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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Apr 16. 2018

그곳이 그곳

#99

가만히 생각하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발이 닿은 곳이 꽤 된다. TV에서 가끔 보는 여행자들, 탐험가들을 생각하면 방 윗목에서 아랫목 정도의 여행이지만 그 적은 곳에서 본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람 사는 곳, 그곳이 그곳이다. 나름대로 아프고 슬프고 그리고 견디어내는 것이다. 어디 사람뿐일까. 늦가을 밤마다 구슬피 우는 귀뚜라미도 나무도 풀도 나비도 꽃도 주어진 생을 묵묵히 지나 보내고 있다.

의자 다리가 계속 삐걱거린다. 바꾼다 바꾼다 하면서도 미뤄온 지가 언제인지. 자꾸 아프다는 대도 계속 참거라 한다. 내가 타고 다녔던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는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내 발을 지탱해준 신발들. 이상하게 걸어서 한쪽만 닳은 구두 굽도 힘들었겠지. 그런데 내리자마자 녹는 눈은 견디어낸 것이 있을까. 졸졸 흘러 바다로 강물로 흘러간 물들. 강물과 바다에 내린 비는 고생 한번 안 하고 제 갈 길 간 것일까. 견디다 못해 떨어진 나뭇잎들은 나무의 뿌리를 따뜻하게 해주고 연기가 되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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