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좋아하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문득 깨닫는다. ‘이건 누구를 닮은 거지?’
육아를 하면서 이런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우리 아기는 물을 정말 좋아한다. 물을 보면 마치 친구라도 만난 듯 환하게 웃고, 손으로 첨벙이며 소리를 내고, 물줄기를 좇아 두 팔을 휘젓는다. 마르지 않는 그 에너지에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물을 좋아했다. 수영장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고, 물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느낌. 그런 내 모습을 아내는 항상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다.
반면 아내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해변 근처는 가더라도 물 속에 몸을 담그지는 않았다.
이런 상반된 취향의 두 사람이 만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물을 보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준다. 끝없이 놀고, 멈추지 않고, 쉬지 않는다.
그 열정을 바라보다가 우린 결국 몸살이 났다.
어느 날, 주말을 맞아 우리 부부는 아기의 물놀이 욕구를 충족시켜주겠다는 마음으로 근처 유아 워터파크에 다녀왔다.
"오늘은 좀 길게 놀다 올까?"
"응, 아기가 좋아하니까 최대한 즐기게 해주자."
그렇게 아침부터 짐을 싸고, 아기용 튜브며 갈아입을 옷이며 간식까지 잔뜩 챙겨 나섰다.
처음 한 시간은 좋았다. 아기가 꺄르르 웃으며 물을 튀기고, 엄마 아빠 손을 번갈아 잡으며 춤을 추듯 물을 가르던 그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시간이 두 시간이 되고, 세 시간이 되니… 어느새 우리는 기운이 빠져 말이 줄고, 눈이 반쯤 감긴 채 아기를 쫓고 있었다.
아기는 끝까지 놀았다. 아쉽다는 말 한마디 없이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더 놀고싶은지 칭얼거렸다. 문제는 우리 부부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지듯 누웠고, 다음날까지도 몸이 뻐근하고 감기 기운에 휘청거렸다.
그때 깨달았다.
아기의 성향 속엔 부모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걸.
물을 좋아하는 건 분명 나를 닮은 부분이고, 끝까지 해내는 집중력과 끈기는 아내를 꼭 빼닮았다. 그걸 모른 채, 단순히 “왜 이렇게 안 지치지?”라고만 생각했던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계획을 바꿨다.
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진 활동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30분짜리 체험 수업’, ‘1시간 예약된 키즈카페’, ‘정해진 탑승 시간의 놀이기구’ 등이다.
처음엔 아기가 아쉬워했지만 점차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대한 즐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노는 모습.
그 모습에서 우리는 오히려 배운다.
아이에게서 배우는 순간이 늘어갈수록 ‘우리가 키우고 있는 게 아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기의 눈을 통해 우리 부부는 서로를 다시 본다.
나는 빨리 판단하고 다음 길을 찾는 사람, 아내는 묵묵히 해내는 사람. 우리는 다르지만, 그 다름이 하나의 생명 안에 동시에 깃들어 있다는 걸 발견할 때면 마음이 꽉 찬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육아는 단순한 ‘보살핌’이 아닌 ‘거울’이라는 걸 더 실감하게 된다.
아이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내가 몰랐던 나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배움은 매일 계속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기는 자라고 있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며 성장하고 있다.
어느 날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이는,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게 우리를 닮아가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말투, 습관, 표정,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 심지어 짜증을 내는 패턴까지.
그래서 우리는 더 조심스럽게, 더 솔직하게, 더 애쓰게 된다.
아이의 거울이 되려면, 그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니까.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면 언젠가 아기는 우리 곁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함께한 우리 셋은, 서로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새기고 있다.
오늘도 물놀이를 하자고 소리치는 아기를 바라보며, 우리는 웃는다.
한 번은 "또오!"라는 말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안다.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그리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보여줄 세상이 바로 부모라면, 그 세상이 밝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힘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