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이벤트는 내 삶의 곳곳에 숨겨져 있다

by 김단한

깜짝 이벤트는 삶의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지극히 식상한 말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이다. 조금만 더 주변을, 그러니까 내 뒤까지 훑어보면 분명 무언가를 찾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자주 산책을 나선다. 산책은 마음을 부풀게도 하고, 엉뚱하게 붕 뜬 마음을 꾹꾹 눌러주는 역할도 한다. 내가 주로 걷는 곳은 하늘과 잔잔한 수면과 흔들리는 나무, 연꽃잎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연못이다. 두 바퀴 정도 걷거나 뛰는데 그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오늘 하루의 '보상'이라 생각하면 더 줄기차게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걷는 사람은 참 많다. 같이 걷는 사람, 혼자 걷는 사람, 자전거에 올라탄 사람, 강아지와 걷는 사람, 아이들과 걷는 사람……. 나를 스치며 들리는 짤막한 키워드와 그들의 표정은 나에게 곧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주제가 되어 돌아오곤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하며, 끊임없는 감정과 과거로 잠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의 보상을 얻는다.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만의 보상. 오로지 내 시야를 통해 나에게만 줄 수 있는 보상이다.


처음엔 무엇을 바라고 걸은 것이 아니었다. 아, 바란 것이 있었다. 마음의 평화. 나는 그즈음 스멀스멀 올라오는 여러 생각과 발끝에 차이는 우울감을 밟아 뭉개고 싶었고, 그랬기에 정처 없이 걷는 것을 택했다. 연못의 트랙은 앞뒤로 차가 달리는 골목길보다 안전했기에 이곳을 선택해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땅만 보고 걸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속상하고 죄스러웠던지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었다. 내 발만 보고 트랙을 따라 걷다가 누군가와 부딪힐 뻔한 적도 많다. 그럴 때마다 신경질이 났다. 엄청나게 예민할 시기였다. 쓰고 싶은 것도 없고, 읽고 싶은 것도 없던 희한한 때였다. 오랫동안 쓰면서 살고 싶단 포부를 가진 사람에겐 정말 암흑이 따로 없는 시기가 분명했다.


매일의 보상을 꿈꿨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아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다. 나에게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주변에 도사리고 있었는데, 나만 그것을 모른 척했을 뿐이다.


"좋은 것 많이 보고 와. 하늘도 좀 보고. 천천히 걷다가 와." 엄마의 말에도 시큰둥했다. 나에게 걷는 것은 그냥 의무 중에 하나였다. 이렇게 몸을 피곤하게 해 놓고 돌아오면 집에 와서 바로 잘 수 있으니까. 그래서 걸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연못을 걷다가 문득 연못에 퐁당 몸을 던지는 상상을 해봤다. 다이빙하듯이, 그러니까 물방울 하나 똑 떨어지듯이 자연스럽게 퐁당. 정말 시원하겠단 생각이 들었고, 곧이어 웃음이 터졌다. 잠깐의 상상이 나를 웃음 짓게 한 것이다. 순간 막이 걷히듯이 연못이 한 톤 더 밝아짐을 느꼈다.


생각의 차이였던 거다. 그냥 하나의 문장으로 쓸 수 있는 찰나. 나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웃고, 생각을 다르게 먹을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하나의 '깜짝 이벤트'가 아닐까 싶었다. 삶에서의 깜짝 이벤트는 정말 곳곳에 있었다. 게임에서도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겨진, 정말 내가 필요한 아이템을 발견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 순간 드는 감정은 기쁨, 놀라움 정도다. 나는 살아가면서 조금 더 많이 기쁘고, 놀랍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주변을 둘러본다. 주위 사람들, 주위 환경, 주위 물건. 매번 같은 사람, 장소도 때론 새롭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렇게 조용히 이벤트가 시작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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