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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Sep 15. 2024

커다란 손

김두필 초단편소설

영길이 아주 어렸을 때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 저기 저 하늘에 커다란 손은 뭐예요?"


"응? 무슨 손?"


"하늘에 저 커다란 손이요."


"아~ 구름 모양이 손처럼 보였나 보구나?"


영길의 엄마는 영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대답은 영길을 더욱더 혼란에 빠뜨렸다.

자신의 눈에는 하늘에 있는 커다란 손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 혼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하늘의 커다란 손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손.

그 손을 올려다보며 영길은 혼잣말을 했다.


"도대체 저 손은 뭐지?"


그 이후부터 영길은 혼잣말을 하며 이따금씩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길을 걸을 때에도 사무실에 앉아 창문밖을 볼 때도 언제나 커다란 손은 하늘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커다란 손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 모를까 하늘 위의 커다란 손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하늘 위의 커다란 손이 영길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손은 영길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뿐만이 아니라 모든 순간을 같이 했다.

영길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커다란 손이 있었다.

아니 커다란 손은 언제나 하늘에 존재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성인이 지금 그 손은 어렸을 때 봤던 것보다 더 커지고 가까이 와 있었다.


어느 날 영길이 설악산을 올랐을 때였다. 

그 당시 설악산은 영길이 올랐던 가장 높은 산이었다.

그렇게 정상에 오른 영길은 어김없이 하늘에 있는 커다란 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영길은 그러지 못했다.

커다란 손과 더 가까워진 영길에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영길이 들은 그 음성. 그 음성은 굉장히 낮고 무거운 소리였다.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그 음성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영길만이 그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영길은 귀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음성소리.


[어ㅓㅣ랟ㅎ;니알대ㅜ힝]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음성은 영길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네;레ㅏㄷ;ㅇ히나;ㅣㄹ;ㄷ]


또다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영길은 너무나 듣고 싶었지만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지? 혹시 저 커다란 손이 말하는 소리인가?'


영길은 저 소리가 어떠한 소리인지 누구의 소리인지 또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던 영길이 커다란 손을 향해 큰소리로 물었다.


"커다란 손!!! 지금 당신이 내는 소립니까?!"


영길의 외침에 설악산 정상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영길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조용히 영길을 쳐다보았다.

아마 영길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쳐다봤을 것이다.

대부분 야호라고 외치지 저렇게 외치지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시선은 영길은 주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랑곳하지 않고 영길은 하늘을 보며 손에게 물었다.


"당신이 내는 소리가 맞으면 검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줄래요?"


사람들은 그런 영길을 보며 키득 데거나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영길의 시선은 오직 하늘의 커다란 손만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움직이는 커다란 손의 검지.

영길은 하늘의 손이 검지를 움직이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

영길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저 커다란 손이 자신의 물음에 반응을 했다는 사실에 말이다.

그렇게 영길은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면서 영길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어찌해야 저 음성을 정확히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산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길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그래 까짓 거 조금 더 가까이 가보자, 가까이 가면 좀 더 정확하게 들을 수 있겠지. 내가 꼭 저 손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듣고야 만다.'


영길은 그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서 저 커다란 손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기필코 대화를 해보겠다고 말이다.

그 결심이 있은 후부터 영길은 미치듯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헬스클럽에 등록을 하고 체력 운동에 매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틈만 나면 항상 산에 올랐다.

높은 산을 가지 못하는 날이면 동네에 있는 작은 동산이라도 올랐다.

또 산악인들을 찾아 산에 대해 죽어라 공부했다.

산에 오르는데 아무런 지식이 없다면 산에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저 손과 마주하려면 산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길 1년 영길은 누구보다 체력이 좋아졌고 누구보다 산을 잘 타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영길이 말했다.


"좋아, 가자!"


영길은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우고 퇴직금을 정산받았다.

높은 곳에 가려면 그만큼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곤 등산팀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을 저 높은 곳으로 데려다줄 등산팀을 말이다.

엄홍길 대장과 같이 믿을 만한 팀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산악팀을 만날 수 있었다.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는 그저 산에 오를 일만 남아있었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영길을 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는 7~8명의 사람들이 영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영길이 산에 오르기 위해 들어간 팀원들이었다.

팀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마친 영길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가시죠! 에베레스트!"


영길을 실은 비행기는 에베레스트를 향해 날았다.

영길이 설악산에서 목표로 한 일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다.

오르기만 하면 커다란 손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는 사실이 영길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 커다란 손과의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가서 정확한 음성을 듣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영길과 산악팀은 네팔에 도착했다.

네팔에 도착한 산악팀은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함이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전 날 밤.

영길은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이면 저 커다란 손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영길을 밤하늘의 손을 보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영길과 산악팀은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국내의 산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험난한 곳이었다.

험난한 만큼 위함 한 일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영길은 오로지 커다란 손만을 바라보며 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정상이 목표지만 영길은 커다란 손이 목표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갖은 일을 겪어가며 영길과 산악팀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산악팀은 깃발을 꽂고 사진도 찍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영길은 오로지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손에게 소리쳤다.


"나 기억하죠?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뭐였습니까?"


[...]


영길이 더 큰소리로 손에게 물었다.


"이제 더 이상 가까이 갈 산도 없어요!!! 그때 냈던 그 음성 전 똑똑히 기억합니다. 다시 한번 말해줘요!!!"


[그래... 왔구나... 나는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이제는 경각심을 가져라.]


"네?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내 손으로 그대들을 멸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아니 알기 쉽게 좀 얘기해 줘요!! 당신은 신입니까?"


[그렇다. 나는 그대들 그리고 이 지구를 만든 창조주이다.]


"근데 멸망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리고 당신 손을 나 말고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까?"


[나의 손이 보이는 그대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손이 조금씩 지구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그대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대들이 이미 지구라는 곳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결과로 아주 오래전부터 기후의 이상현상 그로 인한 바이러스등을 겪었을 것이다. 패스트, 사스, 신종플루, 코로나 까지 근데 그대들은 반성은커녕 아직도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나의 손이 지구에 가까워지지 않았으면 한다. 부디 그대만이라도 이 사실을 알리길 내가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렇게 영길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또 깊은 고민과 함께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 


몇 년 후, 세계지구보호 단체 면접장.

긴장한 표정의 남자가 면접장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잠시 후 남자의 이름이 불리고 남자는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면접장에 들어온 남자는 자연스레 면접관들 앞에 위치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남자의 앞으로 보이는 세명의 면접관들.

그중 가운데 위치한 영길이 웃으면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당신도 저 커다란 손이 보입니까?"


그러자 남자가 대답했다.


"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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