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사람들

by 김해


김해에게


안녕, 김해야.
요즘 많이 바쁘지?


학생들 시험 기간이라서 도움 될 만한 자료를 찾고, 수업 준비도 꼼꼼히 하고 있겠구나.
게다가 어제까지는 연간 검토단으로서 개정 예정인 교재의 오류와 오타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지.
그 바쁜 와중에서도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낸 너를 참 대견하게 생각해.


오늘은 오랜만에 조금 여유가 있어서, 그 틈에 너와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며칠 전,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너는 참 밝고, 편견도 없고, 다정한 사람이야.
그게 너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야.


그런데, 세상엔 그 따뜻함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어.
김해가 세상을 몰라서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줄로만 아는 사람들 말이야.


김해야,
며칠 전 인스타그램으로만 알고 지내던 이 선생님이 보낸 DM 기억나지?


“김해씨! 여기 제가 말하는 사이트에 가입하세요.
추천인은 꼭 저를 쓰고요.
여기서 앞으로 화장품, 영양제 같은 거 사세요!”


너무 당당하게 요구해서 당황했을 텐데,

그때 네 대응은 정말 훌륭했어.


“이 선생님, 저는 집에 영양제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화장품은 기존에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고요.
사이트에 가입해야만 제품을 볼 수 있나요?"


김해야, 너 정말 잘했어.


이 선생님은 큰 실수를 한 거야.
정중하게 부탁하는 게 아니라, 당연하다는 듯 요구했잖아.
추천인으로 자기 아이디를 써달라고 솔직히 부탁하며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양해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그 선생님은 네가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이들에게 보여준 다정한 말투와 따뜻한 댓글들만 보고, 너를 너무 쉽게 판단한 거야.
마치 네 친절함이 ‘만만함’인 줄 착각한 거지.


이런 사람들, 세상에 생각보다 많아.
다정하다고 해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닌데,
그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걸까?


김해야,
그렇다고 네가 억지로 불친절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지금처럼,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말하고
다정함은 아껴야 할 사람에게만 나눠주면 돼.


너를 함부로 규정한 사람들에게는 그 틀린 인식을 바로잡아주고,
가까이하지 않으면 돼.


사람은 결국, 그가 가진 생각이 말과 행동에 드러나는 법이니까.


김해야,
나는 네가 인품이 훌륭한 사람들과 어울렸으면 좋겠어.
생각이 부족한 사람들, 자기 이익만 챙기며 남을 도구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멀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누구 때문에도 네 다정함과 밝음, 친절함을 잃지 않았으면 해.
그건 약함이 아니야.
그건 사랑이 많고, 사랑을 많이 받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강함이니까.


그러니,
그 따뜻함을 좋은 사람들에게만 보여주고,
오늘도 너답게 살아가렴.


힘든 일이 많았지만,
바르고 따뜻하게 성장해 줘서 정말 고마워, 김해야.


안녕.


김해 씀


* 덧붙임
이 글에 등장한 ‘이 선생님’과의 일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모든 표현은 사실 기반이며,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함이 아님을 밝힙니다.


keyword
이전 03화왜 그러고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