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서사
사락이며 쌓이는 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살고 싶다.
새벽을 업고 오는 미명이 나뭇가지 사이를 통과해 온다.
밤사이 뒤척거리던 솜 이블을 걷어내고 이르게 잠에서 깨어나
얇은 옷을 입고 창가에 서서 흰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마주해 있는 생의 시간표를 잠시 쉴 수 있는 때다.
멀리에서 여전히 오고 있는 그리움은 그대로 놓아둔다.
보고 싶어 지면 기꺼이 내가 찾아가면 된다.
보이지 않는 그날을 미리 보려고 조급해지지 않으리라.
아직 꺼지지 않은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눈의 입자들처럼
나를 빛나게 이끌어줄 등불을 기다리는 중이다.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의 낮은 콧소리가
새벽의 찬기운을 들숨과 날숨으로 흔든다.
길가에서 하얗게 머리를 장식한 소나무가 서사적으로 줄을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