 그때보다 여성 인권이 많이 올라오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왔기 때문에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생긴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과정이 선행 돼야지 사람들이 진심으로 결혼하려는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결혼이 불평등한 관계라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하기 님이 보시기에는 지금이 과도기에 있는 느낌인 거군요)

 



8. 자기PR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어필하고 싶은 게 있나요? 


 저는 지금 하기시간여행사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실제 위치는 혜화의 소나무길 3거리지만, 제가 상상하는 가상의 위치는 알프스 중턱에 있는 기차역이에요. 그래서 초록 지붕에 노란색 벽이 있는 기차역. 직접 인테리어하고 셀프로 꼼지락 꼼지락 꾸민 공간으로, 일단 들어오시면 기존의 일상의 흐름하고는 살짝 단절된 기분을 느끼게 해드리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기는 생일이나 기념일 사진을 정말정말 맛집처럼 잘 찍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꼭 생일날에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거나 선물해주고 싶다. 하시면은 이곳에 찾아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고, 그리고 그냥 프로필 사진도 굉장히 특별하게 찍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약간 그런 곳을 찾고 있다, 그러면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마도 1년 정도 후의 일이 되겠지만, 앞으로 정기적인 오픈 마이크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에요. 시간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마치 여행 상품처럼 한 분 한 분을 시간여행의 가이드로 모셔서 그분들의 이야기나, 주제, 취향을 녹인 상품으로 기획 중이에요.

 

 나중에 행사를 열게 되면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공간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지는데, 혹시 하기 님이 이 공간에 담고 싶었던 의미나 가치가 있을까요?)


 저는 정해진 답이나 정해진 기준 같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 같아요.


 시간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다 보니 이 흐름에 맞춰서 살아야 될 것 같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속도에 맞춰서 살아야 될 것 같은데, 이 시간 여행사에서는 그런 속도나 그런 사회적인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의 한순간들을 잡아서 그 시간을 여행하는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사진이라는 도구로 공간에 방문하는 분들의 시간을 잡아 그 순간을 여행하게 해주고 싶은, 시간여행 기차역의 하기 역장님이 멋진 사진도 찍어주고 멋진 이벤트도 진행할 이곳, 하기시간여행사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9. 마침


• 혹시 오늘 인터뷰 소감 여쭤봐도 될까요?

 이런 이야기하는 거 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제 답변들을 되게 잘 정리해 주셔서, 오히려 그걸 들으면서 아, 맞네, 나 이렇게 생각하네 라고 느끼게 된 게 많은 것 같아요.


 그 동안 두루뭉술하게 생각해왔던 게 정리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보내주신 질문지 보고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질문들이 너무너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꽤나 생각을 안 한지 오래된 것들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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