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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유 Jul 31. 2024

그렇다고 산 목숨 죽일 수도 없었다

300이 들어도 수술을 한 이유. 

모모가 300만원 정도 드는 수술을 하네 마네 한 다음날, 주 보호자(특이사항 : 돈 없음)와 부 보호자(특이사항 : 돈도 시간도 여유도 없음)인 나와 엄마는 거실바닥에 앉아 토론을 시작했다. 우리는 일단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우리에겐 돈이 없다.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로 돈이 없었다. 둘이 합쳐서 월에 300 버는 집에서 개 수술에 300을 쓸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해야했다. 300을 들여서 개를 수술하는 것이 맞을까?


솔직히 말하겠다. 사실 그렇게 위험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나, 이거나 엄마였으면 바로 수술을 했을 것이라고. 실제로 나는 중학생 때 뇌 mri에 비슷한 비용을 써본 바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모는 개였다. 개의 목숨이 사람의 목숨보다 가볍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우리 가족은 진심으로 모모를 가족으로 생각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개 한마리로 틀어지는 것까지 감당 가능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모모의 수술을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 수술 해야지. 산 목숨 죽일 수는 없잖아."


깔끔하고, 개운한 결론이었다. 엄마는 말했다. 사람이야 좀 덜 먹고 살면 되지만, 아픈 개는 덜 먹고 사는 것이 안된다. 덜 아프고 싶다고 덜 아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지 않느냐.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모의 수술을 결정했다. 인간적인 선택이었다.




우리가 수술을 결정하고 병원에 방문했을 때, 모모는 다행이 건강하게 병원생활 중이었다. '식욕 매우 좋음'. 아픈 개여도 밥을 잘 먹는 것이 참, 우리 집 강아지답다 싶어서 웃음이 났다고 해야하나. 우리는 모모가 찍은 ct내역을 확인하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이야기 하자면, 암 부위를 전 절제 하는 것이다. 물론 암이라는 것은 세포의 문제이기 때문에 절제를 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종양이 있는 부위를 전부 들어내면 그럴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모두가 '사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이라고 이야기한 부분에서 이미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모모는 전절제가 불가능했다. 



모모의 장기 중, 암이 있는 부위를 크게 셋으로 나누자면 공장림프절과 위의.... 머리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 그리고 장이었다. 장 말고 두 부위 다 위치가 나빴다. 첫째로 대놓고 적혀있다시피, 림프절은 외과 수술로 절제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위 분문부 종양은 위치 상 근육과 너무 딱 붙어있어서 깨끗하게 싹 도려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장은 제거가 가능했다. 장 제거 수술은 위 분문부 종양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쉬웠다. 장의 양 끝을 싹둑, 잘라서 하나로 이어붙이면 되는 수술이었다. 장이 잘 붙어줘야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게 도려낼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모모는 일단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병원에서 하는 것이 확실한 ct 소견서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모는 오랜만에 카데터를 뽑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뭘 타고 돌아왔는지는 딱히 기억 안나는데, 아마도 택시를 타고 돌아왔을 것이다. 모모 병원은 버스 정류장하고 멀어서 왔다갔다 하기 좀 힘들었으니까. 


집에 온 우리 집의 폭군. 나는 종종 그를 아돌프라고 부르기도 했다.


모모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집은 아주 평화로웠다. 모모는 여전히 사람 음식에 식탐을 부렸고, 자기가 지정한 화장실 위치에 볼일을 잘 보았으며, 잠을 잘 잤고, 평소보다 나랑 잘 붙어있었고, 엄마랑도 잘 지냈으니까.

 

모모가 입원하는 바람에 쓸모없이 먼지를 먹으며 굴러다니는 유산균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 때 그 수의 테크니션의 이야기를 안 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다가도 그런 생각을 했다. 모모가 쿠싱 증후군이 올 위험군이고 림프절이 안 좋다는 것을 알았던 7살 여름 쯤 부터 모모를 집중 케어했다면 이런 마무리가 아니라 평화로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의미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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