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결혼 후 서로 동의 하에 일 년간 피임기간을 지냈다.
그리고 일 년 후 임신을 위해 열심히 부부 관계를 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매달 배란주기를 따져가며 부부 관계를 해도 매달 생리는 터졌고 임신은 되지 않았다.
남편나이 34살, 내 나이 33살 늦장부릴 시간이 없었다.
이미 주변에 난임부부도 있었고, 더 이상 자연임신 시도는 시간을 낭비하는 거라는, 그들의 조언에 따라 난임전문 산부인과 진료를 예약했다.
결혼하고 질염, 방광염이 아닌 임신을 위해 방문한 산부인과는 규모부터 웅장했고, 왠지 모를 아늑함?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 이었다.
“우리 와이프분 수술한 이력이 많이 있네요.”
진료 전 작성한 진료카드에는 이전 수술 내역을 기입하게 되어 있었다.
“수면마취 한 적이 많을 경우 확률적으로 나팔관이 막혀 있을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자연임신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기본 검사 외에 나팔관조영술 검사도 같이 진행하시죠.”
난 줄 알았다. 역시 나 때문에 우리 부부가 임신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더 서두르고 싶었다.
결혼 전 사고로 인해 내장 장기, 척추, 피부이식등 크고 작은 수술을 했던 이력이 있다. 현재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지만, 내심 임신이 안 되는 이유가 ‘나‘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또 대부분 검색을 하면 여성난임만 검색이 되니, 난 더욱더 내 문제일 거라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에 검사결과 듣으러 병원에 가기 전까지 난 미친 듯이 검색을 돌리고 돌리며 나랑 비슷한 케이스에 난임정보를 수집하고 읽기 시작했다.
“검사결과상 아내분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으세요. 나팔관도 다 열려있고 자궁기능도 좋고 난자 나이도 나이 때 정상이세요.”
“그럼 왜 임신이 안 되는 걸까요?”
의사분에 표정이 조금 미묘하게 변하면서 남편 쪽으로
시선이 옮겨져 갔다.
“남편분 정자검사상 이상소견이 보여요. 검사상 정자검출이 되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저희 본원 비뇨기과 예약 잡아 드리겠습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할 수도 없는 검사 결과를 듣고 우리 부부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진료실에서 나왔다.
간호사분이 비뇨기과 예약안내를 해주시는 내내, 그냥 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 리뿐 무슨 안내를 받았는지 조차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내 성격상 그냥 무조건 제일 빠른 날짜에 예약을 잡아달라고 했던 거 같다.
이미 넋이 나가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내 성격을 알기에 검사하기 전까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너무 많이 앞서 가지 말라고 어르고 달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하니 본인도 놀랬을 텐데 말이다.
3일 뒤 비뇨기과 예약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