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작가의 마음
書心 (서심)
글 쓰는 작가의 마음
孤燈伴夜靜 (고등반야정)
외로운 등불이 고요한 밤을 벗하며
心墨落無聲 (심묵락무성)
마음의 먹은 소리 없이 떨어지네
字字含秋氣 (자자함추기)
글자마다 가을의 기운을 머금고
筆端見我情 (필단견아정)
붓끝마다 나의 마음이 보이네
孤燈伴夜靜 (고등반야정)
외로운 등불이 밤의 적막을 벗합니다.
세상은 잠들었고, 오직 등불 아래 나만이 깨어 있지요.
그 고요는 작가에게 고독이자, 가장 깊은 사유의 시간입니다.
心墨落無聲 (심묵락무성)
마음의 먹이 소리 없이 흘러내립니다.
생각이 아니라 ‘느낌’으로 적는 순간, 글은 이미 말이 됩니다.
침묵 속의 기록, 그것이 진짜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字字含秋氣 (자자함추기)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가을의 기운이 스며 있습니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 비워내는 계절이니까요.
작가는 결국 자신을 비워내어 세상을 담습니다.
筆端見我情 (필단견아정)
붓끝마다 내 마음이 비칩니다.
글은 나를 감추지 못합니다.
쓰면 쓸수록, 드러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입니다.
이 시는 ‘고요 속에서 쓰는 자의 내면 풍경’을 그린 시입니다.
고요한 등불(孤燈)은 작가의 외로움을,
‘소리 없이 떨어지는 먹(墨)’은 사유의 깊이를 상징합니다.
‘字字含秋氣(글자마다 가을의 기운을 머금는다)’는 구절은
창작의 본질을 계절의 이미지로 표현한 핵심 구절입니다.
가을처럼 비우고, 가을처럼 익어야 비로소 한 문장이 맑아집니다.
마지막 ‘筆端見我情(붓끝마다 나의 마음이 보인다)’은 글쓰기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작가는 세상을 쓰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신을 씁니다.
그가 남긴 문장은 세상의 기록이 아니라, 마음의 흔적입니다.
《書心》은 글쓰기를 ‘수행(修行)’으로 본 시입니다.
세상의 소리를 끊고, 오직 마음의 먹으로 자신을 그려내는 일.
그것이 진정한 작가의 길이며, 붓을 든 자의 숙명입니다.
이 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비워
진실을 받아쓰는 일이다.”
달빛처럼 고요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그렇게 써 내려간 문장만이
세월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