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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Feb 13. 2024

산불이 발생해야 솔방울이 열리는
방크스소나무

 지난 주말 나는 청와대 성곽길을 걷고 있었다. 굽이굽이 굽은 길을 차분하게 한 걸음씩 걸었다. 걷던 중 시야 멀리 검은 나무수피를 가진 침엽수가 눈에 띄었다. 하필 흐린 날씨여서 그런지 그 나무는 더욱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호기심 가득한 나는 그 나무로 향했고 주변을 살폈다. 칩엽, 솔방울, 수형 그리고 수피 등 내가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 모양이 아니었다.


"이 나무는 뭐지.. 상당히 낯선데..."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사진에서 보다시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와는 느낌이 다르다. 실제로 흐린 날 이 나무(방크스 소나무)를 바라보면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난다.


방크스 소나무(Pinus banksiana)

 방크스 소나무.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방크스 소나무는 미국 중부와 캐나다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에 조림용으로 들여온 수종이다. 도심에서는 드물게 정원수로 식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키 큰 침엽나무로 최대 25m까지 자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생육환경에 따라 키가 매우 낮아지기도 한다. 이 나무는 무엇보다도 특이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산불이 발생해야만 한다.


(???)


 의아하겠지만 방크스소나무 구과(솔방울)는 산불이 나서 고온에 노출이 되어야 종린이 벌어진다. 이처럼 구과가 성숙해도 종린이 열리지 않는 특성을 '폐쇄구과'라 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흥미로운 실험으로 구과를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높은 열을 가하면 닫힌 구과가 열린다. 높은 열에 노출되어야만 송진에 의해 강하게 붙어진 접합이 녹으면서 종린이 벌어진다. 다행히도 방크스 소나무는 목재 가치가 없을뿐더러 조경수종으로도 경제적이지 않아 우리나라에 많이 식재되지 않았다. 


추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크스 소나무는 4~5월이 되면 침엽 사이에 '노란 왕관'으로 보이는 구화수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으면서도 귀여운 작은 왕관이 펼쳐진 방크스 소나무를 보면 참 매력적인 나무라 생각이 듭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자료 출처

https://ja.wikipedia.org/wiki/%E3%83%90%E3%83%B3%E3%82%AF%E3%82%B9%E3%83%9E%E3%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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