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힘들면 눈을 꼭 감아버리는 이유
어릴 때부터 혼자 알아서 하는 편이었다. 누군가 챙겨준다기 보다 내 물건, 상황, 일정 등을 알아서 정리정돈하는 스타일. 혼자 있어도 집안일 알아서, 밥도 알아서 챙겨먹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도 늘 혼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식으로 부탁을 해야하는지, 어떤 식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몰랐다. 엄마,아빠도 당시 본인들의 기준으로 '이것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생각해 해주신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내게 맞는 방식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초등학교 시절, 성인들이 타는 큰 자전거를 사준다는 방법처럼 말이다.
설득한다고 먹힐것도 아니었고, 통보식이 많았고, 말한다고 이해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깊은 내적 동굴로 들어갔던 것 같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그 동굴이 연결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또 주요사항들은 혼자 해결하고 나는 다 알아서 해야한다_는 허구의 독립으로 세워졌다.
근력 운동을 하다보면, 와..진짜 너무 힘들다_라고 느낀 한계의 순간이 있었다. 그때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내 본심이었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이었다.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숨고싶은 그런 쫄보의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운동은 허구의 독립을 다 깨버렸다. "자, 허상위에 서 있지 말고, 진짜 너를 봐. 너는 다 해낼 수 있지 않아. 너는 강하지 않아. 너는 지금 힘들어하고 있고, 도망가고 싶어해서 눈을 감고 있지. 그게 너야. 진짜 너를 봐." 눈을 감은 나를 보면 바보 같았다. 이것도 잘해야지! 하지만 신체의 한계_라는 고통은 정직한 반응이 나오게 했다.
나는 무섭고 겁나면 눈을 꼭 감고, 이불 속으로 숨어있고 싶은 쫄보의 마음도 있었다. 그냥 이게 나구나. 근데 그럴수도 있는거구나. 그게 뭐 어때서. 눈 좀 감으면 어때. 힘드니까 그러지. 다음에 한두번 덜 감으면 되지.
거울속의 나와 눈 마주치는 순간이 아-주 쪼금씩 늘어났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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