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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Sep 14. 2021

8. 동네마다 다른 위스키

#양주입문 - 스페이사이드, 아일래이는 어느 동네일까

지역마다 다른 술들이 있다. 소주는 대구 참소주, 서울 참이슬, 부산엔 시원이 있다. 막걸리는 포천 이동, 서울 장수, 부산 생탁. 서양으로 넘어가면 와인. 프랑스의 보르도와 브루고뉴가 있다. 위스키도 비슷하다. 하나의 위스키지만 각 나라별, 지역별로 (물맛이 달라 그런가) 특성이 묶인다. 특히 싱글몰트 위스키는 지역마다 비슷한 느낌의 위스키들끼리 모여있다. 재밌는 건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같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듯이, 비슷한 스타일의 위스키는 있지만 ‘똑같은 건’ 없다.




국가별



영국은 위스키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각 지역별로도 독특한 맛이 있고, 오랜 전통과 깊은 맛이 특징이다. 미국은 금주령 시대에 유행한 버번위스키가 특이하다. 버번의 탄맛, 캐러멜 맛 같은 것이 난다. 거친 느낌이라 그냥 마시기엔 쉽지 않다. 일본은 처음엔 블렌디드로 시작해서 요즘엔 싱글몰트도 내고 있다. 산토리의 위스키가 대부분인데 섬세한 조합과 기술력이 느껴진다.

 


영국

- UK 위스키가 아닌 스카치위스키


퀴즈 게임에서 영국 위스키의 영어 철자를 맞춰본다고 하자. 괄호에 들어갈 말은?  무슨 단어가 떠오르는가? “잉글랜드 위스키?”, “잉글리시 위스키?”, “UK(유케이) 위스키?” 뭔가 다 이상하다.


그렇다.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된다. 생각해보면 영국으로 써놓고 유케이, 유나이티드 킹덤 위스키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스카치 (Scotch) 위스키가 영국 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생산된다. 증류소 수도 압도적이다. 위스키 생산량을 기준으로 지도를 재편하면 이렇게 보일 정도다.


왼쪽이 우리가 아는 영국. 오른쪽은 위스키의 눈으로 본 영국.


위스키로 한정해놓고 보면 영국이라는 나라의 대부분은 ‘스코틀랜드’다. 아일랜드에서도 나오지만, 위스키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영국의 4개 왕국 중 하나는?이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답은 아무래도 ‘스코틀랜드’ 일 것이다. 위스키 병들마다 정확하게 ‘스카치위스키’라고 써져있는데 여기에서 어쩐지 깊은 감정의 골이 느껴진다. 다른 단어도 있는데 스코틀랜드를 쓰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가장 자주 보는 밸런타인 파이니스트. "블랜디드 스카치위스키"라고 써져있다.


이 상황을 우리 버전으로 바꿔 보면 이런 느낌이다. 300년 전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존재했고, 지금의 나라 이름이 ‘신라’라고 부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고구려 쪽에서 나오는 술병마다 ‘고구려 막걸리’라고 나온다. 고구려는 300년 전에 통합되었는지, 이 나라 신라에서 아직도 ‘고구려 막걸리’라고 파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었다고 가정하고, 북한 소주라고 나온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명칭에 전혀 감정이 개입되어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브레이브 하트의 스코틀랜드의 윌리엄 월레스. 잉글랜드의 롱생크


그 깊은 감정의 골을 이해하려면 오래된 술과 함께 케케묵은 영국의 역사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게 정복당한 나라다. 그리고 잉글랜드에게 정복한 아일랜드 일부, 오래전에 정복한 웨일스까지 합쳐서 현재는 영국 아니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 아일랜드 영연방*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으로 부른다.  모두 정복자 잉글랜드에게 당한 나라들인 것이다.


다른 나라의 오랜 역사와 감정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영화를 보면 한 번에 그 분노가 이해된다. “브레이브 하트.” 윌리엄 월레스는 마지막 장면에서 절절하게 자유를 외친다. “프리더-----——엄!!” 얼마나 잉글랜드인이 잔혹하게 나왔는지 그 뒤로 빨간 옷이 싫었던 기억이 난다. 스코틀랜드 인들을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죽이고, 겁탈하고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나도 영화와 함께 프리덤을 외칠 정도였다.


그런 감정의 여파인가 지속적으로 독립을 외친다. 2014년에도 국민투표로 분리독립을 위해 일어섰고, 지금도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이 주도권을 쥐어 다시 한번 투표를 하자고 나서고 있다. 아마 이 감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 않을까.

스코틀랜드에 증류소가 모닥모닥 모여있다. 롤랜드(lowland) 이하 잉글랜드에는 거의 없다.


https://public.tableau.com/views/scotch_whisky/scotchwhiskymap?%3AshowVizHome=no&%3Aembed=true&%3Amobile=true


그레이트 브리튼 지역은 지리적 명칭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합친 섬 지역을 뜻하고 이 때는 북 아일랜드 지역은 제외한다. 그레이트 브리튼으로 표기하게 되면, 대부분을 스코틀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위스키이지만 어쩐지 잉글랜드가 껴들어 오는 모양새가 돼버린다. 그러다 보니 스코틀랜드의 자랑인 위스키를 굳이 ‘그레이트 브리튼 위스키’로 표기하는 만행은 그들 손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스카치위스키'가 된 것이겠지.  



스코틀랜드의 전통복장. 익숙한 타탄모양. 그리고 테이프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처음엔 '스카치'라는 명칭이 헷갈리긴 했다. 하지만 위스키를 마시면서 영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조차 그 ‘스카치’라는 단어를 기억할 수 있었다. 잊어버린 나라 스코틀랜드는 위스키를 마실 때마다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시는 병마다 뭐가 그리 자랑인지 “스카치”라고 쓰여있고, 편의점에 자주 나오는 연수도 적혀있지 않은 위스키에 조차 “스카치”는 커다랗게 써놓는다. 그렇게 쓰고 싶은가 보다.    


빨간색은 Whisky 파란색은 Whiskey 검색했다.

이 분리를 위한 마음 때문에 영국에서는 철자조차 두 가지로 분리되어있다. 위스키 whisky, 그리고 whiskey 영국 안에서는 스코틀랜드 쪽은 whisky 그리고 다른 지방은 whiskey라고 한다. 심슨에서 스코틀랜드인 캐릭터가 “위스키 철자도 모르는 것들이!” 하고 구시렁거리는데 이 뒤의 ky를 key로 쓴다고 그러는 것이다.

심슨에서 월리.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장면


https://youtu.be/UUE1Ji4Igt8

월드컵에서도 4개의 나라로 출전하는 영국. 솔직히 다른 나라에 비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나라를 4개로 나누니 전력이 약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 형평성이 나쁜 건지 좋은 건 지를 모르겠다.




미국

- 켄터키와 테네시의 버번위스키


금주령 시대의 버번위스키. 올드패션드 글라스!

금주령 시대의 거친 마피아의 맛. 버번위스키가 미국 하면 떠오른다. 켄터키와 테네시에서 많이 나온다.

오랫동안 발효한 싱글몰트 위스키에 비해 기간이 짧고, 옥수수가 섞여있다 보니 맛이 강하다. 처음에는 쉽지 않아서 콜라나, 하이볼로 많이 마시는 편이다. 맛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는 영국 신사와는 다르게 거친 미국 카우보이 같다.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올드패션드 글라스와 잘 어울린다.



일본

산토리사 등껍질 모양의 '각이 진 병모 양'이라는 뜻의 가쿠빈(角瓶. KAKUBIN)

일본의 위스키는 대부분 산토리사의 제품이다. 산토리의 시작인 ‘가쿠빈’을 시작으로 이제는 싱글몰트 위스키도 많이 라인업이 생겼다. 대표적으로는 야마자키, 하쿠슈, 요즘에는 히비키, 치타 가 보인다. 일본의 위스키는 기술력이 낮았던 시대, 아이스볼과 하이볼로 그 맛을 보완했다. 일본의 손 기술을 상징하는 듯한 아이스볼, 그리고 그걸 만들어낸 바텐더는 위스키를 성장시킨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 과학기술로도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기술력이 올라온 지금은 그 자체로도 섬세한 맛을 가진 맛있는 위스키로 성장했다.

산토리의 가쿠빈

 

 최근의 산토리사의 라인업을 보면 이제 대중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연구 끝에 야마자키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이상의 고급 위스키 라인을 노리고 있다. 섬나라이니 섬의 맛이 느껴지는 아일레이섬의 위스키와 고급하는 향후 방향성으로는 좋은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성공 뒤에 산토리는 짐빔사를 사들이면서 영국, 아일랜드의 브랜드들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 섬나라의 특성상 아일레이 섬의 맛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일레이의 보모어, 라프로익을 사들였고, 스페이사이드의 맥캘란도 있다. 버번위스키로는 짐빔, 메이커스 마크, 놉 크릭... 스피릿으로 비피터 진, 깔루아까지. 디아지오나 페르노리카 못지않은 라인업을 자랑한다.





지역별


각 지역마다 하나의 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별로도 정해진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의 영향 탓에 비슷한 스타일의 술들이 모여있는 경우가 많다.  


표에서 보면 지역별로 같은 색상의 마크로 되어있는데, 맛의 위치와 지역별 위치가 유사한 경향이 있다. 지역과 상관없는 자신만의 맛을 지닌 증류소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 지역풍과 유사한 음료를 많이 내는 편이다.

 



영국


스페이사이드, 아일레이, 하이랜드, 롤랜드, 캠벨타운 or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내 위스키 생산 지역





스페이사이드

글렌피딕



- 글렌피딕

- 맥캘란

- 더 발베니

- 글렌 모레이


아일레이

그리고 일본에서의 인기와 더불어 독특한 피트 향이 느껴지는 아일레이 섬의 위스키. 물론 아일레이 섬이라고 해서 다 같은 맛이 아니다. 아일레이 섬에 있지만 피트 향이 나지 않는 술들도 있다.


아드백

- 아드벡

- 탈리스커

- 보모어

- 라가불린

- 라프로익


하이랜드 

- 글렌모렌지

- 달모어

- 달위니

- 글렌 드로 낙

- 오반


롤랜드

- 글렌 킨 치




미국

: 버번위스키(테네시, 켄터키)

금주령 시대에 만들어져서 보리나 밀 대신 옥수수가 51% 이상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불에 태운 오크통을 사용한다.


켄터키

- 와일드 터키

- 메이커스 마크

- 버펄로 트레이스

- 짐 빔


테네시

그리고 특정 숯 필터링 (링컨 카운티 방식)을 사용한 ‘테네시 위스키’가 있다. 숯 필터링의 차이가 있다.

- 잭 다니엘스




마무리하며…


영국의 모든 지역과 유럽 곳곳, 심지어 한국도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특정 나라와 지역도 정해진 맛을 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 증류소마다 그리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르기에 '이렇습니다. '하고 규정짓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처음 위스키를 살 때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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