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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Sep 22. 2024

huavoid-33

김두필 초단편소설

“확진입니다.”          


“아... 네...”          


의사의 말에 정호는 떨리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정호에게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증상에 너무 심해 혹시나 하고 병원에 찾아왔는데 역시나 확진이었다.

뭐 언젠가 자신에게 찾아 올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길 바랐다.

병을 피한다고 피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호는 바이러스에 전염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정호에게 의사가 말했다.        


“아시다시피 사람을 만나셔야 돼요... 그런데 또 사람들 간에 접촉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사람을 만났을 때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집에 가서 격리하시고 처방드린 항생제를 꼭 드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아... 네...”          


의사의 말을 들은 정호는 혼자 생각했다.


'이 항생제를 먹는다고 나아지는 게 있나?... 뉴스에서 보니까 그냥 증상을 완화해 주는 것뿐이라던데... 아니 그리고 사람을 만나라고? 만나면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이 나타나면 또 무조건 집에 가서 격리하고...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결국 집에서 혼자 있으라는 소리 아니야?'


정호가 걸린 병은 HUAVOID-33이라는 녀석이었다.

HUAVOID-33은 2033년 4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바이러스였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들 간의 접촉에 의해 증상이 발현됐다. 

여러 증상이 있지만 그중 네 가지가 가장 대표적으로 일어났다. 

첫 번째는 39도 이상의 발열이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구토증상, 세 번제는 온몸에 피부발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증상은 바로 사람을 만나면 저 증상이 또다시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저 모든 증상이 발현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이 현대사회에 있어서 정말 거지 같은 바이러스였다.

이러한 바이러스가 올해부터 발생해 꾸준히 전파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2019년 중국에서 시작한 COVID-19 이후 가장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로 판단하고 있었다. 

전파 방식은 아직까지 알 수 없었다.

전파가 되는 방식이 비말인지 호흡인지도 몰랐다.

방구석에 혼자 있는 사람이 걸리기도 했다.

정호도 그중 하나였다.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취업도 되지 않는 정호는 자연스레 혼자가 되었다.

흔히들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정호였다.

이렇듯 이 병은 어떻게 전파가 되고 어떻게 걸리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무서운 녀석이었다.

현재 대한민국도 인구의 삼분의 이 이상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상태였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된다.

전파도 전파지만 증상이 악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 사람을 피하게 되고 결국 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람만 만나면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이었다. 

회사생활은커녕 제대로 된 사회생활 조차 할 수 없는 고립의 상태가 되고 만다는 것이었다.

정호는 담담히 의사에게 물었다.          


“별다른 치료 방법은 없나요?”          


“네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방법이 있다면 아시다시피 증상을 낮춰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서서히 증상을 줄여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서요... 가족들이 아닌 타인 중에 그런 사람을 찾는 게 쉽나요? 그저 치료약이 개발되기를 기다릴 수밖에요...”          


증상을 낮춰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야 했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서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 그 부담감이 정호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

의사들도 알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또 왜 증상이 낮춰지는지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전문가들은 모두 하나같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조금만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백신이라도 나오면 좋으련만 백신은커녕 치료약 개발도 늦어지고 있었다.

티비에 나온 어떤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유전 학적으로 서로 맞춰지는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들인데... 가족들은 이미 서로서로 내성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증상 낮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전혀 모르는 타인들 사이에서 찾아야 한다는 건데... 이건 정말 사막에서 바늘 찾기지요."


또 다른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유전적으로 맞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끼리 만나서 나오는 도파민 비슷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여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러자 누군가 전문가에게 물었다.


"아니 그럼 어떤 상호작용을 말하는 건가요? 뭐 사랑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뭐 그런 감정이 오고 가야 하는 건가요?"


"아... 그건 저희도 아직 연구 중에 있습니다."


언제나 돌아오는 답변은 저러했다.

열심히 알아보고 있고 연구 중이다. 이 말 뿐이었다.

내가 듣기에는 결국 모른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유전이고 상호작용이고 뭐든 간에 지금 현대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1인가구가 대부분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1인가구의 증가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히키코모리, 공황장애, 콜포비아등이 HUAVOID-33의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약 처방해 드릴 테니 집에 돌아가셔서 격리 잘하시면 됩니다.”     


의사의 말을 마지막으로 정호는 처방전을 받아 들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을 나오자 여러 사람들이 정호에게 명함을 들이밀었다. 

병을 고쳐준다는 의사들, 무당들, 민간요법, 각종 전문가들이 명함을 들고 병원 앞에 대기 중이었다. 

그중 명함의 대부분은 증상 완화자를 찾아 준다는 내용들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증상 완화자를 대신 찾아주고 돈을 받는 일을 하는 중개인들이었다.     

나눠주는 명함과 함께 처방받은 약을 들고 정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에도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인해 정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열은 뜨겁게 들끓었고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피부 발진까지. 정호는 처방받은 약을 먹고 힘겹게 자신의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리곤 생각에 잠겼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난 계속해서 이렇게 격리되어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 바이러스에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정호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히키코모리 생활을 해온 자신이 이렇게 격리된다는 사실에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잠긴 그때 몸은 점점 정상의 상태로 돌아오고 있었다. 

증상이 완화되는 이 상황에 정호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야말로 사람을 안 만나면 이런 힘든 일은 안 겪어도 된다는 그러한 안도감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던 정호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이래 죽나 저래 죽나 한번 해보자!”          


***


두 달 후. 한 기자회견장에 정호가 나타났다. 

정호는 기자회견 자리에 앉아있었고 그 뒤에는 플래카드가 적혀 있었다.          


[HUAVOID-33 최초 자가면역자 박정호 기자회견]          


많은 기자들이 정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때 한 기자가 정호에게 질문을 했다.          


“HUAVOID-33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하신 건가요?”          


기자의 물음에 정호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약을 먹고 집에서 쉬면 금방 나아지는 증상인데 너무 겁을 먹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가봤습니다. 죽나 안 죽나. 근데 정작 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 처방받은 수십 알의 약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증상이 나오면 약을 먹고, 또 사람들이 만나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몸이 적응을 하고 증상은 더 이상 발현되지 않더군요... 그렇게 전 면역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사망한 이유는 바로 외로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바이러스는 결국 사람의 연약한 마음으로 인한 거였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나가서 사람을 만나세요. 어차피 이 바이러스는 우리 사람을 죽이지 못하니까요. 아 참고로 전 히키코모리였습니다. 저도 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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