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시체 청소부 (4)

by 희연

고양이가 잔뜩 헤집어 놓은 비둘기 시체를 발견했다. 고양이에게는 비둘기가 전혀 더럽거나 피하고 싶은 존재가 아닌 모양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랬던 적이 있었다. 피하고 싶은 존재가 아니었던 적이. 아마도 내가 태어났을 땐 다른 아기들처럼 부모의 사랑과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응애, 울었겠지. 기억에 흔적도 없는 내 영광의 날들이. 비둘기에게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을까?


처음 비둘기 시체 다리에서 천 조각을 발견한 이후로, 비슷한 종류의 천을 다섯 개 정도는 더 찾아냈다. 일부러 찾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벌써 여섯 개째다. 비둘기 시체를 파먹던 고양이는 내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골목 끝으로 사라졌다. 고양이 덕분에 한층 더 지저분해진 비둘기 시체를 장갑 낀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비둘기 피가 묻어 있긴 했지만 여섯 번째 천 조각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이전 조각들과 다른 점이라면 덜 헤졌고 비교적 깔끔해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골목 초입이긴 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재빨리 비둘기 시체를 팩에 넣고 수거함에 담았다. 바닥에 핏방울이 묻어 있어 그것까지 닦아내야 일이 끝난다. 비둘기도 붉은 피를 흘리고, 갓 죽은 살점엔 온기가 남아 있다. 바닥에 묻은 핏방울이 식어서 굳어버리기 전에 정리를 해야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비둘기에게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정작 사람 피와 비둘기 피를 담아서 보여주면 어떤 게 누구의 피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아니, 나부터도 털을 다 뽑은 비둘기와 닭을 두고 구분해낼 자신이 없다.


웃음이 났다. 바닥에 핏방울이 덜 닦여서 지저분해 보였지만, 비둘기 깃털을 치우니 어떤 짐승의 피인지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 길고양이들이 영역 다툼을 하다 흘린 피라고도 할 수 있겠고, 지나가다가 넘어진 사람의 무릎에서 떨어진 피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내버려두면, 구청에 신고가 들어갈까? 왠지 전에 없던 도전 정신이 샘솟았다. 주머니에 있는 천 조각이 내게 속삭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한 번 내버려 둬 봐, 나쁠 것 없잖아, 누가 신고하면 실수였다고 해, 그래 봐야 계약직인데 잘리기 밖에 더 하겠어?

정말 무슨 용기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 바깥을 살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누가 알아차리면 곤욕을 치를까 봐 달리지도 않고 작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비둘기 피가 내 발자국을 따라 강을 이루지 않을까, 쓸데없는 상상력이 나를 덮쳤다. 눈을 질끈 감고 기어이 도망쳤다.











*위 소설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명, 지명, 사건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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