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진상 손님 많지 않아?”
카페에서 일한다고 하면 꼭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다. 생각해 보면 일하면서 그렇게까지 나를 곤란하게 만든 손님은 없었다. 다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긴 했다. 이런 분들도 진상 손님 범주에 넣는다면, 적다고는 할 수 없겠다.
대표적인 진상 손님은 카페의 기본적인 운영 방침을 따르지 않는 손님들이다. 1인 1잔 주문은 기본인데, 다섯 명이 우르르 와서 한 잔만 시키고는 당당히 “컵 좀 주세요. 사람이 많아서.”라고 한다. 나눠 먹겠다는 뜻이다. 또 조그만 아이스크림 하나를 셋이서 나눠 먹으며, 물까지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돌아온 말.
“왜요?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그래요?”
외부 음식을 드시는 경우도 참 곤란하다. 그렇게 바리바리 떡이며 과자며 과일을 싸와서 몰래 드신다. 어느 날은 과일을 씻는다고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더니 과일 깎아먹게 칼을 달라고 했다. 가위도 찾았다. 옷 실밥 자르겠다고.
여기.. 카페 맞지..?
매장에 들어와서 물이나 얼음을 달라고 텀블러를 내미는 경우도 있었다. 이 분은 엄연히 따지면 손님은 아니니, 그냥 ‘진상’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런 손님들 때문에 크게 곤란하거나, 상처를 받진 않았다. 왜일까? 나는 그냥 이분들이 "내가 이해하거나 어찌할 수 있는 부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버렸던 것 같다. 인성이 어쩌고, 예의가 어쩌고 따져봐야 답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감정 소모 없이 기계적으로 대처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무슨 일이었는지 정말 컨디션이 최악인 날이었다. 양 눈썹이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울 듯이 이마 위에 엉켜 있었고, 날씨는 어찌나 더운지 걸은 지 10초 만에 땀이 줄줄 쏟아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길가의 한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디저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카페 직원분이 아직 일을 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나의 말을 잘 못 알아 들어서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고, 주문을 겨우 알아들은 후에는 포스 조작을 자꾸 실수했다. 아, 난 당장이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푹 나왔고, 말투는 누가 봐도 짜증이 한껏 묻어있었다.
‘하.. 빨리 좀 해줘라..’
속으로 말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거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우리 카페에 올 때마다 이상하게 인상을 쓰고 퉁명스러웠던 손님의 얼굴을. 그리고 지금 내가 짓고 있는 표정과 아우라가 그 손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혹시 그 손님도 나처럼 기분이 별로였던 걸까? 어딘가 힘든 일이 있어서 잠시 우리 카페에 쉬러 찾아왔던 건 아닐까?
그날 이후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손님들의 행동도 다시 한번 보게 됐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무례한 사람들일 테고, 그런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무리한 요구나 쌀쌀맞은 태도 뒤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나,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조금 열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이해해보려 하고
나도 이해받아보려 한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