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필 초단편소설
그곳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곳은 어둡고 습하고 더럽고 기분 나쁜 곳이었다.
하영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더럽고 그지 같은 곳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눈이 가려진 채 하영은 끌려왔다.
차를 타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눈은 계속해서 가려져 있었다.
차에서 내려서 끌려온 이곳은 미로 같은 곳이었다.
눈이 가려져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진 거겠지만 꼬불꼬불 복잡한 곳이었다.
걷고 또 걸었으며 수백 개의 계단을 내려온 끝에 덜컹하면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하영은 자신이 어느 방에 들어온 걸 알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혀진 하영은 누군가에 의해 결박을 당하고 있었다.
당황한 하영이 물었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절 여기에 묶으시는 거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하영을 의자에 계속 묶고 있을 뿐이었다.
그럴수록 하영은 소리쳤다.
"누구냐고!!! 누구냐고 이 씨발새끼야!!!"
하영은 바락바락 소리쳤다.
몸을 흔들었으며 풀려나기 위해 용을 썼다.
하영이 그러면 그럴수록 그 누군가는 결박을 더욱 단단하게 할 뿐이었다.
그런 단단한 결박에 하영은 더욱더 소리쳤다.
"풀어줘!!! 풀어 달라고 이 새끼야!!!"
잠시 후 하영을 다 묶은 누군가가 넌지시 말했다.
"아... 씨... 더럽게 시끄럽네..."
이 한마디와 함께 남자는 하영의 머리를 둔탁한 무언가로 내리쳤다.
그렇게 하영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한 채 기절하고 말았다.
끝내 빛도 보지 못한 채 하영은 그렇게 맞아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두웠던 하영에 눈에 아주 작은 빛이 보이고 있었다.
아주 작은 백열등이 아주 작은 방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어두운 지하실에서 하영은 정신을 차렸다.
하영의 손과 발은 의자에 묶여 있었고 몸은 결박이 된 상태였다.
소리를 쳐보려 했지만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어 연신 윽윽 거리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그리고 작은 방구석 한 곳에서 어떤 검은 남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검은 마스크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검은 남자가 하영에게 다가왔다.
남자는 하영의 재갈을 풀어주며 말했다.
"정신이 들어?"
"난 여기 왜 묶여 있는 거죠? 이거 당장 풀어요!"
"이렇게 쉽게? 그건 안 되지... 나도 할 일이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말해 뭐 해? 역시 직접 느껴봐야지..."
남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영의 얼굴을 검은 천으로 덮었다.
빛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영은 또다시 어둠에 잡아먹혀 버렸다.
어두운 공포에 사로 잡힌 하영이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이거 당장 벗겨요! 당장!!"
그 순간 휙휙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예리하고도 찢어질 듯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겁먹은 하영이 소리를 질렀다,
"뭐야? 하지 마... 하지 마!!!"
그 순간 예리한 무언가가 하영의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휙휙 예리한 소리만큼 예리한 상처를 하영의 몸에 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회초리 같은 무언가로 하영의 몸을 공격하고 있었다.
길고 그 예리한 회초리가 하영의 몸을 때릴 때마다 하영은 고통의 신음소리를 냈다.
하영은 미친 듯이 아팠다.
어린 시절 말고는 누군가에게 맞아 본 기억이 있던가?
정말 오랜만에 맞아보는 회초리에 온몸이 아파왔다.
회초리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하영이 물었다.
"악! 아파요.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예요?"
"히히히히~"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웃으며 대답 없이 회초리 질만 계속할 뿐이었다.
그것도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이 상황을 남자는 즐기고 있었다.
몇 시간을 맞은 걸까? 계속되는 회초리질에 하영의 정신은 붕괴되어 갔다.
"이제 그만... 제발 그만해요..."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더 놀아 봅시다."
이 말을 남긴 남자는 하영을 덮고 있던 천을 벗겨주었다.
내일 더 놀아보자? 그럼 이게 끝이 아닌 건가?
하영은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이 돌아버릴 것 같은 구타가 끝이 안 났다는 사실에 말이다.
희미한 정신을 붙잡고 있는 하영에게 남자가 말했다.
"배고프지?"
이 말과 동시에 삶은 계란 한 개를 던저주고 남자는 방을 나섰다.
그렇게 자신을 때려놓고 고작 삶은 계란 하나라니...
하영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을 운 하영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잠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정신을 잃었던 하영이 눈을 떴다.
눈을 뜬 하영에게 보이는 건 자신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남자였다.
자신을 지독하게 괴롭히고 구타한 남자가 하영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남자를 본 하영이 두려움에 덜덜덜 떨며 소리쳤다.
"이 개새끼야!! 너 누구야?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에이 알 거 없잖아... 오늘은 이거로 시작해 볼까?"
남자에 손에는 회초리보다는 조금 굵은 나무 몽둥이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검은 천으로 하영의 얼굴을 덮었다.
다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어두운 지하실 안은 퍽퍽 거리는 몽둥이 소리.
하영의 비명소리.
남자의 웃음소리만 가득했다.
그 온갖 소리들은 아주 오랜 시작 지속되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몽둥이 소리와 하영의 비명소리가 끝나자 남자는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또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자고..."
내일? 또 내일? 아직도 안 끝난 건가?
하영은 더 이상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남자는 그런 하영의 검은 천을 벗겨주고 그 옆에 삶은 계란 한 개를 놓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음날 지옥 같은 날들이 반복될수록 몽둥이의 두께와 구타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하영의 비명소리는 커졌지만 먹은 게 없는 하영은 더더욱 말라갔다.
"제발 살려주세요... 잘 못했습니다."
그러자 남자가 조용히 이야기했다.
"네가 기도하는 그 하나님께 빌어봐... 내가 봤을 땐 그 하나님도 너 같은 건 버렸을 테지만... 흐흐흐흐."
그렇게 하영의 밤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방에서 그렇게 흘러갔다.
한 달이 지나고 하영의 몸은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몸을 쥐어짜도 물 한방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몰골이었다.
하영의 방에서는 더 이상 비명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소리를 지를 힘도 없었다.
근육은 녹아서 하영의 얼굴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하영은 간신히 나오는 음성으로 물었다.
"도대체... 나 한테... 왜 그러는 거예요?"
"알려줘?"
남자가 말했다.
"제발 좀 알려주세요..."
"당신이 입양했던 그 아이... 그 아이는 이유를 알고 그런 일을 당했던 거야?"
하영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자신이 여태까지 왜 이렇게 까지 맞았는지 납득이 갔다.
하영은 사실 자신이 저질렀던 행위가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 몰랐다.
재판장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하영은 그냥 아무 감정 없이 죄송합니다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신이 뭘 잘 못했는지 모르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 끌려와 아무 없이 구타를 당하면서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나고 복잡한 감정들이 몰려왔다.
직접 당해보니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영은 다시 나지막이 남자에게 물었다.
"제가... 그렇게... 잘 못한 거예요?"
반성은커녕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한 하영의 말에 남자가 웃었다.
그렇게 웃으며 남자는 말했다.
"하하하하 역시 너는 구제 불능이구나... 너는 역시 더 당해봐야 돼... 이봐 당신은 대한민국 아동학대 특별법을 적용받고 있는 중이야... 당신이 5년 동안 학대에서 죽은 그 아이의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는 게 이 특별법의 취지거든... 그 아이는 그렇게 죽어선 안 되는 아이였어. 근데 당신은 반성은커녕 자기 합리화 그리고 그 아이의 자해라고 핑계만 대고 있지... 그래서 당신은 이 어둠 속에서 앞으로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돼... 그러니 우리 힘내서 함께 반성해 보자고... 정하영 씨 파이팅! 앞으로 5년 동안 잘해보자고!!!"
남자의 말이 끝나고 어두운 방안은 몽둥이소리와 하영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명 소리는 그 옆방 그 옆옆 방에서도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