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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Aug 19. 2021

1. 양주의 정체

#양주입문 - 양주의 정의와 종류


양주라는 단어는 어쩐지 음흉하다. “양주”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 때문만은 아니다. 양주라고 하면 어쩐지 널브러진 술병과 낮고 투명한 유리컵. 얼음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악당이 어디선가 웃고 있을 것 같다. 대부의 알 카파치노와 닮은 아저씨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향락을 즐기고 있을 때 마시는 그 갈색 술 그게 바로 양주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간간히 보이는 양주집


양주집 내부는 모르겠지만.. 업무상 갔던 클럽은 이런 분위기 였다.


양주입문의 첫 번째 허들은 이 재벌 2세의 술판이나 정치 스캔들과 한없이 가깝게 느껴지는 “양주”라는 단어를 넘는 것이었다. 사실상 술이 금지된 시대에 만들어진 술들이라 이런 뒷골목 느낌이 전혀 잘못된 것도 아니긴 하다. 이 심플한 양주라는 단어는 동사 하나만 붙여서 문장 하나만 만들어도 향락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주를 마신다.” 상당히 깔끔한 문장이다. 문법이 틀린 부분도 전혀 없다. 아쉽게도 이 문장만으로는 뭘 마시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뭔가 막걸리가 아닌 무언가를 마신다는 느낌이 든다. 클럽의 뒤편 같은 데서.


 그리고 ‘양주’라는 단어만 조금 더 상상해보면 뭔지는 모르지만 갈색빛이 나는 술일 것 같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고민해보면 해볼수록 이 단어가 얼마나 모호한지 알 수 있다. 상상할 때마다 다른 색의 술이 떠오른다. 사전에는 서양에서 들여온 술 (혹은 서양의 양조법을 사용한 술)이라고 되어있는데, 그러면 ‘투명한 술’도 포함이다. 예를 들면 ‘진토닉’할 때 진부터 럼, 브랜디, 보드카, 리큐르면 다른 색의 술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서양의 술이면 와인도 있고, 맥주도 있지 않은가? 고민하다 보면 무슨 술인지 더 모르겠다.  


하지만 양주라는 단어를 나눠서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양주 안에는 <위대한 게츠비>를 쓴  피츠제럴드가 글을 쓰면서 마시는 “진”이  있다. 쿠바 어딘가에서,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가 담배를 복복 피우다 말고 “럼”을 넣은 모히또와 다이키리를 마신다. 그리고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은 “위스키”를 좋아했다. 옆 나라 <상실의 시대>, <기사단장 죽이기> 등을 썼던 무라카미 하루키도 위스키 마니아다.




이렇게 글 쓰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마시는 술은 어쩐지 괜찮은 것 같다.

이건 정치 스캔들과 클럽 뒤에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문인들의 술’이다. 그저 의문의 정신승리를 하는 거다.


양주는 이렇게 꽤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나눠 보면 이렇게도 가능하다.


주세법엔 더 많은 술이 있지만, 크게 나눠보면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깔끔한 술과 그렇지 않은 술로 나눠본다. 깔끔한 술은 “증류주” 우리가 느끼기에 센 술, 그리고 투명한 술이다. 이름이 비교적 생소한 위스키, 진, 럼, 보드카, 테킬라, 브랜디, 코냑, 고량주나 리큐 르 등등이 있다. 그럼 조금 덜 세고, 탁한 술은 뭐라고 부를까? “발효주”이다. 보통 맥주나 와인, 막걸리가 여기에 속한다.


나 같은 체질 (아시아인 홍조)이 느끼는 두 종류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발효주인 와인, 맥주는 맛은 좋지만 아무래도 많이 마시지를 못한다. 게다가 뒷 끝이 안 좋다. 머리가 조금 더 아프거나, 심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발효주 - 맥주


하지만 이상하게 이놈의 증류주는 훨씬 알코올 함량이 높은데도 비교적 괜찮다. 알고 보니 발효주에는 처음부터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들어있는 상태라고 한다. 몸에 안 받는 물질이 들어있는 채로 마시니 -아시다시피 아시아 홍조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발효 소수가 부족한…. - 마시자마자 바로 빨갛게 얼굴에 반응이 오는 것이다.


발효주 - 와인


그렇다면 증류주에는 그 물질이 없는 건가? 마시기 직전까지는 없다. 하지만 마시고 나면 만들어 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차피 들어있는 상태로 마시나, 마셔서 이걸 만들어내나 별반 차이는 없다.  아쉽게도 이 체질이 술 마시기 좋은 체질은 아닌 것이다. 고로 적당히 음주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양주 입문의 좋은 첫 단추는 바로 ‘양주’라는 단어에서 벗어나 조금 더 세부적으로 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각 술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각각의 술에서 느낄 수 있는 차이를 이해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술의 종류뿐만 아니라 병 하나하나가 가지는 차이를 알게 되고 그 병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소주는 그저 한 종류인 줄 알았지만, 커가면서 참소주가 대구만의 소주이고 부산에 가면 시원한 소주가 있고 서울에 오면 이슬을 마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양주를 마셔보다가 그 안에 ‘위스키’를 발견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맛을 지닌 아일레이 섬의 술과, 부드럽고 향긋한 느낌의 술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술이 (예를 들면) 위스키 “발베니” 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양주입문에서 다루는 ‘양주’의 정체는 양주 중 증류주(다르게는 스피리츠 Sprits 로도 부른다.)를 위주로 다가가 보려고 한다. 위스키, 진, 럼, 보드카, 브랜디, 코냑, 리큐르 등등이다. 하나하나 다 외울 필요도 없다. 그저 하나씩 마셔보면서 차이를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 갑자기 신의 물방울처럼 모든 와인을 꿰고 있을 필요도, 바텐더처럼 모든 술의 이름을 외울 필요도 없다. 우리가 마실 술은 우리에게 시험을 내지도, 통과인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는다.


증류주 - 너무 많지만 일단 위스키



0. 양주 입문한 이유 - 술도 못마시면서

1. 양주의 정체  - 양주의 정의와 종류

2. 하이볼을 위한 변명  - 여름이 가기 전에 하이볼

3. 물 타기 해볼까 - 미즈와리,워터드랍, 트와이스업

4. 장비병. 정답은 없다 - 필요한 장비들, 지거, 바스푼, 글랜케런

5. 가을엔 홍차 같은 술, 술 같은 홍차 - 핫토디, 홍차와 브랜디, 양 웬리

6. 내 취향의 위스키를 찾아서 - 위스키지도, 위스키아로마휠

7. 내 취향의 양주를 찾아서 - 위스키,진, 럼, 브랜디, 보드카, 테킬라,

 

https://brunch.co.kr/magazine/ya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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