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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Nov 06. 2022

학원비 천만원으로 뭐 배우고 싶어?

엄마의 브랜딩 013 [학교 이야기1: 18세 고교생]

3주짜리 프로젝트 강의가 있었다. 고등학생 진로 프로그램이었는데, 학교 선생님들도 엄청 신경써주시고 학생들 분위기도 정말 좋았어서 3주 내내 재미있게 수업했었다. 첫번째 수업날,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나 했었다.


얘들아, 학원비가 1000만원 주어지면 뭘 배워보고 싶니? 과목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완전 자유롭게 선택가능하다면 말야.



학생들은 난리가 났다. 김연아에게 스케이트를 배운다, 누구에게 악기를, 프로게이머에게 게임을, 축구선수에게 축구를 배우겠다..등등. 그런데 단 한명의 남학생만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었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이 진심인게 느껴져 시간을 더 주고 그 다음주, 또 그다음주 나중에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3주내내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다.


선생님, 전 제가 뭘 배우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모른다_라는 그 의아한 답이 진심이었던 학생. 3주간 만나며 알게 된 그 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스케줄이 다 짜여져 있었다. 어떤 유치원을 다니고,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학원들을 다니고, 모든 일상 학습 플래너+매니저 역할을 하는 엄마가 있었다. 


심지어 앞으로의 진로까지 몇가지로 나뉘어 그 중 선택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20년 가까이되는 한 사람의 일생이 '아들이 잘되야지'_를 표방한 엄마의 욕심 안에서 선택권 없이 짜여져 있었다. 자신의 대부분의 것들을 엄마가 결정해서, 본인이 직접 선택같은 걸 할 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친구들과 뭐 먹으러 갈때 메뉴조차도, 뭘 먹어야 할지 몰라 친구들이 고르는 것들을 따라 고른다는 얘기까지 듣고서는 나도 좀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 학생은 다른 프로젝트는 잘 해냈어도, 그 질문만큼은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다. 참 착한 순둥이같은 스타일이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 다 따라갈 생각이 있는. 어린 코끼리에게 끈을 묶어놓고 키워, 풀어줘도 그 안에만 머무르는 착한 아기 코끼리. 학생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걸 아니까 어쩔수 없다고 했다.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보며 흐뭇해 할까? 자신의 아이가 먹고 싶은 메뉴 하나 못 고르는 완전 수동태의 인간이 되어버려도 자신에겐 안중요하니까 여전히 학교, 학원을 운운하며 고지로 더 몰아갈 것이다. 따라오면 따라오는대로 만족할 것이고, 못 따라오면 못 따라온다고 닥달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은

-스스로의 삶의 주도권을 아예 놓은 상태라는 것과

-엄마에게 완전히 종속된 사고패턴이 되어버린 것

-그리고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잘 되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 표면으로 얘기하겠지만

-지극히 자기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이의 인생을 갈아넣어 버렸다.


아이의 인생에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과 존재가치를 아이에게 투영하기 때문이거나

-자신의 어떤 결핍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고 하거나

-정말 아이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기 때문이거나

-자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아집 안에 갇혀있어서일 것이다.


자신의 욕구와 상태를 모르는 아이가

-과연 남의 욕구와 상태를 알고 채워줄 수 있을까?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의 필요를 알아챌 수 있을까?

-주도하고 자신을 당기는 대상이 없을 때 크고 작은 인생의 선택들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이 직접 마주한 상황이 없는데, 그 상황을 분별할 안목은 키울 수 있을까?


엄마는 아마 자신이 생각한 기준대로 아이를 잘 키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마음도 진심일 수 있다. 하지만, 깨달은 것은 사람은 진짜 자신(혹은아이)에게 좋은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를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 학생이 떠오른다. 정말 간곡한 생각으로는, 어쩌면 지금은 별 걱정 안해도 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메뉴 고를때 만큼은, 먹고 싶은걸로 골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편에 계속..)


https://brunch.co.kr/@kimeunho/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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