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적을 넘어 첫돌의 감동

by 볼통통알파카

아기가 태어난 날, 떡처럼 축축 늘어졌던 그 작은 몸이 어느새 몸을 가누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네 계절을 훌쩍 넘겼다.

100일이 되던 날엔 양가 부모님을 ‘할머니’, ‘할아버지’로 만들어드리며 집안 가득 웃음을 안겼고,

첫돌을 맞은 아기는 마이크와 공을 집어 들며 씩씩하게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50일쯤부터 서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던 아이는 10개월이 되자 혼자 걷기 시작했고,

돌이 되자마자 “우다다다!” 하며 집 안을 뛰어다녔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튼튼해서 좋다~” 하시며 웃으셨지만, 나는 뛸 때 마다 심장이 쿵쿵 내려앉았다.

‘저러다 넘어지면 어떡하지? 부딪히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육아는 돌봄과 훈육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처음 부모가 된 우리 부부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마음의 비율로 치자면 초조함 7, 안도감 3쯤.

반면 부모님은 여유가 7, 걱정은 3쯤 되어 보였다.

아기가 돌이 지나고 나서야 아내와 나는 눈을 마주치며 이렇게 말했다.

“하나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부모님은 우리 둘을 어떻게 키우신 거지?”

아기를 키우며 비로소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이 얼마나 깊고 단단한 것이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육아는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이유식을 입으로 뱉으며 깔깔 웃을 때, 젖병을 던지고 장난처럼 바라볼 때, 그 짧은 찰나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순간은 하루 중 10분도 안 된다.

나머지는 기저귀 갈고, 밤새 울음을 달래고, 끝없는 장난감을 치우느라 정신없다.

그래도 아기가 내 손을 꼭 잡고 까치발로 한 걸음씩 걸을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그렇게 소소한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새 내 안에도 단단한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30대.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늘 시간에 쫓기던 내가 이렇게 작은 존재 하나로 인해 다시 웃고, 다시 단단해질 줄은 몰랐다.

육아를 하다 보면 외부의 시선도 마음을 흔든다.

“아직 말 못 해?”, “벌써 걷는다고?”, “기저귀는 좀 이르지 않아?”

처음엔 이런 말들에 휘둘렸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를 자책하며 밤마다 육아서를 뒤적였고, 다른 집 아기와 비교하며 조급해졌다.

하지만 돌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는 걸.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다 보면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가 보여주는 가장 소중한 모습을 놓칠 수 있다는 걸.

비교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와 내가 서로에게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건네는 한마디가 훨씬 더 큰 위로가 되었다.

되돌아보면,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던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해.”

“실수하면 안 돼.”

그런 마음이 나를 무겁게 눌렀다.

그런데 어느 날, 아기가 내 품에 안겨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속으로 들려왔다.

“아빠, 같이 있어줘.”

그 말 없는 위로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육아는 완벽함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니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이 사소하면서 쉬운 것 부터 다시 시작하기다.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끝까지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게 진짜 아빠로 자라는 길이자,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길이었다.


돌잔치를 준비하며, 아내와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이 짧지 않은 시간을 우리가 함께 견뎠다는 것.

아이가 이렇게 자랐다는 것.

돌잡이에서 아기가 마이크를 쥐자, 모두가 “가수 되겠네~” 하며 웃었지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너는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그 순간,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니라

아기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육아는 고되고 지친다.

하지만 그만큼 큰 선물을 안겨준다.

첫걸음, 첫 웃음, 첫 “아빠”라는 부름.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상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30대 아빠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정말 잘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은 넘어지고, 가끔은 버거워도

아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하루를 채워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바로 ‘행복’이다.

부모님이 우리를 키우며 느꼈을 그 마음을

이제는 우리가 우리 아이와 함께 채워가고 있다.

그러니 오늘도 서로에게 말해주자.

“수고했어, 오늘도.”

그리고 아기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천천히, 함께 걸어가자.

그 길 끝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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