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가족’이라는 말을 처음 입에 올렸을 때는, 아직 막연했다.
서로를 배우고, 맞춰가고,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은 분명 특별했지만,
그 안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진짜 깊이를 나는 미처 몰랐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아이의 숨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쿵 내려앉고, 작고 여린 손가락이 내 손을 꽉 잡는 순간,
‘이제 진짜 가족이 되었구나’ 하는 감각이 처음으로 내 안에 또렷하게 자리 잡았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니다.
내가 몰랐던 감정의 층을 하나하나 꺼내보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여정이다.
밤마다 뒤척이는 아기를 달래다 보면, 어느새 부부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눈빛만 봐도 “조금만 더 견디자”는 마음이 오간다.
같이 웃고, 같이 지치고, 같이 버티며 우리는 점점 더 단단한 가족이 되어간다.
예전엔 각자였던 우리였다.
출근길과 퇴근길, 밥 먹는 시간, 쉬는 방식까지도 서로 다르게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기준이 아이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아기의 수면 시간에 맞춰 하루가 정해지고,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로 장을 보고,
주말 나들이도 “아기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맞춰가다 보면, 가끔은 '내 삶은 어디 있지?' 하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방긋 웃으며 “아빠~” 하고 달려오는 순간,
그 모든 고민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아, 이게 가족이구나.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내 시간을 내어주는 마음.
내가 웃는 이유가 나 때문이 아닌, 우리라는 울타리에서 비롯될 때, 가족이라는 말이 비로소 가슴에 와닿았다.
육아를 하면서 느낀 또 하나의 변화는,
서로에게 더 많이 고마워진다는 것이다.
아내가 아이와 하루를 보내며 지친 얼굴로도 내게 웃어줄 때,
아이를 안고 달래며 한참을 서서 흔들어줄 때,
그 모든 순간이 고맙고 미안하고, 또 따뜻하다.
예전에는 말하지 않았던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고,
그 말 한마디가 하루의 끝을 포근하게 덮어준다.
우리 가족은 지금도 성장 중이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며 부모로서, 부부로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가끔은 힘들고, 버거워서 짜증도 나지만,
그 와중에도 하루를 정리하며 나누는 짧은 대화와
아기의 숨결이 들리는 침실의 고요함 속에서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삶이구나’ 싶다.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다.
함께 울고, 웃고, 지치고, 다시 웃으며
시간을 함께 쌓아가면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지금,
나는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육아 속에서, 지친 하루 끝에서, 작지만 확실한 감정들이 쌓여
‘우리’라는 단어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