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두필 Sep 08. 2024

최상급 좀비

김두필 초단편소설

심각한 표정의 재훈이 보였다.

재훈은 연신 긴장감이 감도는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해 보였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는 연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재훈의 딸 유미의 CT사진이 띄어져 있었다.

흉부외과 김찬영 교수. 국내 심장질환에 관한 수술로는 최고로 불리고 있는 사람이다.

말없이 CT를 보던 김찬영 교수가 입을 열었다.


"수술로도 살 확률이 너무 낮습니다."


"그래도 시도를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시도를 하기에도 너무 낮아요. 가슴을 열어서 한번 보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방법이 전혀 없습니까?"


"그게..."


재훈은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찬영을 바라봤다.

그런 재훈의 눈빛에 할 수 없다는 듯이 찬영이 말했다.


"좀비... 좀비가 된다면... 살 수 있죠... 좀비는 심장이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까요..."


생각지도 못한 찬영의 제안해 재훈은 놀랐다.

그리고 한동안 할 말이 없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좀비라... 과연 자신의 딸을 좀비로 만드는 게 맞을까?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생각을 하던 재훈이 물었다.


"좀비가 되면 심장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게 맞습니까?"


"네 그럼요. 뇌만 다치지 않는다면 영원히 살 수 있는 게 지금 이 시대 좀비들 아닙니까? 그래서 요즘 사람들 좀비가 되려고 난리들이잖아요."


"그렇죠... 다들 좀비가 되기 위해 혈안이죠..."


"그런데 최상급 좀비 피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찾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뭐 혹시 지인 중에 최상급 좀비가 있다면 한 번만 물어달라고 하면 좋을 텐데... 요즘은 다들 돈을 찾는 추세라..."


최상급 좀비.

좀비 중 최고의 피를 가진 존재.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불노 불사의 존재.

그래서 현시대는 너도 나도 최상급 좀비가 되기 위해 혈안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구할 수 없는 최상의 피이기도 했다.

유미를 살리려면 그 피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온 것이다.

재훈이 다시 물었다.


"그... 최상급 좀비 피는 얼마 정도 하나요?"


"좀비가 되려면 적어도 500cc는 필요한데... 10cc에 요즘 시세가... 큰 거 한 장 정도 하네요... 나라에서 워낙 철저히 관리하다 보니 가격이 참... 그 질병 관리 본부에서 근무하시니까 더 잘 아시잖아요.."


"그렇죠... 오십억... 아마 지금은 더 올랐을 겁니다"


"네... 이런 말 드리기에는 참 죄송하지만... 아무튼 생각해 좀 해보시고 결정하세요. 그 피만 있으면 유미를 살릴 수 있습니다."


재훈은 의사와의 상담을 마치고 나왔다.

재훈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천천히 걸었다.

오십억. 지금 재훈의 상황에서는 엄두도 못 낼 금액이었다.

이미 유미의 병원비로 많은 빚더미에 앉은 재훈이었다.

그렇게 복잡한 감정의 재훈은 병실로 돌아왔다.


"선생님이 뭐라셔?"


아내가 재훈에게 물었다.


"뭐... 그냥..."


잠시 뜸을 들이던 재훈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여보?... 저... 그게..."


"응? 뭔데?"


"우리 유미... 최상급 좀비가 되는 건..."


재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가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미쳤어? 이제 10살이야... 그런 애를 좀비로 만들고 싶어?"


"아니... 그래도 영원히 살 수 있으니까... 최상급 좀비가 되면 그 피로 돈도 벌고 평생 잘 살 수 있잖아..."


"좀비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잖아? 맛도 못 느끼고 향기도 못 맡고 감정은 점점 메말라가고... 피부는 점점 썩어 들어가는데... 너는 니 딸 좀비 만들고 싶니? 아무리 최상급 좀비라도 안돼."


그렇다. 최상급 좀비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다. 하지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내가 말한 것처럼 맛을커녕 향도 맡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감정이 점점 메말라가는 좀비들도 나왔다.

최상급 좀비로 변이 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피부가 점점 썩어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현대 의학이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이기도 했다.

그러한 단점으로 최상급 좀비로 변이 하는 것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하지만 최상급 좀비에 대한 인기는 날로 쏟아 오르고 있었다.

재훈도 이러한 상황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우선 유미가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내의 말에 반박을 못하고 있던 재훈이 조심스레 다시 이야기했다.


"요즘 약도 개발되고 있어서 피부는 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데... 일단 살려야 될 거 아냐.. 우리 유미."


"좀비 되면 우리 유미 평생 10살 모습으로 살아야 돼... 그게 뭔 죄야... 최고로 이쁘고 건강할 때면 몰라... 근데 평생 저 작은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절대 안 돼... 그리고 우리가 돈이 어디 있니?"


재훈은 돈 얘기에서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물론 자신의 딸을 좀비로 만들기 싫은 것은 재훈도 마찬가지였다.

최상급 좀비가 되기를 원하는 세상이지만 많은 고민을 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10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미의 삶은 어쩌면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재훈은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빠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밖으로 나온 재훈은 병원밖 정좌에 앉았다. 

답답함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피우며 재훈은 생각했다.

재훈의 머릿속에는 오직 유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유미를 살릴 수 있을까? 좀비 피라도 훔쳐야 하나?"


순간 재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피고 있던 담배를 집어던지며 말했다.


"그래!"


재훈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들었다.

바들바들 거리며 겨우 번호를 찾아 재훈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김찬영입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김찬영 교수였다.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재훈이 말했다.


"선생님... 최상급 좀비 피면 죽지 않는 거 맞죠?"


"그럼요. 유미 좀비화 결정 하신 거예요?"


"그건 아니고요 우리 유미 심장 이식수술 준비해 주세요. 제가 기필코 가져갑니다"


전화를 끊은 재훈은 재빨리 병원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곤 지하 주차장으로 달려가 재빨리 자신의 차를 끌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


어두운 새벽. 국가 질병관리 본부 앞.

재훈의 차가 질병관리 본부 앞에 섰다.

보안요원들아 나와 재훈의 신분을 확인하며 물었다.


"과장님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아 뭐 좀 놓고 온 게 있어서요..."


재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곤 자신의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검은색 가방을 들고 터벅터벅 본부 쪽으로 걸어갔다.

재훈은 출입증을 찍고 관리본부 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 공무원으로서 재훈은 단 한 번도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정직했다.

그런 그에게 딸의 심장병은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었다.

그리고 질병관리 본부 가장 깊은 지하로 재훈은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나님 딱 한 번만 나쁜 짓 좀 하겠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지하, 최상급 좀비 혈액 보관소. 

재훈은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보관소를 지키고 있던 선배가 물었다.


"웬일이야? 유미는 쫌 어때?"


재훈은 아무 말 없이 감은 가방에서 헬멧을 꺼내어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러자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너 뭐 하냐? 뭐 개그 하냐? 헬멧을 갑자기 왜 써?"


"선배... 진짜 미안해요.."


순간 재훈은 선배를 밀치고 보관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최상급 좀비 혈액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순간 경보음이 울리고 수십 명의 보안 요원들이 총을 들고 재훈을 둘러쌓았다.


"이재훈 씨 그 혈액 당장 내려놔요. 안 그럼 쏩니다."


보안요원들과 재훈은 대치 상황이었다. 언제 총이 발포될지 모르는 아주 급박한 상황.

그 순간 재훈은 들고 있던 좀비 혈액을 자신의 허벅지에 꽂았다. 

순간 재훈을 향한 사격이 시작됐다. 수많은 총알이 재훈을 관통했고 재훈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흐르는 정적. 그리고 조심스레 보안요원들이 재훈에게 다가갔다.

그때 갑자기 재훈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제 됐어."


***


김찬영 교수가 일하는 대학병원 앞.

끼익 하는 굉음과 함께 걸레가 된 재훈의 자동차가 멈춰 섰다. 그리곤 빠르게 뛰어 올라가는 재훈.

여러 발의 총상을 입은 헬멧을 쓴 재훈이 병원으로 들어섰다. 비틀거리며 피투성이의 재훈이 김찬영 교수의 진료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문을 박차고 진료실로 들어간 재훈이 웃으며 말했다.


"나 최상급 좀비가 됐습니다. 좀비화된 지 아직 3시간 안 됐고요... 심장 아직 깨끗합니다. 지금 당장 제 심장 빼서 우리 유미 수술시켜 주세요... 부탁드려요 선생님..."


의사는 너무 놀라 한동안 말없이 재훈을 지켜봤다. 

잠시 후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김찬영 교수.

단호한 목소리로 김찬영 교수가 말했다.


"지금 당장 수술방 하나만 열어줘요... 심장 이식수술 합니다."

이전 03화 아메리카노 한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