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모래성 20화

모래성(6)

by 김흑곰

어느 날은 문득, 그런 의문을 가졌던 날도 있었다. 고독도 독이라면, 독일까?


그 당시의 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외면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사계절이 모두 싫다고 말하는 것이 나의 방패막이였다.


봄은 모든 생명이 약동하는 대신, 나를 잠들게 하는 무거운 나른함만 안겨주었다.


그 따스함이 오히려 내 차가운 마음을 들키게 만들까 봐 두려웠다. 여름은 끓어오르는 태양처럼 나의 고독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듯해 견딜 수 없이 더웠다.


모든 활기찬 소음이 나를 향한 비난처럼 느껴졌다. 가을은 서늘하고 고즈넉한 풍경과는 달리, 길거리에 가득한 은행 냄새를 핑계로 삼았다.


사실은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그 계절의 풍요로움이 나의 공허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겨울은 당연히 뼈를 깎는 듯한 추위 때문에 싫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 추위 속에서 나를 안아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였다.


이런저런 이유를 잔뜩 덧대면서,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거나 걱정해 주는 사람들의 손길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혼자 있는 게 편해."


그 말은 내가 스스로에게 거는 가장 강력한 주문이었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산더미 같았지만, 그마저도 혹시 상대방에게 '민폐'가 될까 두려워 입을 꾹 닫아버렸다. 외면하기 바빴다.


나의 고독과 슬픔이 타인에게 짐이 될까 봐.


그래서 늘 사람이 없는 곳만 찾아 헤매었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듣기 싫어 구석진 곳이나 어두운 공간에 숨기만 했다.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맑고 경쾌한 웃음소리는 왜 그리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조차 모른 채, 그냥 얼른 이 세상에서, 이 시간 속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사실 사계절이 싫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진정으로 느꼈던 두려움은, 그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라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절망감이었다.


정신없이, 그저 '해야 하니까' 살다 보니 어느덧 꽃 피는 봄이 왔고, 숨 돌릴 틈 없이 눈떠보니 이미 땀이 흐르는 여름이었다.

고개를 돌려 정신을 차릴라치면, 낙엽 지는 가을이 스쳐 지나가고, 금세 옷깃을 여미는 겨울이 닥쳐왔다.


분명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숨 가쁘게 하루하루를 버텨냈는데, 점점 그 일 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그저 껍데기만 남아 '버티고 있는 나'만이 남아 있었다.


아무런 의미도, 기쁨도 찾지 못한 채 억지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 불쌍해서, 더 이상은 그 모습을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불쌍하지만 혹시 누군가에게 전염될까 맘 편히 기댈 수도 없는 그런 독,

나는 나 스스로를 그런 독극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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