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천만원으로 뭐 배우고 싶어?

엄마의 브랜딩 013 [학교 이야기1: 18세 고교생]

by 엄마의 브랜딩

3주짜리 프로젝트 강의가 있었다. 고등학생 진로 프로그램이었는데, 학교 선생님들도 엄청 신경써주시고 학생들 분위기도 정말 좋았어서 3주 내내 재미있게 수업했었다. 첫번째 수업날,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나 했었다.


얘들아, 학원비가 1000만원 주어지면 뭘 배워보고 싶니? 과목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완전 자유롭게 선택가능하다면 말야.



학생들은 난리가 났다. 김연아에게 스케이트를 배운다, 누구에게 악기를, 프로게이머에게 게임을, 축구선수에게 축구를 배우겠다..등등. 그런데 단 한명의 남학생만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었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이 진심인게 느껴져 시간을 더 주고 그 다음주, 또 그다음주 나중에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3주내내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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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전 제가 뭘 배우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모른다_라는 그 의아한 답이 진심이었던 학생. 3주간 만나며 알게 된 그 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스케줄이 다 짜여져 있었다. 어떤 유치원을 다니고,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학원들을 다니고, 모든 일상 학습 플래너+매니저 역할을 하는 엄마가 있었다.


심지어 앞으로의 진로까지 몇가지로 나뉘어 그 중 선택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20년 가까이되는 한 사람의 일생이 '아들이 잘되야지'_를 표방한 엄마의 욕심 안에서 선택권 없이 짜여져 있었다. 자신의 대부분의 것들을 엄마가 결정해서, 본인이 직접 선택같은 걸 할 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친구들과 뭐 먹으러 갈때 메뉴조차도, 뭘 먹어야 할지 몰라 친구들이 고르는 것들을 따라 고른다는 얘기까지 듣고서는 나도 좀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 학생은 다른 프로젝트는 잘 해냈어도, 그 질문만큼은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다. 참 착한 순둥이같은 스타일이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 다 따라갈 생각이 있는. 어린 코끼리에게 끈을 묶어놓고 키워, 풀어줘도 그 안에만 머무르는 착한 아기 코끼리. 학생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걸 아니까 어쩔수 없다고 했다.


엄마는 자신의 아들을 보며 흐뭇해 할까? 자신의 아이가 먹고 싶은 메뉴 하나 못 고르는 완전 수동태의 인간이 되어버려도 자신에겐 안중요하니까 여전히 학교, 학원을 운운하며 고지로 더 몰아갈 것이다. 따라오면 따라오는대로 만족할 것이고, 못 따라오면 못 따라온다고 닥달할 수 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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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그 학생은

-스스로의 삶의 주도권을 아예 놓은 상태라는 것과

-엄마에게 완전히 종속된 사고패턴이 되어버린 것

-그리고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잘 되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 표면으로 얘기하겠지만

-지극히 자기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이의 인생을 갈아넣어 버렸다.


아이의 인생에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과 존재가치를 아이에게 투영하기 때문이거나

-자신의 어떤 결핍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고 하거나

-정말 아이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기 때문이거나

-자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아집 안에 갇혀있어서일 것이다.


자신의 욕구와 상태를 모르는 아이가

-과연 남의 욕구와 상태를 알고 채워줄 수 있을까?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의 필요를 알아챌 수 있을까?

-주도하고 자신을 당기는 대상이 없을 때 크고 작은 인생의 선택들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이 직접 마주한 상황이 없는데, 그 상황을 분별할 안목은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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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마 자신이 생각한 기준대로 아이를 잘 키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마음도 진심일 수 있다. 하지만, 깨달은 것은 사람은 진짜 자신(혹은아이)에게 좋은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를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 학생이 떠오른다. 정말 간곡한 생각으로는, 어쩌면 지금은 별 걱정 안해도 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메뉴 고를때 만큼은, 먹고 싶은걸로 골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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