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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Aug 12. 2020

고요 하지만 엄숙하지 않은 스톡홀름 묘지공원

Woodland Cemetery 우드랜드 묘지공원

건축 기행 중 의외로 가보는 곳 중 하나가 지역의 재래시장, 대학교, 묘지공원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에 있는 Woodland Cemetery를 방문했던 2010년 이후 내 건축 기행에 항상 가봐야 하는 리스트에 묘지공원이 꼽히기 시작했다. 그만큼 스웨덴의 묘지공원은 나에게 많은 충격을 준 장소였다. 


Woodland Cemetery의 정식 이름인 스코그쉬르코고르덴(Skogskyrkogården)은 ‘숲 속 묘지’라는 뜻이다. 이 묘지는 1900년대 초 공모전에 입상한 스웨덴이 젊은 건축가 에릭 군나르 아스플룬트와 시그루트 레베렌츠 2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당시 스톡홀름 시내의 매장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추가적인 묘지 건설을 위해 시가지 남부의 삼림지대 29만 평을 구입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묘지는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이었으므로 거의 비슷한 건축물과 웅장함을 자랑하는 스타일이었다. 1914년에 공모전을 시행했으나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난 해였기 때문에 지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에 심사기준을 맞추었다. 


오래된 채석장이었던 묘지터는 큰 소나무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두 건축가는 자연을 그대로 둔 채 인위적인 훼손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묘원으로 만드는 제안을 하였다. 또한 북유럽 고전주의 양식을 반영한 화장터 건물, 추모 교회 등의 부속건물들이 세워졌다. 

Woodland Cemetery의 빽빽한 소나무 숲


입구를 지나 끝없이 펼쳐지는 잔디밭을 거느리면 중앙 분수와 큰 십자가가 서있다. 커다란 예배당을 뒤로하면 하늘을 찌를듯한 소나무 숲들이 빽빽이 나를 맞이한다. 

소나무 숲 안에는 묘비들이 정갈한 모습으로 서있다.


숲 속 사이사이 묘비들이 정갈하게 줄지어 서있다. 간혹 가족들이 조용히 묘비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고, 아이들은 주변의 소나무 숲에서 뛰어놀고 있다. 


소나무 숲 사이에 보이는 추모객들


동서남북 끝없이 펼쳐지는 소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마지막 출구 앞에 작은 오두막의 카페에서 방문자들이 잠시 숨을 고르며 추모객을 배웅한다. 


출구 전 카페


스톡홀름 건축 기행을 계획했던 나와 학생들에게 교수님은 Woodland Cemetery를 처음으로 데리고 가 주셨고, 처음에는 건축기행에서 왜 묘지공원을 추천하며 첫 번째 사이트로 데리고 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뭔가를 새롭게 창조하고 창의 하며 강렬한 콘셉트로 이루어진 ‘와우’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디자인 관념은 스톡홀름의 묘지공원에 와서 비로소 창피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이후 북유럽의 건축이나 미술관 기행을 계획하는 친구들에게는 항상 제일 처음으로 추천하는 장소일 만큼 난 이 곳을 사랑한다. 


Woodland Cemetery에서 저자가 그린 스케치들


고요 하지만, 엄숙하지 않고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지만, 산 자들을 위로하는 공간이며,

묘비 앞에서만 추모하는 것이 아닌, 공원 안에서 나 자신을 위안할 수 있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단계 어디쯤인 공간이다.


나는 이곳을 소나무 숲이 가장 푸르른 7월과 9월 두 번 방문해봤다.

 다음은 가장 춥고 눈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겨울 어느 날 이 곳에서 다시 한번 숲을 느끼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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