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겜!" 게임하고 있다는 말에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다. 어떻게 하면 "즐겜"할 수 있냐는 나의 말에 친구는 간단히 말했다. "욱하지 말고, 즐기면 된다!"라고.
나는 주로 1인칭 게임을 즐겨하기 때문에 그리 '욱'할 일은 없다. 경쟁자가 있을 땐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승부욕이 발동하여 지고 나면 끙끙 앓고, 이기면 기분 좋음을 느끼곤 했지만……. 한 번도 게임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해본 적은 없는 듯하다. 단순한 시간 때우기로 했달까. 예를 들어, 어쨌든 '기본 캐릭터'를 쭉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식량을 모아야 하고, 새로운 아이템과 미션을 발견하고 수행을 해야 했기에. 나는 게임을 즐기지 않고, 늘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임했다.
"즐겜러"들은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게임을 '하는' 행위에 집중한다. 하면서 즐기는 것, 즐기면서 하는 것. 같은 말이지만 두 번이나 반복한 이유는 이것이 참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늘 한숨을 쉬게 되고 마우스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에 있어 엄청난 힘을 주게 되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을 초탈하여 져도 즐겁고 이기면 조금 더 즐거운 게임의 세계가 나에게 있어선 약간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즐겁게 게임에 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의 문제는 내가 일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와 맥락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던 대로 하되, 하던 대로 해도 결과가 좋게 날 수 있도록 나만의 패턴을 가지는 것. 어떠한 것을 마주해도 '한번 해보지 뭐'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임하면 정말이지, 진정한 '즐겜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끔 하는 '오버워치' 게임은 6명이 한 팀이 되어 상대팀과 경쟁을 하는 식이다. 나는 주로 '힐러' 역할을 하며 우리 팀의 공격수와 수비수가 적당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가끔 자신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채팅창에 욕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럴 땐 늘 '즐겜러'가 홀연히 나타나 말한다. "그냥, 즐겨! 뭐가 문제야!"
'즐겜러'들은 마음이 곱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졌든 이겼든 간에 수고했다, 힐러 최고! 고마워! 등의 말을 한다. 상대팀이라도 잘하는 사람에게는 질투나 시기가 아니라 진정한 칭찬을 건넨다. 나는 즐겜러가 되고 싶다. 칭찬에 박하지 않고 사과할 줄 알며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자.
세상 모든 것을 납작하게 보지 않고 입체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에겐 '즐겜러'가 선망의 대상이다. 이렇게 나에겐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무엇이든 '즐겁게' 즐기며 삶의 미션을 수행하는 자가 되어보는 것. 나쁘지 않은 미션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