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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Sep 07. 2021

7. 내 취향의 양주를 찾아서

#양주입문 #양주종류 : 위스키,진, 럼, 브랜디, 보드카, 테킬라,

양주는 난해하다. 맥주, 소주처럼 구분하려고 해도, 영어라 혼란은 가중된다. 소주 중에 참이슬인지 참소주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맥주/소주 칸에 가서 소주 라벨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상상해보자. “hard core alcoholic type spirits”코너에  제품명이 <Chamso’ju>, <Chum-churum>, <Chame’sul> 이렇게 되어 있으면 바로 집어 들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만약에 병도 평소에 쓰던 병이 아니라 네모난 하얀 병이라면? 아무래도 외국인인 이상 영어 라벨이 바로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난해 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른쪽 그림 같은 참이슬이 놓여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파란 디자인은 헤이먼스 진)


난해함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온다. 고로 해결은 익숙해지는 수 밖에는 없다. 우리가 참이슬을 쉽게 인식하는 이유는 십수 년 간 익숙해진 녹색병과 로고 때문일지도 모른다.


증류주, 발효주 그 사이의 혼성주


이전 글에서 양주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재료를 발효시켰는가 “양조주”, 증류시켰는가 “증류주”. 그리고 두 가지를 섞어서 만들면 “혼성주”가 된다.  아쉽지만 이 구분만으로 어떤 술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인간으로 치면 성별 구분만 듣고,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 스타일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었는지를 구분이 필요하다. 그 정도는 있어야 대충 어떤 색과 맛이겠다- 감이 온다. 인간으로 치면 지역, 나이, 연령대 구분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렇다 치더라도 스타일을 맞추는 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술을 만드는 재료는 워낙 많아서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크게 밥알 같은 곡류인지, 포도 같은 과일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인지로 나눠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곡류’를 ‘발효’시켰다-라고 상상하면 맥주나 막걸리를 떠올릴 수 있다. ‘보리’를 ‘증류’시켰다. 위스키인 것이다. 이 정도쯤 돼야, 대략의 색상과 맛이 상상이 되기 시작한다.



양주 일가


가상 속의 양주가 7형제를 소개한다. 이전 글에서 장남 위스키의 성격을 살짝 다뤄봤다. 위스키는 영국에서 산다. 맛과 향을 세세하게 나눌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대부분 영국에 증류소가 있다. 해외 출장도 많으셔서 버번위스키로 미국에 그리고 일본, 캐나다, 호주, 인도 등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종류가 아주 많은 장남 위스키씨 (좌  :버번위스키 잭다니엘, 우: 위스키 발베니)



양주를 (무리해서) 묶어보면 이렇게 7형제로 나눠볼 수 있다. (양조주 미안)


나머지 형제 구성은 6명. 일단  칵테일 세계 4대  베이스 술이 있다.  

4대 기주(진, 럼, 브랜디, 보드카)




- 진(영국)

- 럼(서인도)

- 보드카(러시아 외 유럽)

- 브랜디(프랑스)


그리고 이 아래로 테킬라(멕시코), 리큐르까지 합해 도합 7형제가 양주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술들이다.




세계 양주 지도

양주 세계지도 -  대표적인 지역으로만 표시(프랑스에도 보드카가 있다)


세계 4대(진, 럼, 브랜디, 보드카)로 해두면 잘 기억이 되긴 한다.(책에서 봤는데..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4가지 술은 말 그대로 세계에 흩어져있고, 칵테일의 주요 베이스 술로 많이 쓰이는 술이다. 많이 소비되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모델도 있고, 칵테일로 해 먹기에도 좋다.




진 : 비피터, 고든스, 탱커레이, 봄베이사파이어

알싸한 향이 나는 진. ‘런던’이 자연스럽게 붙는 ‘진 Gin’의 시작은 18세기 네덜란드에서 쥬니퍼베리를 활용한 ‘쥬니버’라는 약술(한국에선 리큐르로 알려진 볼스의 쥬니버 Bols Genever)이 먼저 나왔다. 이걸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연속 증류기를 사용해 드라이하게 만든 것이 ‘런던 드라이진’의 시작이다. 증류를 한번 할 때마다 도수가 팍팍 올라가는데, 이걸 근대화된 기술로 연속으로 두 번 증류를 하면서 아주 드라이한(센..?) 술이 된 것이다.  


- 비피터 진

- 탱커레이 런던 드라이진

- 고든스 런던 드라이진

- 봄베이 사파이어

 


럼 : 바카디(화이트럼, 다크럼), 하바나클럽, 디플로마티코


그리스인 조르바와 헤밍웨이가 좋아하던 술. 그리고 캐리비안 해적, 잭 스페로우가 대롱대롱 달고 다니던 술이다. 사탕수수를 증류한 럼은 달달하고 거칠다. 그래서인지 시원한 음료들과도 궁합이 좋아 캐러비안 해변의 해적들이 좋아했을  것 같다.  

유명한 럼이 쿠바 쪽이라 쿠바로 명기했지만, 영국과 노예무역을 하던 서인도 지역에서 나와서 유럽, 서아프리카 등으로 퍼져나갔다. 17-18세기 증류 기술이 좋아지면서 영국 해군들에게도 많이 퍼졌다. 색에 따라 하얀 화이트럼, 어두운 다크 럼이 있고 레시피마다 다른 럼을 쓰는 경우가 있다.


- 바카디

- 하바나 클럽

- 디플로마티코



브랜디

브랜디 : 카뮤, 헤네시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든 술이 브랜디이다. 색이 여러 종류라고 하는데, 일정한 품질을 위해서 캐러멜색으로 유통되고 있다. 포도주가 잘 나오는 지역에서 브랜디가 많이 생산된다


프랑스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관리를 하는 고급 브랜디가 있고 흔히 아는 ‘코냑’이 ‘코냑 conac’ 지방에서 만들어진 고급 브랜디이다. 최고 등급은 x.o. (병이 옆으로 넙적하다) 그 아래는 v.s.o.p, 등급이 있다.‘아르마냑’ 지방에서 나오는 브랜디는 아르마냑이라 부른다. 포도주 외에도 사과주를 베이스로 하면 ‘칼바도스’, 체리를 바탕으로 하면 ‘키르슈’ 등으로 불린다. 다른 과일로도 만들어지기도 한다.


- 헤네시

- 카뮤


보드카

보드카 : 스미노프, 엡솔루트, 단즈카

추운 곳에서 추위를 잊게 만드는 술이  있다. 바로 보드카다. 무색, 무미, 무취가 특징이라 여러 칵테일 레시피에 등장한다. 한국 소주와 가장 많이 닮아서 소주를 해외에 소개할 때 “Korean vodka”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비교하자면 소주가 많이 약하다.) 목을 타는 후끈함, 깔끔한 뒷맛, 거친 러시아(나 추운 곳 어딘가)가 느껴진다.


원류가 러시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으로 가득하다. 유럽 내 폴란드, 핀란드, 프랑스 등 여기저기에서 원류를 자처하면 만들고 있다. 옥수수, 호밀, 감자 등을 원료로 주로 만들어지지만 프랑스에서는 포도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진과 같이 19세기의 연속 증류 기술, 숯으로 필터링하는 기술이 추가되며 높은 도수임에도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술로 발전했다.


보드카 하면 007이 떠오른다. 원래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를 섞어 만드는 레시피가 오리지널이다. 하나 영국의 007 이 남자는 영국에서 왔으면서 진을 빼고 보드카를 넣는다. 그렇게 쿨하게 “보드카 마티니”를 주문한다. 거기다 까탈스럽게 “휘휘 섞지 말고 터프하게 셰이크로 흔들어서 (shaken not stur)” 달라고 한다. 바에서 한 번쯤 따라 해 보고픈 대사. 막상 먹어보면 전혀 큰 차이를 모르겠다. 훨씬 독한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스미노프  

- 앱솔루트

- 단즈카



테킬라

데킬라 : 호세 쿠엘보, 파트롱

데킬라는 멕시코의 5개 주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특정 식물 아가베(아가베 아술 테킬라나)를 증류해서 51% 이상 넣어 야 테킬라로 인정된다. 다른 지역 술은 메즈칼이라고 불릴 수는 있지만 ‘테킬라’라고 불릴 수는 없다. (이런 점은 코냑과 비슷) 16세기 멕시코에 들어온 스페인 인들로부터 증류 기술이 들어와 만들어졌다.


- 호세 쿠엘보

- 빠뜨롱(파트롱, 패트롱….)


리큐르

볼스 : 블루 큐라소의 시작

리큐르는 증류주에 과일, 허브, 너트, 기타 등등 배합해서 만든 술이다. 색도 다양하고, 맛도 특이하다. 일반적인 베이스 술에 리큐르를 얹어 수많은 색과 맛의 칵테일 레시피가 생겨난다.


리큐르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세트를 소개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 볼스

이외에  편의점에서 많이 보이는 리큐르도 있다.


편의점에서 자주 보는 리큐르들 : 깔루아, 베일리스, 말리부, 예거마이스터

- 깔루아

- 베일리스

- 말리부

- 예거 마이스터


그 외에도 샵에서 구할 수 있는 맛있는 리큐르도 많다.


- 쿠엥트로

- 캄파리

- 아마레토

- 슬로진

- 서던 컴포트


위스키도 아니고, 베이스 술도 아닌 얘네는 대체 뭐지? 하고 생각하면 거의 리큐르에 들어온다.


 

실패할지 언정 도전


한번 쭉 양주 일가를 흩어보았다. 처음 익힐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해서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알고 마시든, 모르고 마시든 본인이 마셔보고 어땠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라벨을 본다고 해서 기억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엔 럼이 좋다. 콜라와 라임이 더 나랑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떤 럼을 마트에서 잘못 골랐다. 만원이라 혹했던 것이다. (이름도 잊어버림) 비릿하고 이상했다. 마실 수가 없어서 남겨두다가 나중에는 한 병을 청소용으로 쏟아부어 버렸다. 그 뒤론 럼과 맞지 않는가 보다 했는데, 9회 말 2아웃 역전 만루홈런처럼 뒤집혔다. 우연히 데려온 하바나 클럽은 럼과 나의 사주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나의 럼

마시는 것만으로도 바닷가에 있는 느낌이었다. 어딘가 바나나 같은 달짝지근함도 있는 듯하고, 진과는 다르지만 어른의 맛도 있다. 그 뒤로는 맛있다는 럼을 하나하나 정복해보고 있는 중이다.


진은 무난함의 상징과 같다. 레몬과 어울리는 진, 오렌지류를 좋아하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마셔보면 마실 수록 어쩐지 나랑은 좀 거리가 있다. 영국 신사 같고 멋있는데. 남들에게 좋다고 나에게 좋은 것은 아닐 때가 있다.


양주는 음식처럼 강력하게 추천하는 콘텐츠가 잘 없는 편인 것 같다. "모두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같은 말을 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럴만하다. 알아갈수록 소수자의 취미. 개인의 취향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동의할만한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정답이 다 다르기에 다 함께 소수자가 된다. 어쩌면 그 편이 매력적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국민 소주가 아니라, 어딘가 숨겨 놓은 나만의 히든 바 같은 존재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등대 같이 술 한 병을 감춰두는 거다.


양주 입문은 “그저 시도한다.”에 가까운 것 같다. 그저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하게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 안전만 따진다면 맥주와 소주가 최고다. 여행을 하듯이 어느 날은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싱크대에 다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러다 어쩌면 나와 가장 잘 맞는 술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오늘도 한 모금! 한 병을 시도해보자.


p.s : 술장에 다 넣어두지 못했지만 그리는 것만으로도 모으는 재미가 느껴지네요..  



0. 양주 입문한 이유 - 술도 못마시면서

1. 양주의 정체  - 양주의 정의와 종류

2. 하이볼을 위한 변명  - 여름이 가기 전에 하이볼

3. 물 타기 해볼까 - 미즈와리,워터드랍, 트와이스업

4. 장비병. 정답은 없다 - 필요한 장비들, 지거, 바스푼, 글랜케런

5. 가을엔 홍차 같은 술, 술 같은 홍차 - 핫토디, 홍차와 브랜디, 양 웬리

6. 내 취향의 위스키를 찾아서 - 위스키지도, 위스키아로마휠

7. 내 취향의 양주를 찾아서 - 위스키,진, 럼, 브랜디, 보드카, 테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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