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나를 위한 보상은 꾸준히 필요하다

by 김단한

게임에선 흔하게 일일 퀘스트를 마주할 수 있다. 퀘스트의 성격은 게임마다 다르다. 출석, 그러니까 게임에 입장만 하더라도 소량의 캐시를 지급하는 곳이 있고, 아주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갑옷, 무기)을 주는 곳도 있다. 퀘스트는 여러 가지 형태를 띠기도 하는데, 3가지 정도의 미션을 수행하면 '기본'보다는 조금 더 나은 보상을 주는 식이다. 이런 식의 일일 퀘스트 상품은 흔하게 보지 못하는 것들인 경우도 많아서 나는 살짝 입장만 했다가 도로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일 퀘스트' 상품을 쏠쏠하게 챙기는 편이다.


앞서 말한 3가지 정도의 미션엔 친구 초대하기, 어느 장소 타파하기, 어느 장소 깊숙한 곳에 (적과 함께) 숨겨져 있는 아이템 찾기 뭐 그런 식이다. 나는 미션을 되도록이면 빠르게 행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늘 마지막 '친구 초대'에서 무너져 일일 퀘스트를 완수하지 못할 때가 많다. 초대할 친구가 없을뿐더러 내가 하는 게임은 유행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할 사람이 없……(다는 핑계를 대본다.)


일상에도 깨야하는 퀘스트들은 참 자잘하게도 많다.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듣고 한 번에 일어나기, 물 한잔 마시기, 스트레칭하기, 모닝 페이지 쓰기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을 한다고 해서 나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가 하면, 당장은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나에게 더 큰 '무언가'를 보상처럼 던져줄 것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이 또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깨달음이다.


한때는 일상이 너무 지루했다. 반복되는 삶에다 아무런 보상도 없고, 혼자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 많아 모든 것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메인 퀘스트에 다다르기 위해선 자잘한 일일 퀘스트들을 모두 행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일일 퀘스트만큼 가볍게 꾸려진 것들도 너무 무겁게나 느껴져 발을 들이는 것조차 망설이는 하루들이 모였다.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짤랑이는 소리를 내며 눈에 보이는 보상이 주어지면 어떨까 매번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다 문득, 보상은 누가 주는 거지? 아주 순수한 의문이 생겼다. 그거 내가 주면 되는 거 아닌가.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주면 되는 거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부터 바로 실행했다. 이것은 나를 달래는 방법에서 고안한 것인데 대충 이랬다. 정해진 시간에 잘 일어나면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들으면서 몸을 흔들며 스트레칭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던지, 열심히 일을 하다 지친 나에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때맞춰 대령하는 식, 혹은 해야 하는 일을 모두 했을 때는 탁 트인 하늘을 보며 좋아하는 나무 냄새를 맡으러 산책을 나가는 식이었다. 그렇게 나만의 보상을 만들고 채웠다.


누구 좋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나에게 좋은 것들이 쌓이는 기쁨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오래 썼던 글은 모여 하나의 책이 되고, 보상에 기대어 버티고 버티며 해온 여러 일에서 겪은 감정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담해질 수 있는 힘을 심어주었다. 이거였다. 내가 나에게 주는 보상. 이거면 된 거였다.


나는 오늘도 자잘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것을 이겨가며 다양한 일일 퀘스트를 완성했기에 곧 나에게 바나나 사탕을 하사할 생각이다.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돌고, 얼른 이 글을 제대로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일 퀘스트에 걸맞은 보상을 생각해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다양한 경험과 보상들로 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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