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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사랑을 받은 아이가 어른이 되면 이렇게 된다

#023 바디 프로필 준비하다 알게 된 것

by 엄마의 브랜딩

운동을 하다가 바디 프로필도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번도 해본적도 없고 크게 관심도 없었지만, 뭔가 운동하는데 동기부여가 되려나? 싶어 해보기로 했다.


사진도 미혼일때나 많이 찍었지, 결혼하고 나서는 일상이 정신없고 아이 사진만 찍느라 딱히 내 사진을 잘 안찍었다. 그리고 화보다 이런 인위적인 사진은 뭔가 이질감이 느껴져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운동하면서 '해보지 않은 선택을 해보기'로 사고를 좀 확장하자_주의였기 때문에 한번 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나를 위해서였다. 나의 만족과 동기부여를 위해서.


사진 찍기로 한 날이 한달 전쯤 되었을까, 굉장히 운동하며 스트레스 받는 나를 발견했다. 체중에 크게 변화가 없었다. 일이 많아졌고, 운동 시간은 양껏 못했고, 스트레스 받는 만큼 요리하면서 주섬주섬 먹는 '한입만'이 좀 늘어났다.


운동 시간은 줄어드는데, 먹는양이 조금씩느니 그나마 현상유지, 거기서 외식이라도 한번 하면 살이 올라오는 거였다. 하지만 기본적인 현상 유지는 하고 있었다. 목표로 했던 체중에는 여전히 못미치는 체중이었다.


뭔가 슬슬 선생님들 눈치가 보였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다. 빨리 결과를 내고 싶었고, 잘 해내는 내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나는 사실 오늘 찍어도 상관없고, 지금 이 모습도 충분히 살을 많이 빼서 만족하고, 그렇게 대단한 옷을 안입고 평상복으로 캐주얼하게 찍어도 좋은데 내가 왜 스트레스 받으면서 초조해하는거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운동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께 인정받고 싶어서'였다는 것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아.. 어릴때 나 자신에 대해 느낀 조건부 사랑_을 나도 모르게 또 발동시키고 있었구나.


뭘 잘해야, 뭘 해내야 가치있는 나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렇지 못하면 선생님들이 나에게 실망할거라고 생각했구나. 그게 싫었구나. 그걸 견디기 힘들어 하는 마음이라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애쓰며 버둥거렸구나. 선생님께 운동하며 이 이야기를 했다. 솔직하게. 선생님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다. 아, 나도 그 눈물의 의미가 뭔지 알 것 같아 같이 울었다.


애쓰고 희생하고 참았던게 많았던 사람들은 내 욕구보다 남의 욕구가 우선시 될 때가 있다. 조건부 사랑을 받은 사람들은 그 조건에 부응해야 한다_는 내 삶의 중심성을 남을 위해 맞출 때가 있다. 그런 삶은 버겁다. 그 누군가는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이고, 나는 그렇게 또 내가 중심이 되지 못한채 남을 위해,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운동하나, 식단하나 좀 정상화 시켜보겠다는 건데.. 뭐가 이렇게 내 안의 다크나이트 부분들이 꺼내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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