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비누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다

by 김조흐

'비누'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한다. 비누는 우리의 본능을 자극한다. 더러운 손에 비누거품을 내서 문지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이 깨끗해진다. 비누는 인간의 씻고자 하는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비누의 사전적 정의는 <때를 씻어 낼 때 쓰는 물건>이다.


우리는 외출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식당에 음식을 먹으러 갔을 때, 손에 무엇인가가 묻었을 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뒤에 비누를 사용하고는 한다. 씻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또는 외출 후 몸에 있는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서. 위생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요즘은 천연 비누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손 세정제(핸드워시)'라는 것이 새로 나와서 쭉 쭉 짜기만 하면 비누가 거품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제는 비누에 물을 묻혀서 문지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도 손 세정제를 사용한 뒤로는 고체 형태의 비누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집에 비누가 있더라도 손 세정제가 있기 때문에 손 세정제에 손이 먼저 간다. 편하고 더 깨끗한 느낌이 드니까.



언젠가 식당에 방문했는데 화장실에 비누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비누통은 있는데 거기에 있어야 할 비누가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날에는 해수욕장의 화장실에 갔는데 비누가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날의 어느 건물에서도 비누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에 비누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주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소함 때문에 그 장소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면 어떨까? 비누는 신뢰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한 가지 사례가 떠올라서 말해보도록 하겠다. 19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록 밴드 '반 헤일런'에 관한 사례이다. 반 헤일런은 여러 공연을 갈 때마다 희한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 주문은 "대기실에 M&M 초콜릿을 가득 담은 유리단지에 넣어 준비하되, 갈색 초콜릿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무대 장치 등의 안전에 관한 필수 준비 사항 계약서에 이러한 주문을 넣어둠으로써, 공연 파트너가 계약서를 제대로 읽고 준비했는지를 한눈에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체크 포인트였다고 한다.


반 헤일런은 준비된 M&M 초콜릿이 가득 담긴 유리단지에 갈색이 하나도 없으면 느긋하게 공연 준비를 했고, 유리단지 안에 갈색 초콜릿이 발견되었을 때는 편집광처럼 무대장치를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싹 점검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갈색 초콜릿이 발견된 공연장에서는 꼭 한 두가지의 결함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처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세세히 신경을 쓰는 곳일수록 더 신뢰할 수 있고 결함이 나올 확률도 줄어든다.



만약 처음 가는 식당인데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려니 비누가 없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또는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굉장히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사소함이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나는 언젠가부터 화장실에 비누가 준비되지 않은 장소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반대로 얼마 전 제주도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했을 때 비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생겨났다. 숙소에 체크인 한 당일에는 손님이 2~3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던 비누를 새 비누로 교체해주는 것이 아닌가? 비누 덕분에 그 장소에 대한 이미지가 확 좋아져 버렸다. 이게 당연한 것인지 당연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 여행 6일 동안 묵은 숙소 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숙소의 위생, 사장님의 배려, 샤워실의 쾌적함, 아침 조식 등의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주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비누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화장실 내 비누의 유무>를 통한 여러 가지 분석을 시도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나 혼자서 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누군가가 위 주제를 통해서 여러 가지 분석과 그것을 통해 논문을 하나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궁금하니까. 그래도 여러 장소를 방문할 때마다 <비누의 유무>와 <만족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짧게나마 고민해보도록 하겠다.


비누와 관련된 자신만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D



2019년 10월 24일


비누를 통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여러 장소의 화장실을 방문하면서 손을 씻고 싶은데 비누가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기에 관련된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 꼭 필요할 때 비누가 없는 여러 경험을 할 때마다 누군가가 비누를 몰래 가져가서 비누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손을 굉장히 깨끗이 씻어서 한 번 손을 씻을 때 상당히 많은 양의 비누를 사용해서 그런 것일까? 또는 화장실 관리를 평소에 잘하지 않는 것일까? 등의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사소함과 소소함에 감동을 느낀다. 꼭 커다랗고 비싼 선물을 해야만 감동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퇴근길에 해질녘 노을을 바라보면서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 걸어가다 물건을 떨어뜨렸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물건을 주워준 그 행동 때문에 감동을 느낄 수도 있다.


<ㅅㅅㅅ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 매거진의 이름처럼 일상의 곳곳에 사소순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기를. 소중한 순간들이 많이 찾아오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쳐보도록 하겠다.


모두 ㅅㅅㅅ 하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렌지 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