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는 항상 엔딩이 있다. 엔딩은 게임의 목표다. 모두가 엔딩을 향해 달려가고, 마지막 미션까지 수행했을 때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뱉곤 한다.
게임의 엔딩은 정해져 있다. 아니, 있었다. 예전에는 게임의 마지막 결과가 이미 도처에 깔려 있었다. 먼저 수행한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한 것인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내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어떤 신념에 사로잡혀 열심히 엔딩까지 꿋꿋하게 달려가곤 했다. 물론, 다 알고 하는 것이기에 재미랄 것은 딱히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하나의 여정에서 '끝'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꺼이 그것을 해내는 것이 아닐까.
요즘엔 엔딩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캐릭터의 선택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고도 한다. 나는 선택지가 많은 게임을 참으로 두려워했다. 내가 선택하는 부분에 있어서 모두의 관점이 달라지고 게임 속 세상이 한 번쯤은 흔들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여러 의미로) 일이었다. 나는 특히 '워킹데드' 게임을 힘들어했다.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누군가를 살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은 정말이지, 너무나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게임은 나에게 최고의 게임으로 남아있다. (1인칭 게임이라 더 좋았고……)
'히든 엔딩'도 있다. '히든 엔딩'은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엔딩이다. 그러니까, 이름에 붙은 '히든'처럼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엔딩이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선택한 방식에서 엔딩이 결정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까지 히든 엔딩을 본 적이 없고, 다른 사람들이 했다는 것을 건너 건너 듣기만 했다. 엔딩을 본 것은 매한가지지만, 약간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엔딩을 보았다는 건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엔딩'이다. 팀을 짜서 하는 게임도 미션을 수행하면 끝나는 '엔딩'이 있다. 좋은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처음부터 우리는 조금조금씩 애를 쓰게 되는 것인데, 나는 게임에서도 삶에서도 나라는 '캐릭터'가 좋은 엔딩을 얻었으면 하기 때문에 무던히도 노력에 노력을 쌓아 올리곤 했다. 사실, 좋은 엔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삶에는 결코 흔하지 않은 히든 엔딩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 생각만 하면 은근히 기대가 되어 오늘 하루도 조금 더 빽빽이, 촘촘하게 잘 살아봐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영화처럼 만들어지는 게임이 참 많아서, 모든 여정이 끝나고 나면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맨 위에는 '기본 캐릭터'였지만 주인공이었던 나의 이름이 쓰여있다. 나의 삶에 방대한 영향을 끼친, 혹은 아주 잠시 스쳐간 모든 이들의 이름도 빠짐없이 올라오겠지. 크레디트가 짧든, 길든 간에 좋은 엔딩을 맞이했을 거란 생각엔 추호의 의심도 없다. 나는 지금도 아주 꾸준히 나름의 좋은 엔딩을 위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의 엔딩을 지니고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감정과 선택에 놓이게 되고, 그 모든 것들이 하나씩 길을 만들어 우리를 엔딩으로 인도하고 있다. 나의 삶의 엔딩은 어떤 색을 지니고 있을까. 정말 생각지도 못한 히든 엔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꼭 '엔딩'을 삶의 '마지막'과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엔딩'은 당장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어느 순간을 잘 마무리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순간순간의 모든 엔딩이 충만하기를 원할 뿐이다. 눈앞에 있는 다양한 미션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며 레벨을 높인다면, 분명 마음에 쏙 드는 엔딩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기본 캐릭터'인 나도 히든 엔딩을 꾀할 수 있다. 나만의 패턴으로. 나만의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