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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기억의 흔적

by 정아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은 느낌이 들 정도로 느껴졌다.

바롱 속에 실려 있던 냄새 한 조각

퇴근길 같이 걸어 거던 한 명이 말했다.


"음... 낙엽 타는 냄새. 오랜만에 맡으니까 되게 기분 좋다."


길을 걷던, 걷기라기보다는 거의 뛰다시피 종종거리며 걸어가던 발걸음이 느슨해졌다. 모두가 같이 생각을 하면서 냄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있었던 듯 다른 한 명이 대답을 했다.


"맞아요. 요즘은 이 냄새 별로 못 맡았는데 누가 나뭇잎을 태우나 봐요."

"그러네. 나뭇잎 태우면 안 되는데 누가 태우나 봐요"


그렇게 같은 듯 다른 생각으로 냄새에 대한 기억의 흔적을 꺼내본 것 같았다.


나뭇잎


마당이 넓은 시골집에는 유난히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나무들이 울창한 숲으로 연결된 뒷마당은 나뭇잎이 두꺼운 이불처럼 수북이 쌓었다. 쌓여있는 나뭇잎 위로 걸음을 걸으면 푹신푹신한 금방 솜집에서 타 온 목화솜 이불에 발을 올려놓는 것 같았다.


남동생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누워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손으로 한 움큼 집어 올려 뿌려대기도 했다. 아버지는 저녁마다 쌓여있는 나뭇잎을 쓸어 모아 놓고 불을 피워 태웠다. 매일 태운만큼의 나뭇잎이 그 자리에 수북하게 쌓이고 또 태우고를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올 때까지.


나뭇잎 태우는 냄새가 마을에 퍼졌고 누군가는 그 냄새는 참 좋아했다. 누구누구네 집에서 나는 냄새인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그런 동네.

아버지...


아침 출근길 앞만 보고 서둘러 걷다 보면 고개는 생각 없이 멍하니 가고자 하는 방향만 주시한다. 가끔 정신을 챙겨 지나가는 사람을 의식하게 되었을 때의 느낌.

봄이 어느새 사람들의 옷깃에 내려앉아 머물고 있다. 길거리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옷 자림이 살랑거린다.





#나뭇잎 #낙엽 #기억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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